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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07. 2023

그녀의 X2

love story in 강남 (10)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44



결국 그날 난 그녀와 뜨거운 밤을 함께 보냈다.

일명 뜨밤.


그녀는 밖에서 만날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설렘은 컸다.


누가 말했나. 그녀의 입술은 맛있다고.

몽롱해지면서도, 내 열정은 불타 올랐다.


그렇게 자칫 서두르려는 날 붙잡은 건,

우습게도 그녀의 속옷이었다.


여자는 남자와 데이트할 때 속옷까지 신경 쓴다고 했던가.


남자야 늘어지고 구멍 난 속옷만 아니면 뭐.

하고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나 연말 같은 로맨틱한 날엔,

여성은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호텔에서 씻고 기다리는데,

누가 봐도 (빅토리아 시크릿) 새 속옷을 입고 있어서,


'어이구, 얘가 오늘 아주 작정을 했었네.

아주 그냥.

계획이 다 있었구나.'


싶었다.


계획은 없었지만, 늘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

그녀에게 전 남친과 내가 다르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만족해 보이던 그녀가 했던,

내 기를 살려주려고 했던 칭찬을,

그녀와 헤어지고 난 다음 사귄 여친에게 술 김에 좋다고 했다가 헤어질 뻔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서로 죽고 못 살았으면 왜 헤어졌냐며.


그래서, EX와의 이야기는 연인 사이에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어떡하나?

그게 이렇게 재밌는 걸.




dirty talk 라고 하나.


잠자리를 하고 난 그녀는 거침없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걸 다 옮겼다간 진짜 경고 메일이 올 것 같아,

말은 다 못 하겠다.


내가 전남친 이야기를 재밌게 듣자, 신났는지.


두 번째 전남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그녀가 말한 다른 남친은 XX 였다.

(고x 아니고, 좋은 직업입니다 ㅎㅎ)


이 친구는 참 좋은 직업의 사람들만 골라 만나는구나 싶었다.


그럼 나같은 평범한 직장인을 왜 만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암튼, 이 X2는 고자는 아니었다고 한다.


성격도 좋고, 훈남에다가 노래도 잘 불러서 무척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그럼, 그 XX랑 결혼하지,

왜 나랑 이러고 있어?"

(욕 아닙니다. 선망하는 직업)


"들어봐,

성격 급하긴."


그 X2가 더 자주 만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오래 있으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전화를 그렇게 자주 했다고.


"효자네."


"효자지.

근데, 어느 정도여야지."


어머니와 너무 전화와 카톡을 자주 해서,

다른 여자와 바람 피우나 의심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름만 ‘엄마’라고 해놓고,

사실 다른 여자인 것 아닌지 확인까지 했다 한다.


어머니와는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 나와는 무척 대조되었다.


"오빤 그게 좋더라구 ㅎㅎㅎ"


뭔가 갑자기 쎄한 느낌이 드는, 그 웃음은 뭘까.


그쯤 되니,

아~ 얘가 날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거구나.


X자도 아니고,

밤일도 잘하고,

(이런 거 여기 써도 되나. 다른 작가님들 더 수위 높은 글도 있으니 일단 고~)


마마보이도 아니어서.


그러고 보니, 날 좋아하는 이유의 퍼즐들이 맞춰져가고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면도 있었겠지만,

다른 남자들에게 데어서 싫어했던 점이 나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전 남친들의 결정적인 단점들이,

나에게선 장점으로 나타나니, 그렇게 매달렸던 것 같기도 하다.


요, 앙큼한 기집애.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는 한번 분출하면 멈출 수 없는,

분노의 폭주 토크를 이어갔다.


"그 오빠 엄마하고 같이 밥 먹는데,

나 기절하는 줄 알았잖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이건 완전 끝판왕끼리의 대결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똑똑하지만, 지독한 마마보이.

엄마는 아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분.

여친은 철없는 부잣집 외동딸.


내가 그 어머니를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아들 하나만 출산하고,

남편은 묶게 한 여자 후배가 있었다.

너무나도 아들을 사랑하는 그 후배가 한 말을 들으며,

어떤 분 일지 대강 이런 것 아닐까 싶었다.


"내가 몇 달 동안 배 아파서 낳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정성스럽게 키운 우리 아들.


뺏어가려는 ‘여자애’하고 난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


(브런치 같은 공개된 곳에서 그래도 명색이 문인이라 ‘여자애’라고 표현한 거 아시죠?

실제로는 한 글자로 표현했습니다. ㄴ)


‘그러는 넌 너희 시어머니 아들 안 뺐었니?’


그런 말 하면 또 싸우자는 것 밖에 되지 않아, 말은 안 했지만,


그때 엄마의 지독한 아들 사랑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시월드'의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아들을 남들이 부러워하는 XX 만든 어머니는 처음 만날 때부터 전투 자세셨다고 한다.


하긴, 아들내미 지독하게 공부시키고 신경 써서 좋은 대학 보내고,

좋은 직업 만들어주신다고,

불철주야 쫓아다니고 비싼 학비 대고,

고생하신 분이었는데 오죽하셨겠나.


그러니, 결혼할 때, 집, 차에, 다른 열쇠 하나까지 가져오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열쇠,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또 곤란해지니까 언급하진 않습니다. 대충 아실 겁니다.)


묻는 질문마다 뭔가 고까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네, 네"


대답만 하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우와, 같이 밥 먹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으면,

명절 때 가서 같이 음식 하고, 자고 오고 그런 걸 어떻게 해?"


"그러니까 헤어졌지."


명쾌한 그녀였다.


전 남친 XX의 어머니는 요구사항도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우리 아들 챙겨라.

우리 아들 뭐는 못 먹고, 뭐는 좋아한다.

이런 건 질색이니까, 너 좋다고 하지 말아라 등등


하하

그런데, 우리 여친이 남친을 그렇게 챙길 사람인가!


늘 챙김 받던 사람이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헤어졌다니깐"


"바로?"


"바로는 아닌데 조금 만나 보니까,

안 되겠더라고.


오빤 마마보이가 아니어서 좋아.

건강하고 ㅋ“


한번 더 확인 사살을 하려는 그녀였다.

(오랜만이군. 그 총 훗)


별 희한한 게 장점이네.


아, 그래서 여자들이 나이 먹을수록,

만나는 남자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단점, 하자가 있다고 하는 거구나.


근데, 본인 하자는 어쩌시고 ㅎㅎㅎ


참, 어려우면서도,

이래서 세상은 재미있다.



아래가 다음 회입니다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74


* 이 이야기의 제목을 뭘로 하면 좋을까요?


글 계속 쓸 거면 매거진을 하나 만들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


한 작가님이 말씀 주신, ‘강남 스캔들’ 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더라구요 ㅎㅎ


창작은 이래서 어렵습니다. 잘못해서 표절할 뻔.


‘소개팅 in 강남’ 이나,

‘love story in 강남’ 으로 갈까도 고민 중인데,

좋은 생각 있으신 분 말씀 부탁 드립니다 ^^


아래가 첫회부터 보실 수 있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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