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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31. 2023

늦은 밤 양치질 금지

오타로 본 세상

처음에 아파트 게시판에 있는 이 글이 무슨 뜻인가 싶었다.


늦은 밤이라도 양치질을 하고 자야 하는 것 아닌가.


이상해서 게시판 내용을 좀 더 보고, 늦은 밤 세탁하지 말라는 다른 내용까지 보니, ‘망치질’을 잘못 쓴 거구나 싶었다.


순간 너무 웃겼다.


어떻게 이렇게 오타를 칠 수 있지. 일부러 웃으라고 이런 건가.

싶었다.


하긴, ‘먕치질’ 이라고 오타를 쳤으면, 다시 읽어 봤을 때 이런 단어가 없으니 쉽게 눈에 띄고, 맞춤법 검색에서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의식의 흐름대로 지난 밤에 양치질을 안 하고 주무셨는지, 단어 자체는 올바른 양치질이라고 쓰셔서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친절하게 볼펜을 꺼내서 수정해 드렸다.


이 정도면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 법률 용어로 보면 경과실 정도인 것 같다. 작은 실수.




전에 꽤나 유명한 주간지에 독자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즐겨 보던 주간지이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했다. 자칫 광고가 될 수 있어 매체 이름은 언급하지 않으련다.


발행된 주간지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내고, 좋은 의견이면 지면에 실렸다. 나중엔 좋게 봐주셔서 칼럼도 쓰게 되었다. 그런 나의 글을 그 주간지에서 발견하고 회사 분이 나에게 이런 글도 쓰냐고 말씀을 주시기도 했다.


어쩌면 브런치를 필명으로, 부캐로만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회사 생활과는 글쓰기 활동과 조금 분리하고 싶어서다. 꽃미남 스타일도 아니라 연예인 팔자도 아니어서 누가 알아보는 것도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 브런치도 한지 몇 달이 되고, 어쩌다 등단에 출간까지 하면서 잘 모르는 회사 분이, 찾아와서 글 잘 읽고 있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분은 ‘회사 다니면서 회사나 열심히 다니지, 뭘 그런 걸 하냐’고 꼰대 마인드로 덤벼드시는 분도 있으셔서 더 그렇다. 본인은 오만 짓 다하고 다니면서 ㅎ 내로남불은 도처에 널려있다.


암튼, 기사에 대한 의견도 의견이지만, 전공과 하는 일이 서류를 보는 일이다 보니, 남들보다 오타를 잘 보는 편이다. 사람이니 당연히 글 쓸 때 오타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 나도 물론 그렇고. 그래서 내가 써놓은 브런치 글이랄지 다른 글들을 다시 보는 이유도 혹시 그런 오타가 있지 않나 확인해 보기 위함도 있다. 어떤 작가님 말씀처럼 내 지난 글이 재미있어서 다시 보기도 하지만 ㅎ


일반적으로도 그런데, 변호사 의견서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서 그리고 대중에게 읽히는 신문 기사 같은 곳에선 오타가 신뢰성에 타격을 주기도 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오타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많다.


그래서 신문사에서는 기자들이 워낙 베이스가 사회학과 같이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인데도, 데스크에서 기사가 문제가 없는지, 자사 편집 방향과 맞는지와 함께 오타도 본다. 비문도 보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proof reading이라고 오타 잡아내는 사람도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새로 발간된 잡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받았는데 표지를 보고 많이 놀랐다. 이미 발간되고 오래 되었지만, 매체 신뢰성 때문에 대놓고 어느 잡지 언제 몇 호의 무슨 제목이라는 말은 못 하겠고, 이런 식이었다.


“A라는 높은 사람이 문제가 있는 의사결정 사항을 컨펌했다.”

라고 쓰고,


또 친절하게, 컨펌 옆에 ‘conform’ 이라고 영어로 써두었다. 너무 대문짝만 하게 써 있는 그 영어 단어를 보고 많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자랑스럽게 잘못 적을 수 있지? 더군다나 기사 본문도 아니고 표지 제목으로다가.‘


컨펌은 ‘confirm’ 이라는 영어 단어로, 실생활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다. ‘컨펌을 받았다.’ ‘그 분이 컨펌했다.’ 등.

그래서, 신문 기사에서까지 영어를 굳이 그렇게 와 닿으라고 쓴 것 같은데, 쓸려면 제대로 쓸 것이지.

순응하다, 따르다는 뜻의 ‘conform’으로 저렇게 확연하게 드러나게 쓰면 어떡하나 싶었다. 이 정도면 너무 중요한 곳에서 확실히 틀렸고, 매체 신뢰성 측면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중과실이라 볼 수 있다.


보자마자 바로 담당 기자님께 전화를 걸었다. 하는

말씀이 더 가관이다.


“원래 기자들이 영어에 약해요. 그리고, 여러 사람이 보는데도 마이너한 곳에서 틀린 것은 잘 찾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틀렸겠어 하며 방심해서 넘어갔다가 오타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라고 말했다.


솔직히 내가 신문사 사장이었으면 엄청 뭐라고 했었을 것 같다. 해봐야 독자 위원에, 칼럼이나 쓰는 입장이었으니 그렇군요 하고 넘겼다. 그리고, 이미 발간되어 팔리고 있는데 어쩌겠나.


