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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25. 2023

맞아. 난 널 사랑하고 있었나 봐.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번외편 (A-1)

"미친 사랑의 노래"


팔자에 없는 연애수필을 벌써 12편째 쓰고 있으니, 이게 뭔 짓인가 싶으면서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그 분들 덕에 기억도 짜내고 구상도 해가며 쓰고 있습니다.


연애소설이라 생각하고 본편에 이 에피소드를 넣을까 했는데, 뭔가 흐름엔 안 맞아서 어쩌지 하던 찰나,

어떤 작가님이 댓글로,


"다른 소개팅 스토리는 없습니까?", "작가님 사랑 타령이 제일 재밌어요."

"역시 남의 연애 이야기가 세상에서 젤 재밌어요 ㅋㅋㅋ"


이런 말씀을 주셔서 번외편으로도 그냥 이렇게 쓰고 간간이 올리기도 해야 겠다 싶었습니다.

사실은 이번 이야기는 제 후배 이야기인데, 각색도 조금 하고, 제 이야기인 듯 풀어가 보려 합니다.


카카오뷰인지 카카오톡인지 그런 곳에서도 뭔가 노출도 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성실히 써야 할 것 같네요 ^^


번외편도 호응이 괜찮으면 본편을 진행하며 짧게 묶어서 올리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ㅎㅎ




어렸을 때 회사에 죽이 잘 맞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다.


활달한 성격으로 처음 봤을 때부터 친근하게 대해주고, 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잘 알려주던 고마운 친구였다.


점심도 같이 자주 먹고, 오후에 떡볶이 먹으러도 자주 가고, 산책도 하고, 저녁에 술도 마시곤 했다.


그렇게 많이 붙어 있었던 것 같다.

특별히 무슨 불같은 연애 감정 같은 건 없었는데, 그냥 편했다.


계속 그렇게 같이 붙어 다니고, 그게 자꾸 사람들 눈에 보이니,


"둘이 사귀는 거야?"


라는 농담 섞인 질문을 많이 받았다.


둘 다 손사래 치며,


"아니에요. 그냥 같이 얘기 좀 하고 산책하고 그러는 거예요."


"그게 사귀는 거야! ㅋㅋㅋ"


"아니라니깐요 ㅎㅎㅎ"


"거기서 손만 잡으면 사귀는 거라니깐.


뭐, 사귀는 게 나쁜 건가.

사내 커플되었다 헤어지면 복잡해지긴 해도 괜찮아.


A 과장 알지?

회사에서만 3번 연애하고 결국 결혼해서 지금 애 낳고 잘 살잖아."


'허이구, 사귈 마음도 없는데, 벌써 애 낳는 이야기를 하시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전까진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조금 예쁘장한 것 같기도 하고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못 생기고 내 스타일 아니었으면 이렇게 붙어 다니지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런 걸 보고 남녀 간의 (성적) 끌림이라고 하나.


처음엔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은 젊은 직원들 몇 명이서 저녁 겸 술을 마시러 갔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는데, 그 친구는 보통 내 옆에 앉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 여자애가 취해서 자꾸 날 건드렸다.


'I2C, 왜 이렇게 툭툭치고 잡고 이러지. 얘가 오늘'


대놓고 세게 때리는 것도 아니고, 좋진 않았지만 막 싫지도 않아서 가만 놔뒀다.


그러더니 급기야 얘가 갑자기 내 다리를 만진다.


화끈.


야, 손 조심해.

장난으로 술 김에 허벅지 만지고 그럴 수 있는데,

거기서 잘못 올라가면 일 커진다~


남자가 회사 동료 여직원과 술 마시면서 다리 만지면 명백한 성추행인데,

이건 나보다 어린 여자애가 내 다리를 만지니 이걸 성추행이라고 해야 할지 뭔지.


근데, 성추행이 되려면 성적 수치심이 들어야 하는데, 수치심까진 안 들고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닌데.


얘가 취해서 정신이 나갔나.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그러더니 이젠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야, 오늘 너 왜 이래!

정신 안 차릴래!"


"오빠, 허벅지 은근 딴딴하더라 으히히"


하 나 참.

쪼그만 게.


다들 기분도 좋고 해서 스트레스 풀자고 노래방까지 갔다. 가는 김엔 어김없이 팔짱까지 끼고 간다.


'얘 오늘따라 왜케 신났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냥 받아줬다.


가즈아~


그렇게 노래도 부르고 놀았다.


그러다 박효신의 "추억은 사랑을 닮아"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를 안았다.

그 애였다.


허허, 노래방에 가서 회식할 때, 아저씨가 여직원에겐 브루스 추자고 했다간,

인사팀에 성희롱으로 신고당하는데,


이건 무슨 퐝당 시추에이션일까.


어린 여자애가 날 껴안고.

그래도 난 그냥 취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당시 내가 혼자 살던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한다.


"그건 좀 그런데."


다행히 몇 명 더 있어서 그럼 다 같이 가자고 했다.


젊은 날엔 그렇게 같이 밤새 술 먹고 놀기도 하는 그런 재미가 있었다.

그땐 그런 체력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12시 넘으면 그냥 기절이다.


아까는 팔짱을 끼더니, 취했다고 이번엔 아예 업힌다. 업어달란다.


