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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13. 2023

그녀의 아들

love story in 강남 (11)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38


그녀의 전남친들 덕분에 부쩍 가까워진 우리.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다고,

어떤 사람이든 홀대하면 안되고,

듣기 싫을 수 있는 말도 일단 들어는 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그녀가 나를 재촉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장면이 나와서 오빠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 졌다느니.


여자는 주기상 언제 하고 싶다느니,

묻지도 않은 걸 말해주며

다 큰 어른에게 원 포인트 쪽집게 성교육을 시켜주고 있었다.


이건 뭐 중고등학교 때 배운 따분한 성교육은 비교도 안되었다.


대학 때 전공 과목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인기 교양 과목이었던 ‘성의 이해’는 불타는 열정으로 A+ 맞았던,

이론만 빠삭한 나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찰싹.


“오빠 그 교수 남자지?

남자가 여자를 알면 뭘 얼마나 많이 알겠어?

여자는 여자가 더 잘 알지, 안 그래?“


안 그래로 받아치고 싶지만,


선생님답게 말도 잘하던 그녀는,

이론 뿐만 아니라 실습까지 완벽하게 챙겨주었고,

오늘은 교수님이 되셔서 몸소 날 가르치셨다.


여성상위시대에 걸맞는 신여성답게,

갈수록 뭔가 디테일한 요구가 많아지는 그녀.


말 잘 듣는 오빠는,

뭔가 많이 알아서 하지는 못해도, 시키는 건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성실한 남자가 되어 성심성의껏 미션을 완수해 나갔다.


"오빠 오늘 좋았어.”


여자의 신음 소리와 칭찬은 사실 반은,

남자 기 살려줘서 더 잘하게 하는 의욕 관리와 몰입시키는 등의 의도가 있다고 하던데,


그땐 그냥 그런 것도 모르고,

좋다고 하니, 나도 좋다고 헤 하며 달려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Rollin 했던 우리는,

(아쉽게 해체한 브레이브걸스 노래 제목이죠^^

사실 아주 야한 단어임다 ㅎ 제가 브런치에 브레이브 걸스 해체를 다룬, 이전 글 참조해주세요~)


나중엔 말 다툼을 하고 나면,

꼭 몸의 대화로 화해를 하는, 우리의 루틴이 생길 정도로 잘 맞았다.


어쩌면 그렇게 안 맞는 것이 많았는데도,

함께 안고 있으면, 우스갯말로,

‘죽어도 좋아’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황홀하기도 했으니 오래 만난 것 같기도 하고.


그녀의 갈수록 더 가빠지는 교성과 함께,

거울에 비친 우리 사랑은 그렇게 더 깊어져 갔다.




우리는 안과 밖을 넘나 들며 데이트했다.


너무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하던 날,

고맙게도 이해해 주던 그녀.


그녀도 나만큼이나 산책을 좋아하긴 했다.


어느 날인가, 화창하고 미세먼지 없는 그런 오후,

간만에 밖에서, 한강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예쁘고, 정이 쌓이며 보고 싶은 예쁜 여친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얼마나 즐거운가.


먼 길을 가도 가깝게 느껴지고,

막혀도 막힌 것 같지 않다.

그렇게 힘든 강남 가는 길도 기분 좋은 날은 예외였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랄까.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

환한 미소와 함께 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막힌 차들 사이에서도,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는 나.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을 보는,

옆차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웃음을 머금고 눈인사를 보냈다.


기대와 달리,

차가 막히니 저 인간이 미쳤나 하며 날 쳐다보고 황급히 차 창을 올리는 그 분께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정체가 조금 풀려 밟고 가는데,

앞의 아우디 조수석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저 녀석도 드라이브 하면서 바람 쐬니까 저렇게 좋아하는구나. 개 팔자가 상팔자네 ㅎ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콩나물, 시루떡이 되어서들 살아가는데 ㅎㅎ


오랜 격언을 떠올리며, 웃으며 쳐다보니 한 발을 흔들어 주었다.


귀여운 녀석.

사람보다 니가 낫다.


그렇게 조금 더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다.


