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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pr 30. 2023

간만의 기업 탑방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60


전에 다른 글에서 제가 한창 주식 투자를 많이 할 때 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본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관련 기사를 확인하는 것으론 사실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보는 정량적 가치 외에, 정성적 가치 평가도 사실은 매우 중요하지요. 이런 이유로 해당 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직접 만나서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참 유용합니다.


다만, 회사에서 홀대받는 분들은 그 회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점 파악 면에선 좋지만,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기도 합니다. 해서, 가급적 복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IR (investment relationship, 투자 유치 및 주가 관리팀) 이나 PR (public relationship, 홍보) 팀 분들은 또 너무 자기 회사 좋다는 이야기만 해서 더 그렇습니다.


이런 것을 알고 증권사 형들과 20년 정도 주식 투자를 해 온 제가 보기에, 주식 투자 모임이라고 모여서 무용담 위주의 정보 공유를 하는 분들을 보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사실 그 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더 유용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해당 회사에 소속되신 분들을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소액 투자하시는 분들이 만나서 정보를 나눈다는 명목 아래 말씀을 나누시는 것 같지만,


그걸 보면 예전에 증권사에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주가 변화를 보여주는 전광판을 보다가, 신문도 보고 옆 사람과 대화도 하는, 반 경로당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요?




오랜만에 여윳돈이 생겨, 투자처를 알아보고 있는데,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Z 기업에서 저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전에, 해당 업종 활황기에 그 기업 주식으로 재미를 본 기억이 나서, 투자 검토를 하기 위해 최근 재무제표와 관련 기사 검색 그리고 지인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덕분에 요즘 그 업종 돌아가는 소식도 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기업은 나름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매출 기준 순환출자제한 대상 기업군으로 일반에선 대기업이라고 불릴지 몰라도, 엄격하게는 흔히 말하는 4대 그룹 +a 에 속하지는 못했습니다.


네임 밸류 (이름값, name value)가 4대 그룹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신입사원 연봉을 조금 더 주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수 인재 유치 경쟁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름값에 약해서 그래도 대한민국 1위를 해봤다는 그룹에 들어가긴 했지만요.


그리고, 이 곳에서도 나름 재벌이라고 갑질을 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생겨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해졌습니다. 피자집 사장님도 돈 벌더니 그렇게 갑질을 해서 사회면에 나와 그 피자 체인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요. 피자집 사장님이 Z 기업과는 비할 정도 규모의 사업을 하신 분은 아니지만, 돈이 많아지면 다들 이렇게 눈에 뵈는 게 없기도 하나 봅니다.


이직 제의가 온 해당 팀은 나름 그 회사 내에서 핵심 조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풍파가 많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팀장이 팀원들과 갈등이 많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팀장도, 그 전문가 집단이라는 팀원들이 서로 싸우며 문제가 많으니, 전문가가 아닌, 그 회사에 오래 다닌 resource 관리형 리더가 선임되었다는 것이었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첫 번째는 어찌 되었건 리더가 구성원들을 잘 다독거리고 이끌어 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나 보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좋은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것이 best 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가 쉬운가요.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보완하고 갈등이 있으면 그걸 잘 풀어서 원하는 목표 혹은 그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 봅니다.


또 한편으론, 정말 그 팀원들이 주제도 모르고, 자기 잘난 맛에 리더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일도 잘 하지 않았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방이 100 프로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양쪽이 부딪히니 싸움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인생 경험과 투자를 위한 정보 수집 차,

전에 면접비 같은 것도 챙겨준 것 같아서, 그것 받아서 밥이나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가봤습니다.


요즘 마켓에서 제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연봉에서 상승폭은 어느 정도 될런지도 궁금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interview 당일 안내를 담당하는 친구가 전화가 왔습니다.


9시 45분 경에 전화가 왔는데, 10시 약속인지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예정된 시간은 10시 30분이었거든요.


자기 딴엔 미리 체크한다고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거기까진 좋았지만, 시간의 detail을 틀린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친구들이 숫자 0 하나를 빼먹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 반응이 신기합니다.


”10시 30분 약속이라, 지금 가는 중인데요.“

라고 제가 말하니,


“그러세요? 늦지 않게 오세요.”

라고 말하고 끊었습니다.


시간을 착각해서 너무 일찍 연락해서 미안하다 그런 소리는 없이,


‘그럴 수도 있도 있지 뭐.

니가 뭔데? 어차피 여기 면접 보러 오는 주제에.

난 여기 직원이거든.‘

그런 네가지 없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어이쿠, 내가 취준생이었으면 아주 큰일 났겠다.

지금 정규직으로 Z 기업보다 더 크고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습니다. ㅎㅎ


사원급의 어린 친구 같은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다면 평가 등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에게 지적을 하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직이 잦아지며 개인주의가 많아지다 보니, 젊은 꼰대 소리 듣기도 싫고, 빗나간 애정으로 보일 수 있어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본이 안된 친구들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도착해서 interview 장소로 가니, 세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한분이 그 resource 관리팀장, 그리고 나머지 두 분이 전문가 팀원으로 보였습니다.


10분 정도 대화를 해보니,


‘잘못 왔구나.’

