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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30. 2023

무용담을 함부로 늘어 놓으면 안 되는 이유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79


혹시 위 제 브런치 글에서 나온 이 친구를 기억하시나요?


구독자가 2000명이 넘었다고 뻥카 날렸다가,


"지금은 브런치 안 하는데요. 탈퇴했는데요."


라고 말했던.


그리고,


나온 회사에서 어떤 부서에서 무슨 일 했냐고 물어보니,


"일하던 부서 없어졌는데요."


대사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던 그 친구.


세상은 좁았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났습니다.




저희 회사로 영업하러 왔더군요.


어찌나 반가운 척을 하던지.

누가 보면 10년 넘게 자주 연락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지기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분명 그분이 저에게 친절하게 웃음을 보여주셨는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웃음 뒤에 가려진 가식과 거짓 그리고 목적이 보였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너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라고 앞에 대놓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감정 틀어지고 그럴 필요 없이,

어차피 우연히 지금 이렇게 만난 것일 뿐, 우리의 인연이 더 이어지지 않을 것을 아니까요.


"네, 안녕하세요."

하고,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고 헤어지고 다시 안 보는 것이 상책입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런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가면,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봐 왔기 때문에,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것에도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상한 사람을 잘못 만나면 기분 나쁜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작은 피해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이런 분들과는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합니다.


즉, 허영과 가식을 장착하고 목적과 과도한 욕심이 눈에 보이는 분들이요.


회의를 하고 식사까지 같이 하자고 하는데,

이런 분들과 밥까지 함께 먹기에는 제 비위가 약한 편이라, 바빠서 차 한잔만 하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기가 차린 회사에 고용한 친구가 3개월도 안 되어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본인이 이런 저런 일을 시켰는데, 기대와 달리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포기했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요구한 것이 너무 수준이 높았던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즉, 조금 더 들어 보니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자신의 수준이 높으니 써달라는 무용담이, 이 분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첫 번째는 직원을 잘못 뽑은 것이지요.

본인이 시키고자 하는 일에 걸맞는 사람을 뽑았어야지, 그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을 뽑아 놓고, 일을 시킨다면 제대로 할리가 없지요.

제가 보기엔 기대부터가 잘못된 것 같았습니다.


즉, 자신의 채용 역량의 부족을 자기 입으로 이야기한 겁니다. 안목이 낮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한 거지요.


두 번째는 만일 직원을 잘못 뽑았으면, 자신이 가르쳐야겠지요. 직원이 부족하면 스스로 보완을 잘 하던가요.


사람 잘못 뽑을 수 있습니다. 서류와 몇 번의 면접 등으로 사람을 뽑는데, 채용 실패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도 몇 명 없고, 자본금과 매출 그리고 이익도 얼마 안 되는 회사에,

과연 본인이 원하는 그런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인재가 지원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분이 저희 회사 직원 중 한 명에게,


"저 정도 분이면 우리 회사로 모시고 싶다."

고 말할 때,


그 말을 듣는 그 친구의 표정엔,


"아, 내가 이렇게 외부 사람에게서도 인정받는구나."

라는 자랑스러움은 없었고,


"아, 나한테 왜 이래요. 그런 말 입도 뻥긋하지 마세요. 저 여기가 좋아요."

라는 손사래 였습니다.


회사가 저 모양이고, 일이 끊기고 영업이 안 되어서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직원 월급은 제대로 주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연봉은 당연히 낮을 거고, 그걸 감수하는 수준의 사람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역량이 조금 부족한 직원을 뽑을 수 밖에 없었을 텐데, 그렇다면 그 직원의 역량을 키워서 자신이 요구하는 수준의 일을 하게 도왔어야 했겠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은 귀찮았거나 시간 낭비, 비용 낭비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직원 교육을 통한 역량 향상에는 아마 관심이 별로 없었을 겁니다.

아니면 스스로도 답을 구할 수 없는, 감당 안 되는 어려운 task 를 욕심에 던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 성향상 친절하게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도와주기는 커녕, 자기가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 쥐 잡듯이 잡았을 겁니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전형성이 보이는 분이었지요.


"왜 그것도 못해?"


"돈 받으면서 제대로 해보려는 노력도 안 하면서 무슨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거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실 겁니다.


그랬으니 그 직원이 버틸 수가 없었겠지요. 이런 분들이 일을 따야 하는 분에겐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지만, 직원들에게는 엄청나게 불편한 존재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대로 해주는 것 없이 권위만 내세우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나 여기서 3개월만 하고 나가야지."

하고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다.


아르바이트 잠깐 해서 돈 벌어서 할 것 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잘 해서 오래 다니고 회사도 성장시키고, 자신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겁니다. 현실적으로 1년은 다녀야 퇴직금도 나오고, 경력으로 인정되니까 더 그렇지요.


3개월 만에 그만뒀다는 것은, 도저히 이 인간 밑에서는 못 배겨 나겠다는 판단을 하고,

빠르게 손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쉬운 말로,


"코딱지만 한 월급 3개월 받아서, 병원비, 약값이 더 들겠다.

잘못하다간 돈 몇 푼 벌겠다고 했다가 큰 일 치르겠다."


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적은 연봉에, 형편없는 복지,

회사의 미래는 안 보이고, 당장의 일거리를 걱정해야 하며, 사장이라는 인간 인성과 실력은 저 모양.


제가 아는 동생이라도 만일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면 빨리 그만두고 다른 곳 알아보라고 조언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하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대포라면, 지금은 총 정도 되니 견딜만 해서 오래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거기서 그쳤으면 좋겠는데,

잘 들어주니 신나서 두 번째 무용담으로 이어집니다.


스스로는 영업이 먹히고 있다고 착각했으려나요.