저 멀리, 볼 때마다 적응 안 되고,

나의 아방이와 (아반떼) 자꾸 비교되는,

그녀의 하얀 고급 벤츠가 보인다.


“오빠!”


“자기야”


“차 안 막혔어?”


엄청 막혔지.

하지만, 괜찮아.

이건 사랑이야.


“하나도 안 막혔어.”


“치~ 거짓말”


아몰랑

헤~


“아!

인사해, 내 아들이야!“


헉!


잘 나가다가,

이건 무슨 퐝당 시츄에이션!


소개팅을 소개시켜주신 부장님이,

애 있는 돌싱이라고는 이야기 안 하셨는데.


그 중요한 걸 왜 이제 얘기하는 거임?




‘아들’ 이라는 단어에 쇼크를 받았는지,

잠깐이지만 정신이 멍했다.


아니지.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내가 감당 못할 건 못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하고.

아쉽지만 여기까지인가 봐, 우리 인연은. 흑흑흑


짧지만, 임팩트 있었던 우리 만남과 사랑을 쉽게 잊진 못할꺼야. good bye, my love.


근데, 이 친구는 대학 때 애를 낳은 건가?


그렇게 우리 인생은,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근데, 정신을 차려도 귀여운 사내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눈에 들어 온 강아지.

나와는 달리,

앙증맞은 고추가 달린 뇨석.


허허


강아지 키우는 것까진 좋은데,

뭔 강아지를 아들이라고 하나.


이름도 ‘해피’ 라는데, 해피라고 했으면 어련히 오해는 하지 않았을 텐데.


허,

그런데, 다음 순간,

왜 그녀가 이 녀석을 보고 아들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어 버렸다.


나도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우긴 했지만,

이 녀석은 사뭇 달랐다.


우리 집 강아지는 마당에 개 집에 살고 있었고,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왈왈왈하며 반갑게 맞아 주었던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 녀석이 새끼를 낳고, 아이들을 다른 집에서 데려갈 때 슬퍼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한동안 시무룩해하며 밥도 잘 안 먹던 어미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기억이 난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며 행복해하고, 아이들을 지키려 경계하던 모습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 하늘나라로 갔을 때, 어린 나이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어느새 부쩍 자란 아이도, 자기 엄마를 더이상 볼 수 없는 걸 아는지, 꼬리를 흔들며 밝던 녀석이 침울해 있었다. 그 다음부터 강아지를 못 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런 친근감은 커녕,

뉘 집 자식인지 무척이나 도도했다.


태도만 당당한 게 아니라,

걸치고 있는 것 자체가 달랐다.


한눈에도 비싸 보이는 목걸이에, 옷, 그리고 양말까지.

허허, 지저분한 땅을 맨발로 다닐 수 없다는 그런 건가. 추울 땐 발 시럽다는 거?


윤기 있는 털은, 그 강아지 미용실이던가

그런 곳에 다녀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와, 잘 생겼네.

이름이 뭐야?“


“우리 왕자님 이름은,

해피!“


“해피, 안녕!

반가워~“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시큰둥한 얼굴을 보니,

옛날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 심지어 아까 도로에서 보았던 녀석과도 달랐다.

그냥 정이 안 갔다.


“우리 해피가 오늘 왜 이러지?

오빠 싫은가 봐 ㅋㅋㅋ”


전혀 해피하지 않은 녀석에게,

내가 또 맞춰야 하는 건가.

아님 나와 그녀의 사랑을 놓고 경쟁관계로 인식한건가? ㅎ


회사에서도 아저씨들에게 맞춰주느라 피곤하고,

부잣집 외동딸 여친에게 맞춰주는 것도 힘든데,


그나마 이제 적응되서 주말에 여친 만나서 편하게 놀려고 했더니,

이젠 강아지한테 맞춰 드려야 하네.

아이고, 내 신세야.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하지만, 별 수 있나.

월급받고 회사 잘 다니려면,

아저씨들에게 인사 잘해야지.


“오늘 얼굴 좋으시네요.

젊어보이세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허허허, 그래?”


