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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09. 2023

모태 솔로 특집 - 한 커플 탄생

내려놓는 삶의 지혜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22


즐겨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짝짓기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관한 글을 지난 번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커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잘해야 한 커플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얼추 맞춘 것 같습니다. ^^


삼성전자 연구원 남성 분과 연극배우 여성 분이 커플이 되셨죠. 서로 호감이 있었고, 표현도 하고 여성 분이 연상으로 알고 있는데, 남성 분을 잘 케어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성 분도 나름 적극적으로 마음도 표현해서 확신을 주시기도 했구요.


“우리 커플 아닌가요?”

라며 밝게 웃으며 말씀하시는 여성 분의 인터뷰를 보며, 아 저분들은 되겠다 싶었습니다.


최종결정 후 두 분이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수학 강사 남자 분과 옥순 님

프로레슬러 남자 분과 순자 님

IT 개발자 남자 분과 애니메이터 여성 분 (학교 동문)

문화재단에 일하는 남자 분과 도자기 공예하시는 여성 분


모두 성실히, 잘 살아오신 분들이고 각자의 매력도 있으셔서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커플이 될 수도 있는 분위기가 비쳤죠.


이러다가 한 커플도 없거나, 잘해야 한 커플이라는 제 당초 예상이 완전히 틀려서, 지난번 쓴 글을 삭제해야 하나 하는 고민마저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이성적인 끌림이 없었다, 적극성이 부족했다, 커플이 될 정도의 확신이 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 등으로 커플이 되지 않으셨습니다.


여성 분은 점점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는데, 남성 분은 점점 더 좋아진다며 결혼까지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죠. 소위 혼자 김칫국 드링킹을 하고 있었던 거죠. 뒤에서 다른 케이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했습니다.


당연히 시청자로서 많은 커플이 성사되어 아름다운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지만, 예상이 완전히 틀릴까 봐 걱정도 되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동료들과 축구 경기 내기를 할 때, 브라질 같은 강팀과 우리 대표팀이 붙으면, 브라질에 배팅합니다. 브라질이 이기면 돈 벌어서 좋고, 반대로 우리나라가 이기면 돈은 잃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바라는 거죠.


두 가지 상황을 대하는 이중성이라고나 할까요?




사진 : 네이버 살쾡이 언니 님 블로그


하지만, 이번 모태솔로 편에서 아주 많은 분량을 차지한 분은, 재밌게도 커플이 되신 분보다 변리사 광수님이셨습니다.


키는 좀 작지만, 외모가 나쁜 편은 아니셨던 것 같고, 친화력도 있어 좋아 보였죠. 포항공대 나와서 변리사를 하고 있다니 학벌과 직업도 괜찮았구요.


옥수님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데이트 성사도 되고, 잘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 분 조금 잘된다 싶으니 ‘자신의 시나리오’만 생각하고 너무 돌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옥순 님이 부담을 느끼게 되고, 광수님이 조언해 주던 수학 강사 분에게 옥순님에게 기우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어 버렸습니다.


여성 분들이 데이트 상대를 선택할 때 광수 님은 고독정식을 먹고, 옥순 님은 수학 강사 분과 즐거운 데이트를 했지요. 데이트 전후에 광수님이 수학 강사 분에게 궁금하다고 옆에 계속 있는 모습이 시작이었습니다.


광수님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거기서 그만 접었어야 했는데) 사과하러 기어코 가겠다고 결국 집착 밖에 안 되는 행동을 계속했습니다.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을 헤아리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다며 계속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는데 옥순 님은 피했죠. 반대로, 수학 강사 분이 찾아가면 만나주고.


무엇보다 아쉬움이 남으셔서 그랬겠지만, 패널과 출연자 분들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상대방 입장을 헤아려서 부담 주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여성 분이 여러 차례 분명히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고, 계속 그러니 부담감에 눈물까지 보이셨으면 그쳤어야 했는데 말이죠.


아마 본인도 당시에도 그리고 방송을 보면서도 많이 깨달으셨을 걸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을 보며,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내가 좋으니까,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해서 직진해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 적도 있었죠. 소위 혼자 몸이 달아올라 있었던 거죠.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 조급하게 달려드는 사람은, 좋다가도 싫어질 수 있습니다. 부담감 때문이죠. 여유를 갖고, 자신과 상황을 둘러보고 주변 조언도 여러 방면으로 들어보며 한 템포 쉬어갈 때도 필요하죠.


그리고, 잘 안될 때나,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너무 좋고, 매력적이고, 뭔가 잘 될 것 같은 혼자만의 착각에 노력하다 거기에 또 아쉬움이 생겨서 포기를 못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이건 아니다라는 것이 스스로도, 주위에서도 피드백이 오면 멈춰야 하는 것 같습니다.


멈추고 내려놓아야 할 때, 그렇지 못하면 볼썽사나운 꼴을 보이거나 나중엔 자괴감이 올 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벌써 그만두셔야 할 분인데,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하고, 끝까지 회사에 나오며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시는 분을 봅니다.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 그때를 위해 준비해야지 하며 살아갑니다.


지난 번 많은 것을 버렸다는 글을 남긴 후, 더 버리고 비우며 살아가니 마음이 편합니다. 쉬어갈 땐 내려놓고 쉬니, 다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의욕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성실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과 광수 님을 보며, 스스로를 바라보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보며, 마음을 비우고 살아갑니다.


혹시 그릇된 집착이 있는 것이 있다면 하나 버려보는 건 어떨까요? 하나를 버리니, 다른 정리할 것들이 보여 계속 비우며 마음의 여유가 넓어집니다.


앞으로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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