‘시간 낭비했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관리팀장님은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이 거의 없는 분이셨습니다. 업계에서 쓰는 기본적인 용어부터 설명을 해야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업에서 이런 관리형 팀장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연공서열 때문에 혹은 낙하산인 케이스가 많습니다. 보통 그런 조직은 제대로 가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을 해줘야 하는 리더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니 자신있게 책임지며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일 진행은 느려질 것이고, 이런 분들의 사는 방법은,


‘잘 모르니 알려달라’

고 말하며,

책임을 미루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리더에게 일이나 지식 등을 배우기는 커녕, 가르쳐 줘야 하니, 주니어든 전문가든 요즘은 모두 성장을 원하는데, 실망하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팀의 주축이었던 나름 능력 있는 친구가 그만두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전문가라고 앉아있는 두 친구도 실력은 부족한데, 고집불통형 인간이었습니다.


‘아, 내가 리더라면 저런 친구들 데리고 일하기 정말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경험이 짧아서 현업을 잘 몰라 다 아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았습니다. 본인은 팀장 앞에서 스스로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면접 보러 온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본인이 신나서 떠들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이 몰려 왔습니다.


현업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그럼 이 케이스는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하고 물으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나와서인지 그제서야 입을 다뭅니다.


다른 친구는, 뽑으려는 사람의 job description (무슨 일 해야 하는지 적어 놓은 것)을 제대로 읽고 오지 않았는지, 본인의 일과 관련된 질문을 자꾸 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저기 죄송한데, 지금 이 position은 A 아닌가요? 지금 말씀 하시는 것은 B position 쪽인 것 같은데요. 지금 일 하시는 것이 B position 인가 보시네요.“


라고 말하니, 그때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이상한 소리를 줄이더군요. 그 후로 본인이 그나마 아는 내용을 물어서, 조금 어려운 내용까지 같이 이야기를 해주니 이해를 못 해서 쉽게 설명해 주느라 혼 났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면접관이라고 외부 전문가를 뽑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업과 관련 없는 바보 같은 질문들을 계속 하길래,


‘으이그,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 여자친구 있냐? 를 물어라.‘

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면접 준비 중 알게 된 사실을 반추해 보니 이 친구들의 행동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회사의 오너가 회사가 일정 수준에서 발전을 하지 못하자, L 그룹 임원 출신을 주요 보직에 앉혔는데, 그 분이 보시기에 이 전문가라고 하는 집단도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려고 이 jop position에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세명을 보니 왜 그 임원이 그렇게 느꼈는지와 의도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임원은 detail에서 실수를 하고, 관행에만 따라가는 우를 범했습니다.


채용은 보통 보면,

서류전형 - 필기 (or 역량 검사 등) - 실무진 interview - 임원 or 사장 면접

으로 진행됩니다.


같이 일할 실무자들이 실무능력을 검증하고 같이 일할만한 사람들인지 먼저 보고, 통과하면 위 담당 임원이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론 그렇지만, 이 케이스에서 그 일반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 맞았을까요?


개판이 된 팀 분위기에, 위 임원이 자신들을 한심하게 봐서 외부 전문가를 데려오려 합니다. 이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지라, 자기보다 똑똑하고 경험 많은 사람이 와서 자기들 자리를 뺏고, 나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까요?


좋은 사람이 와서 모르는 것을 배우고,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이익이나 미래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은 케이스였지요.


이래서 정말 일 잘하는 사람은,

detail에 강합니다.


관행이나 다른 케이스는 참조용(reference) 일 뿐 자신이 그 상황에 맞춰 customize 하는 것이지요.


안 그래도 hr policy 정책에, 하위 10 프로 뿐만 아니라 너무 똑똑한 상위 10프로는 정리해야 한다는 바보같은 이야기도 있는데, 그 임원은 이러한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간과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10분 후의 나머지 시간은 혹시나 다른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박차고 나가면 예의상 조금 그래서 앉아 있었던거지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습니다.


이래서 이 기업이 대한민국 최고 기업군에는 못 올라가는거구나.

호황기 때는 잘 나가다가 어려운 시절에는 발전이 정체되고, 경영학 용어로 super star가 아니라, 잘해야 cash cow 수준에 머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사무실의 위치도 중요한데,

(결국 좋은 땅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그 기업의 수준을 말하기도 하니까요. 강남역 삼성 빌딩이 상징적이지요.)

나름대로 서울의 메인 지역에 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왜 중심지역에서 멀어졌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주식 애널리스트라면 이 기업 이름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구독자 분들도 많이 늘어나시고, 조회수도 너무 많아져 회사 initial 마저 달리 썼습니다. 하지만 단서들이 많아서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그런 회사에는 투자하지 마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리고 이직도 하지 마세요.

돈 몇 푼 더 받으려다, 이상한 사람들 만나면 오래 다니지도 못하고 병 생깁니다.


연봉 3천 올려준다는 말에 혹해,

10년 넘게 다니며 조직 문화에 익숙해지고, 회사 procedure도 잘 알고, network 마저 쌓인 회사를 관두고 나간 두 친구가,

한 친구는 겨우 1년 버텨서 경력과 퇴직금을 챙기고, 다른 친구는 3개월만에 도저히 안 되겠는지 퇴사한 일이 생각났습니다.


솔직히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에도 좋지 않은 분들이 계셔서, 외부 전문가라고 오신 분이 공황장애로 약으로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먼나라 남의 일이 아니지요.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냥 다니는 것이 더 나았던.


물론 이직해서 더 좋은 곳으로 가서 잘 적응하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며 대우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극구 말리고 싶군요.


회사와 사람을 잘못 만나면,

‘타인은 지옥’

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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