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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23. 2023

그녀의 두번째 강아지

love story in 강남 (12)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74


해피와 우리는 그날 이후 같이 자주 다녔다.


이 녀석은 자꾸 보니 왠지 친구같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날 보면 좋다고 달려들지는 않는데, 표정은 뭔가 시크하면서도 내심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츤데레 강아지라고나 할까.


뭐 어쨌든 물거나 시끄럽게 하지는 않으니 같이 다닐만 했다.


가끔 날 측은하게 보는 것처럼 느껴져,

뭐지 싶었다.


동병상련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나 어제 술 퍼서 속이 좀 그런데 우리 황태해장국 먹을래?"


불금을 보내고 좀 쉬고 싶은데, 빨리 보고 싶다며 굳이 점심 때 보자는 그녀를 만나서 던졌다.


"그래, 좋아."


웬일이래.

도도하셔 가지고 이런 음식은 잘 안 드실 것 같은 분이.

공주님이 머슴 맞춰준다고 고생이 많으시다 ㅎ


하긴 뭐 예쁜 척 하는 친구들도 집에 가면 비빔밥에,

친구들끼린 갈비탕에, 곰탕에 국밥에 크으 하면서 잘 먹는 걸 알아서,

역시 너도 된장찌개 좋아하는, 우리는 한국인.

같은 민족이구나 싶었다.


심지어, 복날에 보신탕 먹는 집에, 회사 아저씨들에게 끌려가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엄청 맛있게 먹고 있는 어린 여자 친구들을 보기도 했다.


내장탕에 천엽 그리고 육회까지 계란에 말아돌려서 시원하게 때리는 모델같은 여자애들을 본 다음으로 놀랐다.


그렇게 잘 아는 가게에 들어가서 황태해장국을 시켰다.


"맛 없어."



“시원하고 맛있기만 하구만.

뭐가 또 그렇게 맘에 안 드실까, 우리 공주님이“


"아니, 오빠, 뭐가 들어가 있는 게 없잖아."


"황태해장국에 북어하고 계란 하고 두부, 파 들어가면 됐지 뭐가 들어가야 해!

무슨 전복이라도 들어가야 하는거야!“


"아, 정말 맛집 모르시넹."


"그래, 일단 여기서 먹고 담에 니가 얘기하는 그 맛집이라는 데 한번 같이 가보자."


그리고 다음에 또 호텔로 끌려갔다.

세수하러 간 것이 아니라, 황태해장국 먹으러.


호텔에서 웬 황태해장국이냐고?


이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은 진짜 전복황태해장국이었다 ^^;


'우와, 무슨 이런 데에도 진짜로 전복을 넣어서 먹나.'

싶었다.


나중에 호캉스 가서 밤에 배 고프다고 라면 먹자고 하길래,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 와서 먹으려 했다.


“오빠, 어디 가?”


“라면 먹자며?”


“시키면 되지.”


‘배민이냐!‘

아 그땐 배민이 없던 시절이다. ^^;


암튼, 그녀는 호텔 룸 서비스로 라면을 시켰다.


호텔 룸 서비스에도 라면이 있구나.

두배 정도해도 라면이 뭐 얼마나 하겠어 싶었다.

마트에서 한봉지에 천원도 안하는 게 머.

하며 곧 날아올 어퍼컷을 전혀 예상 못하고 있었다.


여지없이 전복 해장 라면이었다.

그놈의 전복과 소고기는 참 좋아하는 그녀였다.


가격은 일반 가게에서 사먹는 것의 당연히 최소 2~3배.

훨씬 더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다.


"오빠, 맛있지?"


'맛이 없겠냐?

이런 재료 넣어가지고, 돈까지 비싸게 받는데.'


"엉, 역시 자기하고 오니깐 이런 맛집엘 오고 좋넹."


"그러고 보면, 오빤 참 맛집 잘 몰라. 오빠도 그거 알지? 오빠 맛집 잘 모르는 거 ㅎㅎㅎ"


싸우자는 건가.

훗, 오랜만이군.


