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한 가지 현상을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깃집과 술집에 저녁만 되면 사람들이 부어라 마셔라, 실컷 먹자를 외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지요.
'다들 저렇게 돈이 많나 보다.'
싶었습니다.
제 통장엔 몇 만 원 밖에 없어서,
친구와 학교 앞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순대에 소주나 한잔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것마저 없으면 편의점에서 소주와 새우깡을 사다가 먹곤 했지요.
솔직히 맥주가 시원하고 맛있는데 잘 취하지도 않고 배만 불러서 화장실에 귀찮게 자주 가야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돈은 더 들어서 잘 마시지 못했습지요. 고기도 양껏 먹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소고기는 내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나만 왜 돈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몇 백씩 월급을 받는 사람은 그나마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돈도 못 벌고, 부모님 용돈 타 쓰는 게 거의 다일 또래 친구들이 그렇게 쓰는 걸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다들 집이 부자인가? 그래 보이지 않는데.'
그러다 어느 날은 낮 수업이 갑자기 공강이 되고 다음부터 수업이 없어서 학교를 일찍 나왔습니다.
정문 쪽에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신다는 분들이 있었지요.
신용카드를 만들어 본 적 없던 지라, 가만히 보고 있는데, 저와 같은 대학생 친구들도 카드를 만들고,
홍보용 선물 같은 걸 막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판촉용 선물에 혹하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신용카드란 게 결국 빚인데,
'내가 저 빚이 감당이 될까?'
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습니다.
어차피 쓸 돈도 거의 없고, 없으면 안 쓴다는 주의가 머릿 속에 자리 잡혀 있고, 생활 습관에 각인되어 있어,
누구에게 돈 빌려서 맛집 가거나 그런 일은 당연히 없었지요.
그것은 회사 생활을 오래 해서 집도 있고, 대출도 다 갚고, 저축도 오랜동안 해온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궁금해서 한도를 물어보니 몇 백 정도 되길래,
‘저 정도로 돈을 만일 쓴다 치자.
빚으론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니까.
그런데, 다음 달에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당연히 대학시절엔 남들 다 카드 만들고 있는데도, 저는 만들지 않고,
저녁마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먹방 찍는 사람들을 계속 신기하게 보았습니다.
그러다 이런 뉴스를 접했습니다.
'신용 대란' '부실 채권' '신용 불량자' '파산 신청자 속출'
역시 생각을 해봤을 때, 이상한 것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후로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부작용에 관한 뉴스를 보며
'남들이 다해도, 역시 이상한 짓은 안 하는 것이 좋아.'
라는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신용카드는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룹사 금융기관에서 혜택이 많다고 하도 난리 치고,
동기들이 다 만들길래 같이 만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체크카드를 주로 쓰고, 신용카드는 너무 안 써서, 정지 내지는 휴면 상태가 된다는
메시지를 받곤 합니다. 그러면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음료 하나 사 먹으며 정지는 안 되도록 유지할 정도였습니다.
신용카드로 밖에 결재가 안 될 때나 확연히 이득인 것이 아닐 때에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3개월 무이자 할부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현금흐름을 좋게 하고, 줄 돈을 늦게 주고, 그 돈을 굴려서 이익을 만들어라고들 하는데요.
돈이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냥 일시불 체크카드로 쓰고 잊어버리는 편입니다.
늦게 갚아도 빚은 어차피 족쇄니까요.
회사를 다니며 주식 투자도 하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 현상을 봤습니다.
매출이 몇 조원인데 영업이익이 1000 억 원.
어떨 땐 대규모 적자 5000억 원, 1조 원 적자가 나는 회사들을 보면서지요.
저는 동네 슈퍼마켓을 하면서도 그래도 영업이익률이 10%는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만원 어치 팔면, 그래도 1000원은 벌어야 장사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단순한 생각이지요.
'10%? 순진하긴.'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의류나 이런 저런 사업의 경우 마진율이 50% 혹은 그 이상인 경우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마진율이 높으면,
말은 '차별화된 가치를 선사한다.'
로 포장하지만,
저는 왠지 사기를 치는 것 같습니다.
사기 당하기 싫어서 그런 제품은 일체 사지 않구요.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해도 그냥 꺼버립니다. 사실 좋아하는 연예인도 몇 명 없구요.
자꾸 보다 보니, 좋다고 하니 필요해 보이는 것이지,
막상 사면 안 쓰고 쳐 박아두고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없어도 사는 데에 별 지장 없는 것들도 많구요.
이익률 이야기로 다시 가보면,
그 굴지의 기업들이 만원을 팔면 1000원도 벌지 못하고,
겨우 100원 벌고,
어떨 땐 1000원을 손해 보거나, 때로 3000원, 5000원씩 적자를 보는 걸 보며 신기하다 생각했지요.
아시다시피 큰 회사는 들어가기도 힘들어서, 좋은 스펙을 갖춘 사람들이 어렵게 들어가서,
그런 사람들끼리 열심히 협력도 하고 때로 경쟁도 붙이면서 일을 하는데도,
'왜 그런 형편없는 결과가 나올까?'
의아했습니다.
앞으로 간만에 제가 보고 느낀 그런 주관적인 이야기를 몇 편 써보려 합니다.
아마 회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목표로 하는 곳이라면,
자주 일어나는 일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