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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6000원으로 대변되는, 물가 문제를 다룬 이전 글에서, 주제보다 강남 소개팅, 잠실 남녀, 자연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강남 소개팅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말씀이 있으셨다. 그럼,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어주시고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을 위해 난 어찌해야겠나.
이야기 해야죠.
신입 때 거래처 부장님이 날 좋게보셨는지,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심지어 본인 조카를.
부담이 확 몰려와서 거절하려던 찰나, 문자로 그 여성 분 연락처가 날라왔다.
직접 전화해서 만나라고.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셨다.
학교 선생님이고, 부잣집 외동딸이니까 잘해보라고.
그래, 거절의 타이밍은 이미 지났고,
주말에 밥이나 한끼 같이 먹지 뭐 하고 연락을 드렸다.
공포의 (?) 강남으로 오라고 하셨다.
그것도 호텔로.
잉? 첫만남에 호텔?
그건 좀 그런데, 더군다나 부장님 소개로 만나는건데.
주위에 얘기를 하니, 뭔 이상한 상상을 하냐고.
호텔 1층에서 커피 마시자는 거겠지.
하며 정신 차리라고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내 소개팅은 술집에서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거였다. 맨 정신에 처음 본 여자와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았던, 부끄럼 많던 그 시절엔 술의 힘을 빌려 어색함을 줄여보자는 생각이었다. (다른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맹세코 ㅋ)
요즘은 커피 마시며 이야기해보고 조금 아니다 싶으면 바로 bye라고 하는데, 좀 그래보였다.
서로 시간 낭비, 돈 낭비, 감정 낭비하지 말고 ‘skip' 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만난 것도 인연인데 밥은 한끼 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맘에 들어야 밥을 먹으러 가고,
그 커피 값마저 아끼려고 빽 다방 커피 마시며 밥을 먹을지를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요즘의 어려운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튼, 난 그날 오라는 학동으로 갔다.
학동의 모 호텔로 들어가는 순간, 움찔했다.
화려한 장식과 깨끗하고 널찍한 호텔을 보며, 난 왜 움찔했을까.
백화점에 여친과 데이트를 가면, (특히, 생일날) 여성은 상큼한 신상을 보며 채집 본능에 기분이 좋아지지만, 남자는 전쟁터에 나온 것처럼 사시나무마냥 벌벌 떤다는 말이 있다.
내 재산을 지켜야 하는 하이바를 쓰고 마음 단단히 먹고, 300만원 명품백이라는 대포알 안 맞게, 30만원 정도의 향수나 옷 정도 총알 정도만 맞길 기도한다. 죽거나 대수술 하지 않고, 붕대로 간단한 처치를 하고 며칠 쉬면 나을 수 있게.
저 멀리 엘레강스한 여성 분이 날 쳐다보고 있다.
예쁘다. 살아있길 잘했어. 인생은 살만한 것이었어.
하지만, 쥬스 한잔에 보통 1.5 만원인 호텔이라는 전쟁터에서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안녕하세요,
저 A입니다.“
“네, 오시느라 힘드시진 않으셨죠?”
‘힘들죠. 거리도 멀고, 강남 호텔이라는 전쟁터에 오는데 괜찮겠습니까?‘
라는 말은 접어두고,
“아니오, 별로 안 멀더라구요.
여기 좋네요.“
하며 앉았다.
아래가 2화입니다.
전체는 제 브런치에서,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에서 순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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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매거진 전체를 찾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도 함께 남겨 둡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