아니면, 다음 기회가 없을 것이 느껴져서 마지막 노력을 기울였던 걸까요.


직원들이 자꾸 그만두니, 원래 한 파트씩 맡았던 일을 자신과,

같이 일하는 친구가 나눠서 이전 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하고 있다.


즉, 그 친구들 ID를 활용해서, 마치 그만둔 그 친구들이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

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전에 같이 한번 회의한 그 친구 이야기 하는 건가요?”


“예, 바로 그 친구입니다. ^^”


그 같이 일하는 친구의 표정은 썩어 있었습니다.


말하려는 의도는 내가, 우리가 이렇게 일당백이다.

결원이 생겨도 커버가 가능하다.


대충 이런 말을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은데,


앞의 얘기와 함께 뒤집어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해석되었습니다.


'그래, 한 명만 그만뒀겠냐.

당신이 그렇게 하는데 다들 그만뒀겠지.'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나가면 사람을 채용해서 키워서 일을 나눠서 제대로 해야겠지요.

결국 본인이 혼자 다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전문성이 있는지도 문제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의 적절한 분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였겠지요. 워크 로드 (work load)가 제대로 감당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5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될 가능성은 무척 낮겠지요.


쉽게 비유하면,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에 갔을 때, 사장님이 요리하고, 계산하고, 서빙까지 다 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래도 꽤 큰 식당인데, 여러 가지로 어려워서 인건비라도 아껴보자고 그러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는 손님의 숫자가 있는데, 그걸 혼자서 제대로 다 해낼 수가 있을까요? 바쁠 땐 2명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최소한 1명이라도 더 쓰던가, 단기 알바라도 쓰셔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당연히 주문도, 요리도, 추가로 시키는 것도 늦어지겠지요. 그러면 손님은 짜증이 날거구요. 더군다나, 음식 위생, 식당 청소 등이 과연 제대로 될까요?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바빠서 정신없이 오는 사장님이 뭐가 묻었는지 대충 닦은 손으로 제 카드를 받아서 계산하십니다.


웃는 모습으로 다음에 또 오시라고 하는데,

열심히 하시는 건 알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가 여러 명이서 할 일을 혼자 해서 만들어 냈다는 것을 보니, 가관이었습니다.


형편없는 결과물.

여기저기 실수와 디테일이 부족했죠.

시간과 여러 사람의 정성이 필요한데, 역량이 안 되는 사람들이 대충 한 것이 보였습니다.


제대로 조리되지 않은 음식과 설거지가 잘 되지 않은 수저 같았지요.


즉, 이 친구는 영업을 한다고 와서, 무용답이랍시고

자기 얼굴에 침 뱉기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무용담은 자칫 이렇게 위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잘난 척 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은 없기에 마치 방언이라도 터진 양 이렇게 쏟아져 나오기 쉽습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간파 당하거나, 이렇게 자신을 잘 알고 뒤집어 생각해 보고,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그 말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일도 발생합니다.


어쩌면 자본과 경험 그리고 실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받쳐주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지요.


예전엔 이렇게 큰 소리 빵빵 치며 하는 사기가 먹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꼼수는 금방 들통나고, 정면 승부해서 검증받아야 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웃으며 가식적인 말로 어떻게 요리가 되는 시절도 있었지만, 점점 그런 시절은 가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 보려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검색만 해보면, 웬만한 전문가가 갖고 있는 자료 이상의 내용들이 쏟아집니다.

거기서 좋은 자료를 가려 내는 것이 일이 되었지요.

검색 tool도 매우 다양합니다.

이제 chat GPT가 그 검색 시장마저 대체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사람, 그 회사에 대해서도 검색 및 평판 확인이 무척 쉬워졌습니다. 즉, 예전처럼 어느 정도 덮어 놓고 믿는 시절은 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실을 갖추고 객관적인 결과물 그리고 실적을 쌓아가지 않으면, 그런 증명 없이는,

쉽게 믿어주지 않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구요.


그 친구가 하루 빨리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바꿔서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와는 안 맞지만, 그래도 제가 알았던 사람이 좋지 않은 상황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굳이 본인이 밥 먹자고 하다가 조금 그렇다고 하니, 나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잡았습니다. 그러고 커피집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1/N로 계산하려고 쳐다 봤더니, 같이 나눠서 돈 낼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기에 저희가 그냥 계산했습니다.


아마 난 혼자고 너희는 둘이니까 너희들이 내 것까지 계산해 주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어?

대충 이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작은 거니까 뭐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몇 천만 원, 몇 억 이상의 일을 따러 영업하러 왔다는 친구가 이 작은 것을 갖고 이러고 있었던 겁니다.

각자 먹을 것 나눠서 계산하는 것이 요즘 회사에서 강조하는 compliance 때문에 그게 저희도 편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것으로도 사람 기분에 스크래치를 냅니다.


차라리 돈이 없거나 아까우면 먹자고 하지 말던가, 돈 없으니 사달라고 솔직히 말했으면 불쌍해서라도 얼마 안하니 사주면 되는데요. 무용담 늘어 놓고 막상 얻어먹으려 하는 게 소위 쪽팔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과연 자기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했을까요?

이 정도면 사장이랍시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해서 직원들에게 직원들 사비로 계산하라고 시켰을 것 같습니다. 들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랬다고 합니다. 아끼는 건 좋지만, 자기가 먹자고 했으면 자기 것은 자기가 내는 게 좋았을텐데. 이런 분과는 앞으로 엮이지 않게 굳이 서로 사주지 않는 게 더 편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밝게 또 보자고 인사하고 가는 그 친구를 배웅하고, 그 친구를 지난 번에 썼던 사람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안 되겠지?"


저는 그냥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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