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in 강남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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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와 우리는 그날 이후 같이 자주 다녔다.
이 녀석은 자꾸 보니 왠지 친구같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날 보면 좋다고 달려들지는 않는데, 표정은 뭔가 시크하면서도 내심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츤데레 강아지라고나 할까.
뭐 어쨌든 물거나 시끄럽게 하지는 않으니 같이 다닐만 했다.
가끔 날 측은하게 보는 것처럼 느껴져,
뭐지 싶었다.
동병상련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나 어제 술 퍼서 속이 좀 그런데 우리 황태해장국 먹을래?"
불금을 보내고 좀 쉬고 싶은데, 빨리 보고 싶다며 굳이 점심 때 보자는 그녀를 만나서 던졌다.
"그래, 좋아."
웬일이래.
도도하셔 가지고 이런 음식은 잘 안 드실 것 같은 분이.
공주님이 머슴 맞춰준다고 고생이 많으시다 ㅎ
하긴 뭐 예쁜 척 하는 친구들도 집에 가면 비빔밥에,
친구들끼린 갈비탕에, 곰탕에 국밥에 크으 하면서 잘 먹는 걸 알아서,
역시 너도 된장찌개 좋아하는, 우리는 한국인.
같은 민족이구나 싶었다.
심지어, 복날에 보신탕 먹는 집에, 회사 아저씨들에게 끌려가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엄청 맛있게 먹고 있는 어린 여자 친구들을 보기도 했다.
내장탕에 천엽 그리고 육회까지 계란에 말아돌려서 시원하게 때리는 모델같은 여자애들을 본 다음으로 놀랐다.
그렇게 잘 아는 가게에 들어가서 황태해장국을 시켰다.
"맛 없어."
헐
“시원하고 맛있기만 하구만.
뭐가 또 그렇게 맘에 안 드실까, 우리 공주님이“
"아니, 오빠, 뭐가 들어가 있는 게 없잖아."
"황태해장국에 북어하고 계란 하고 두부, 파 들어가면 됐지 뭐가 들어가야 해!
무슨 전복이라도 들어가야 하는거야!“
"아, 정말 맛집 모르시넹."
"그래, 일단 여기서 먹고 담에 니가 얘기하는 그 맛집이라는 데 한번 같이 가보자."
그리고 다음에 또 호텔로 끌려갔다.
세수하러 간 것이 아니라, 황태해장국 먹으러.
호텔에서 웬 황태해장국이냐고?
이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은 진짜 전복황태해장국이었다 ^^;
'우와, 무슨 이런 데에도 진짜로 전복을 넣어서 먹나.'
싶었다.
나중에 호캉스 가서 밤에 배 고프다고 라면 먹자고 하길래,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 와서 먹으려 했다.
“오빠, 어디 가?”
“라면 먹자며?”
“시키면 되지.”
‘배민이냐!‘
아 그땐 배민이 없던 시절이다. ^^;
암튼, 그녀는 호텔 룸 서비스로 라면을 시켰다.
호텔 룸 서비스에도 라면이 있구나.
두배 정도해도 라면이 뭐 얼마나 하겠어 싶었다.
마트에서 한봉지에 천원도 안하는 게 머.
하며 곧 날아올 어퍼컷을 전혀 예상 못하고 있었다.
여지없이 전복 해장 라면이었다.
그놈의 전복과 소고기는 참 좋아하는 그녀였다.
가격은 일반 가게에서 사먹는 것의 당연히 최소 2~3배.
훨씬 더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다.
"오빠, 맛있지?"
'맛이 없겠냐?
이런 재료 넣어가지고, 돈까지 비싸게 받는데.'
"엉, 역시 자기하고 오니깐 이런 맛집엘 오고 좋넹."
"그러고 보면, 오빤 참 맛집 잘 몰라. 오빠도 그거 알지? 오빠 맛집 잘 모르는 거 ㅎㅎㅎ"
싸우자는 건가.
훗, 오랜만이군.
방심할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나를 향해 시비의 방아쇠를 당겼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전복 먹어서 힘도 나니 오늘 같이 한판 붙어보자꾸나~ 에헤라 디야~
이 험한 세상을 맨 정신으로 어떻게 살겠나.