방심할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나를 향해 시비의 방아쇠를 당겼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전복 먹어서 힘도 나니 오늘 같이 한판 붙어보자꾸나~ 에헤라 디야~


이 험한 세상을 맨 정신으로 어떻게 살겠나.

더군다나 이런 여친 모시고 사는데 미친 놈 아니면 철학자가 된다. 아니, 미친 철학자가 되기 쉽다 ㅎ


그래서 테스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된다고. 아주 그냥 옛 성현의 말씀을 오늘도 피부로 체감하며 개똥 철학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싸우는 것도 적응된다고,

이 짓도 몇 번 하다 보니 어떻게 붙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드루와 드루와 컴온!

오늘도 간만에 푸닥거리 한번 하자고~

이렇게 한번씩 안해주면 섭섭하지~


"내가 뭘 모르는데?

다들 같이 가면 맛있다고 해서 데려가는 건데"


"가자고 하는 데가 다 직장인들 점심 먹는 데,

회식하는 데 잖아. 죄다 프랜차이즈고."


"허허, 프랜차이즈가 잘 되서 여기 저기 체인 생긴 거 아니야.

맛도 일정하게 확보되고, 본사에서 재료 같은 것 관리하니까 안전하기도 하고.


그리고 직장인들이 많이 가는 데가 맛있고 인기있고 그런 데 아니야

그런 곳 중에 미슐랭 맛집도 있고, 앙!"


(무려 브런치에 맛집 탐방 매거진으로 글까지 쓰는 오빠를 뭘로 보고 ㅎ)


“미슐랭 가이드하고 진짜 미슐랭 차이도 모르면서. 치“


말하면서도 참 그랬다.

진짜 별 그지 같은 걸로 다 싸우네 ㅎ


"아니, 특색 있는 맛집이 얼마나 많은데.

다음엔 우리 한남동 가자. 유엔 빌리지 맞은 편에 한 번씩 가는 데 있어."


뭐? UN 머시기.

언제 국제연합이 서울로 이사 와서 마을까지 생겼나?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다.

옆 동네 더힐엔 유명 재벌도 살고.


"그래, 가보자. 얼마나 맛있는지."


"역시 우리 오빠 말은 참 잘 듣네.


자~ 손~"


멍멍


가끔 내가 뭐하는거지 하면서도,

손을 내밀고 있는 나였다.




그녀가 데려간 곳의 음식은 맛있었다.


“맛있지?”


으~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난 누군가, 그리고 지금 여긴 어딘가.

유후~

이제 반 미쳐가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왜 제가 노래 글을 올리시는지 조금 아시겠죠? ^^)


“맛은 있네.”


“그래서, 다들 예약하고 줄 서서라도

이렇게 좋은 데 찾아 와서 먹는 거야. 오빠야 “


정말 그랬다.


확실히 비싼 게 맛있긴 맛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좋은 재료 쓰고, 호텔에서 일한 셰프 요리사가,

깨끗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만드니,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또 우리 여친처럼 까다로운 인간들 잔소리 들어가며 입맛 맞춰야 하니 얼마나 열심이겠나.


그 친구가 맛집이라고 하는 그런 곳은, 일단 예약 자체가 쉽지 않았다.


무대뽀로 가보자고 해서 가면,

한참 기다렸다가 별로 좋지 않은 자리에 앉기 일쑤였다.


참 나, 내가 이 돈 내고 이 구석데기에서 밥을 먹어야 하다니.


당연히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다.

둘이서 밥 먹으면 기본이 10만 원이었고, 좀 더 괜찮았다 하면 20-30 만원, 그 이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개 끌려 다니듯이 다니며 먹다 보니 카드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혼자있을 땐 카드값은 50만 원 정도 나오고, 월급의 반, 많을 때는 2/3 이상 저축하던 나였는데,


지금 카드값은 몇백이고, 저축은 적금을 그나마 깨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그녀의 또 다른 강아지는 아니었을까?


그녀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훗, 이제 알았어?’ (찡긋)


어렸을 때 술 마시고 강아지 된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나는 퇴근 후 밤에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낮에는 무대리.

밤에도 무대리.

무리한 드립 죄송합니다. 꾸벅.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49



아래가 첫회부터 보실 수 있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입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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