허허, 다 큰 여자애를 내가 왜 업어야 하나

싶으면서도 거절 못하는 나는 잘한다.


"어이구, 좋다."


내 등에서 새근새근 잠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밀착되어 있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술 마시며 게임도 하고,

왕게임도 했다가, 진실게임도 했다가

온갖 게임은 다했던 것 같다.


근데, 이 기집애가 자꾸 수위가 높은 벌칙을 이야기하고, 러브샷을 하자느니 오늘따라 쎄게 나왔다.


이 정도면 알아채야 하지 않냐고?


모르겠다.

설령 그렇게 여자가 진짜로 들이대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요즘 유명한 어떤 인간처럼 그것에 미친 것도 아니고.

키 작은 동생으로 밖에 안 보인다는 말이 맞았던 것 같다.


같은 회사 사람이라 좀 더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었고,

맘에도 없는데, 아닐 말로 원나잇이라도 하면 앞으로 회사에서 서로 너무 어색하지 않겠나.

차라리, 클럽 그런 곳에서 만난 사이라면 서로 좋아서 그냥 그러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마저도 썩 그렇게 내키진 않았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 하나 둘 잠이 들었다.


다행히 그날은 별일 없이 잠만 잤다.




한 번은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이 친구가 시무룩해있었다.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 있어?”


생글생글 밝던 애가 침울해 있으니 걱정이 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황당한 일이 있었다.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무실 선배 언니가 자기가 회의 가 있는 동안, 작업하는 것을 대신 해달라고 요청을 했더란다.


그래서, 작업을 하고 있다가,


그 언니 메신저로, 친한 친구에게,


"하아, 자기 하기 귀찮으니까 회의 핑계 대고 이런 거 나한테 떠넘긴다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러니까 졸라 짱나."


이렇게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메신저를 닫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뿔싸.


그 언니가 회의 마치고 와서 조금 있다가 잠깐 보자고 해서 갔더니,

자기가 쓴 메시지 그대로 가져와서 이게 뭐냐고 뭐라고 했다는 거다.


메신저 기록이 남아서 어디서 찾아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으이그, 그러니까 그 언니 메신저로 그 언니 욕을 보내면 어떡하냐, 이 바보야."


"아 몰라, 창 닫으면 다 날아가는 줄 알았단 말야. 나 어떡해."


"뭘 어떡해, 니가 잘못했으니까 싹싹 빌어야지."


"히잉"


다독거려서 일단 자리로 돌려보내고,


그 언니라는 친구에게 찾아갔다.

꽃 한 송이와 음료수 하나를 들고.


"어머, 이게 뭐예요?"


"요즘 고생 많으시죠?"


"아이 참 고생은요 뭘."


"일도 바쁘실 텐데, 철없는 후배까지 킹 받게 하고.

아까 얘기하는데 자기가 큰 실수 했다고 엄청 후회하고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이 꽃같이 예쁜 선배님이 한 번만 봐주시고 그냥 넘어가주세요.“


“아니, 뭐 내가 엄청 화난 건 아닌데. 그냥 좀 당황스러워서. “


‘얘기 들어보니까 완전 빡치셨더만 뭐.

좋게 좋게 넘어갑시다.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사실 별 일 아니잖아요.‘


속마음은 이런데,

예쁜 말로 마무리했다.


“역시 외모만 예쁘신 게 아니라, 맘도 고우시네요.

담에 같이 밥 한번 먹어요. 제가 살께요^^"




“잘 얘기해 뒀으니까,

담에 보면 미안하다고 한번 더 진심으로 말하고, 담부턴 절대 안 그러겠다고 얘기해.“


“알았쏘. 고마워. 히이“


“웃지 마. 정든다.”


“오빠, 우리 오늘 저녁에 곱창 먹으러 갈래? 내가 살게.”


“나 곱창 안 먹거든.”


“엄청 맛있는 집 있으니까, 걍 따라와 봐.

거기 다른 것도 맛있는 거 많으니깐.“


“그래, 알았어.”


“예에~ 이따 방~”


퇴근하고 조금 거리가 있어서 내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얼른 타”


“웅웅”


얘가 조수석에 타는데,

순간 심쿵했다.


‘원래 이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녔나.


그리고 다리가 원래 이렇게 섹시했나.

각선미가 장난 아니네.‘


보통 각선미가 있는 여자가 앞에 가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간다.


쳐다보고 있으면 좀 그래서, 애써 외면하려고 다른 쪽을 쳐다보면,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그 여자의 다리를 향해 있다.


예쁠수록, 그것은 남자가 나이가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이상한 짓 안 하고, 상대방 불쾌하게 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웃는다. 나도 그 남자들 중 한 명이었고, 그건 어차피 여성은 청각, 남성은 시각이라는 본능이니까.


오죽하면 이런 가사가 있겠나.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여자가 된다는 걸.

처음 널 바라봤던 순간

찰나의 전율을 잊지 못해

Oh~"


그런 예쁜 다리였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봤을 땐 퍼져있더니,

퇴근 무렵에 화장실에서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무척 화사해 보였다.


회사 동료와 곱창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여자친구와 퇴근하고 데이트하는 기분이 낫다.



(다음화로 이어집니다.)


(사진 : 네이버 춤추는 쏘피 작가님 블로그)



아래는 본편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입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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