더군다나 이런 여친 모시고 사는데 미친 놈 아니면 철학자가 된다. 아니, 미친 철학자가 되기 쉽다 ㅎ
그래서 테스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된다고. 아주 그냥 옛 성현의 말씀을 오늘도 피부로 체감하며 개똥 철학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싸우는 것도 적응된다고,
이 짓도 몇 번 하다 보니 어떻게 붙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드루와 드루와 컴온!
오늘도 간만에 푸닥거리 한번 하자고~
이렇게 한번씩 안해주면 섭섭하지~
"내가 뭘 모르는데?
다들 같이 가면 맛있다고 해서 데려가는 건데"
"가자고 하는 데가 다 직장인들 점심 먹는 데,
회식하는 데 잖아. 죄다 프랜차이즈고."
"허허, 프랜차이즈가 잘 되서 여기 저기 체인 생긴 거 아니야.
맛도 일정하게 확보되고, 본사에서 재료 같은 것 관리하니까 안전하기도 하고.
그리고 직장인들이 많이 가는 데가 맛있고 인기있고 그런 데 아니야
그런 곳 중에 미슐랭 맛집도 있고, 앙!"
(무려 브런치에 맛집 탐방 매거진으로 글까지 쓰는 오빠를 뭘로 보고 ㅎ)
“미슐랭 가이드하고 진짜 미슐랭 차이도 모르면서. 치“
말하면서도 참 그랬다.
진짜 별 그지 같은 걸로 다 싸우네 ㅎ
"아니, 특색 있는 맛집이 얼마나 많은데.
다음엔 우리 한남동 가자. 유엔 빌리지 맞은 편에 한 번씩 가는 데 있어."
뭐? UN 머시기.
언제 국제연합이 서울로 이사 와서 마을까지 생겼나?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다.
옆 동네 더힐엔 유명 재벌도 살고.
"그래, 가보자. 얼마나 맛있는지."
"역시 우리 오빠 말은 참 잘 듣네.
자~ 손~"
멍멍
가끔 내가 뭐하는거지 하면서도,
손을 내밀고 있는 나였다.
그녀가 데려간 곳의 음식은 맛있었다.
“맛있지?”
으~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난 누군가, 그리고 지금 여긴 어딘가.
유후~
이제 반 미쳐가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왜 제가 노래 글을 올리시는지 조금 아시겠죠? ^^)
“맛은 있네.”
“그래서, 다들 예약하고 줄 서서라도
이렇게 좋은 데 찾아 와서 먹는 거야. 오빠야 “
정말 그랬다.
확실히 비싼 게 맛있긴 맛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좋은 재료 쓰고, 호텔에서 일한 셰프 요리사가,
깨끗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만드니,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또 우리 여친처럼 까다로운 인간들 잔소리 들어가며 입맛 맞춰야 하니 얼마나 열심이겠나.
그 친구가 맛집이라고 하는 그런 곳은, 일단 예약 자체가 쉽지 않았다.
무대뽀로 가보자고 해서 가면,
한참 기다렸다가 별로 좋지 않은 자리에 앉기 일쑤였다.
참 나, 내가 이 돈 내고 이 구석데기에서 밥을 먹어야 하다니.
당연히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다.
둘이서 밥 먹으면 기본이 10만 원이었고, 좀 더 괜찮았다 하면 20-30 만원, 그 이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개 끌려 다니듯이 다니며 먹다 보니 카드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혼자있을 땐 카드값은 50만 원 정도 나오고, 월급의 반, 많을 때는 2/3 이상 저축하던 나였는데,
지금 카드값은 몇백이고, 저축은 적금을 그나마 깨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그녀의 또 다른 강아지는 아니었을까?
그녀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훗, 이제 알았어?’ (찡긋)
어렸을 때 술 마시고 강아지 된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나는 퇴근 후 밤에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낮에는 무대리.
밤에도 무대리.
무리한 드립 죄송합니다. 꾸벅.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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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첫회부터 보실 수 있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입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