이런 말도 이제는 잘 날려주는 센스쟁이답게,


여친과 아름답게 잘 지내려면,

왕자님에게도 맞춰드려야죠, 암요.


웃으며 아양을 떨며, 친한 척을 하니,

이 녀석이 쳐다본다.

가끔 강아지의 눈빛은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너도 용쓴다.

먹고 살기 힘들지?‘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아, 얘는 나하고 결이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어쩌지.




어쩌긴 뭘 어쩌나.

맞춰 봐야지 뭐.


근데, 제발 부탁인데,

이렇게 은근슬쩍 만나게 해놓고,

친해졌다고 어디 여행갈 때 며칠동안 나한테 맡기지나 마라. 내 몸도 못 챙겨서 이러고 산다 ㅎ


여친과 미운 정이 든 것처럼,

이 녀석과도 하루종일 같이 있으니 정이 든다.


처음엔 서로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같이 먹고 걷고 뛰고 노니까 많이 친해졌다.


부잣집 애들이 자기만 알고 싸가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막상 친해지면 순수하고 정이 많은 경우가 의외로 제법 있다.


내 전여친도 다리미같이 구김살 없는 밝은 면과 함께, 오래 사귈수록 어쩌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챙겨주는 면이 있었다.

(나중에 다른 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도도해도 역시 강아지는 강아지.

자기랑 놀아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 챙겨주니 슬슬 따른다.


그러고 보면 지 주인 닮아가지고 ㅎ

이래서 강아지가 자기 주인 닮는다는 말이 있나 ㅎㅎ


역시 강아지도 사람처럼,

오랜 시간 같이 있고,

같이 먹고, 뭔가 하면 친해진다.


말은 안 통해도, 점점 통하는 느낌.


“근데, 해피는 털이랑 외모가 엄청 고급스러워 보여.“


“당연하지, 돈을 얼마를 쓰는데.”


“얼마나 쓰는데?”


“샵도 가고, 옷도 사 입히고, 먹을 거랑 이것저것 많이 들어. 얘가 입이 고급이거든.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 외에는 안 먹어.“


앙? 강아지가 웬 브랜드를 먹어? 개밥에도 브랜드가 있나? 사람으로 치면 난 이천쌀만 먹어, 뭐 이런 건가?


내가 좋아하는 백반집에 가서,


“아주머니, 이거 이천쌀 맞아요?

난 다른 쌀밥은 못 먹는데.“


이랬다간, 진상 손님으로 찍혀,

잘못했다간 욕쟁이 할머니로 돌변한 아주머니를 볼 수도 있었을거다.


무식한 소리 하는 것처럼 들려도,

요즘은 애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백화점에서도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시대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강아지 키우는 집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 유난떠는 사람도 적었고.


“아프면 병원도 가야 하고. 여행 갈 땐 호텔에 맡겨야 해서 많이 들 땐 몇백 들어.“


강남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강아지를 맡긴다고?

물으려다 무식한 놈 취급받을까 봐 묻진 않았다.

잘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강아지 호텔이 따로 있었다. 때 되면 밥 주고 산책시켜주고 돌봐주는.


하하하, 사람도 노숙자에, 고시원이나 반지하 살면서 밥도 제때 못 챙겨 먹고 대충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강아지 호텔이라. 참 세상 재미있네.


“털 관리하면 얼마 들어?”


답을 듣고 거기서 기겁했다.


블루클럽에서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머리 깎던 나보다, 이 녀석 털 관리에 드는 비용이 ㅎㅎㅎ


그리고, 여친이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산책시켜주며, 조금 친해진 이 녀석의 눈빛이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부러워? 그럼 너도 다음 생엔 부잣집 강아지로 태어나.

주인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야 ㅎ‘


한 순간에 개만도 못한 인생으로 전락했다. ㅋ


나름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나와서,

비좁은 취업문을 뚫고 괜찮은 회사도 다니는 나인데 ㅎㅎ



다음 12화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75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 1회부터 보실 수 있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에 들어가실 수 있게, 아래를 남겨 둡니다. ^^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사진 : 네이버 둘리언니 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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