그 후로 방송 예능이나 뉴스에서 대놓고 오타가 난 걸 보면 웃기기도 하는데, 아 저래서 저렇게 틀리는구나 한다.




일반인들이 평상시 제일 많이 헷갈리고 틀리는 말이 ‘다르다’와 ‘틀리다’ 이다.


이건 너무 많이 틀리다 보니, 바로 잡아주기도 이젠 귀찮을 정도다. 보통 ‘다르다’라고 써야 하는 곳에 ‘틀리다’ 라고 쓰는 분들이 많다.


‘다르다’는 영어로 하면 different,

‘틀리다’는 영어로 하면 wrong으로,

‘차이가 있다’와 ‘잘못되었다’ 라는 확연한 의미의 차이가 있는데도 그렇게 대놓고 많은 사람들이 틀리는 걸 보며 왜 그럴까 생각까지 해봤을 정도다.


(여담이지만, 해외 여러 나라에 살면서 안 죽고 먹고 살려고 외국어를 여러 개 할 줄 알다 보면, 비교 언어학적인 방법이 가능해서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언어에 대해 더 잘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 이야기는 별도로 한번 다루겠다.


한 가지만 이야기 하고 넘어가면,

터키에서 주재원을 할 때, 터키어로 ‘수’가 우리나라 말로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다들 아시는 대로 한자가 ‘물 수’다. 우랄 알타이어의 같은 계통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터키를 ‘튀르키예’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이 우리가 아는 ‘돌궐’ 족이다. 터키에서 살아 보면, 이상한 친근감이 더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말들만 보아도 ‘형제의 나라’ 라는 것이 다만, 6.25 참전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총알고둥님 블로그


다시, ‘다르다’를 왜 ‘틀리다’로 자꾸 틀리기 쓰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넌 틀렸어’라고 지적하려고 하다 보니 이것이 짬뽕이 되면서 ‘다르다’ 라는 말이 나올 곳에서 ‘틀렸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원래는 ‘아, 그건 이 건과 달라. 그래서 니가 틀렸어.’

라고 말해야 하는 것을, 성격 급하게,

그냥 ‘그건 틀려.’라고 말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 놈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아라’ (영어로 initiative)는 말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 난 맞고 넌 틀리다라고 말하며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는 발로 때문에 부지불식 간에 자꾸 ‘틀리다’는 말이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심지어, ‘분리하다‘와 ‘불리하다’를 구분을 못해서,

뭘 나눠서 봐야 한다라고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리하다’를 발음대로 쓰다 보니, ‘불리하다’라고 쓴 것을 보고 크게 웃은 적도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이것들을 서로 불리해서 봐야 하니까’


중요한 이메일에 이렇게 대놓고 임원 분이 오타를 치셔서 사무실에서 빵 터져 버렸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나오고 거기서 박사까지 하셨다고 그 잘난 척 하던 양반이 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렇게 대놓고 오타를 내다니. 높으신 분들 여럿 포함한 메일에 그렇게 오타를 떡하니 내서 보내니 웃길 수 밖에 없었다.


그날따라 이게 왜 그렇게 웃겼던지, 자꾸 그 메일을 보게 되고, 중요 메일함에 따로 넣어둘 정도였다. 나중에 우울할 때 다시 보려고.

그 대놓고 오타 낸 임원 분이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같이 좀 웃자고 물어서 당황하기까지 하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대놓고 말하면 민망할까 봐 말은 못 하고,

‘그냥 세상 사는 게 재밌어서요.’ 하고 어물쩍 넘어갔다.


마지막은 말하기에도 약간 조심스럽지만, 자칫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오타 사례를 말씀 드리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법적으로 중과실은 사기나 고의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중대한 과실은 피하고 조심하는 게 좋다.


요즘 ‘단톡방’을 많이 한다.

카톡에서 여러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들고 다니는 휴대폰에서 공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잘 활용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남성, 여성 직원들 모두 들어가 있는 단톡방도 많다.


그런데, 한 임원 분이,

‘이 단톡방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를 보내려고 쓰셨던 것 같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치다 보니 오타가 나기 일쑤다. 가장 많은 오타가 ‘단통방’이다.


그런데, 이 분은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틀린 ‘단통방’을 급하게 수정하시다, 틀린 ‘통’을 ‘톡’으로 수정해서 보내셔야 했는데 그건 실수로 고치지 않으시고, 맞는 ‘단’을 잘못 수정해서 보내셨던 것 같다.


실수지만, 여기에 대놓고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오타라 직접 쓰지는 않겠다. 그냥 어디 뉴스 사회면 사건 사고를 보시다 머리에 남아 그렇게 잘못 쓰셨겠지 하고, 오타 빨리 삭제하고 고치시는 게 좋겠다고 황급히 연락을 드렸다.


본인도 빨리 치고 일 하느라 다시 안 봐서 모르고 있었던지, 깜짝 놀라서 바로 지우고, 사과까지 남기셨다. 오타는 인간미와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내 글에서 오타가 없기를 바라고,

스스로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지적도 받고 수정해 본다.


오타는 인생의 실수와 닮은 구석이 많다.

실수는 최대한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발생하면 바로 수정할 수 있으면 수정하는 게 좋다. 특히, 큰 실수라면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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