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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pr 03. 2023

그녀와 달콤살벌한 쇼핑

내 사랑 강남 싸가지 (14)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49


이 연애수필을 쭉 읽어 오신 분들은 제목만 보셔도 아실 겁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맞습니다.


그 전까지는 애교 내지는 예고편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이야기까지 오기까지 ㅎ


오늘부터 몇 편으로 나눠서 퇴고 후 순차적으로 업로드 예정입니다 ^^




"오빠, 오늘은 미세먼지도 많다니까 백화점 쇼핑이나 갈까?"


나름 인생을 당당하게, 어딜 가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나지만,


그녀의 그 한 마디에,


오들오들 떠는 사시나무가 되었다.


프랜차이즈 밥집도 안 가고, 끌고 다니는 차에, 입고 다니는 옷에,

그녀가,


"오빠, 이거 예쁘다."

라고 말하면 어쩌지 하며,

오늘도 강아지가 되어 끌려갔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뭔가 옷들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이게 별로넹,

여기 디자이너 바뀐 이후로 좀 이상해졌어."


'니가 이상해 흐

그래서 날 만나나? 난 이상이라고 해. 쿠쿠'

(죄송함다;; 요즘 날씨 좋은데, 주말에 도서관에 박혀 있다 보니 정신이 약간 ㅎ)


“맘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가자.”


"웅"


그녀와 백화점을 다니면 이것 하나는 좋았다.


주로 사람 없는 쪽으로 다닌다는 것.


사람 많은 곳을 나이 들수록 누가 좋아하겠나?

가끔 세상 돌아가는 것 보고, 사람 구경하러 갈 때가 아니면.


붐비는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 콩나물 보관소가 된 엘리베이터.

숨 막히는 곳이 좋을 리 없다.

하다 못해, 동물들도 적정 공간이 있어야 움직이고 숨을 쉬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을 비좁은 돼지 우리에 넣어 두면 엄청 힘들다. 언젠가는 여유 있고 편안한 세상이 오겠지.


그런데, 백화점 내에 그녀와 다니는 곳엔 왜 사람이 없었을까?


맞다.

비싸서 사람이 없었다.


백화점에도 할인행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중저가 브랜드에는 사람들이 많다.

쉽게 말해 문턱이 낮다.


티 하나에 2-3만 원에 살 수 있는 곳이라면 다들 나름 편한 마음으로 제 집 드나들 듯 간다.

하지만, 티 하나에 30만 원이고, 웬만한 옷은 100만 원 가까이 되거나 넘는다면 제 집이 아니게 된다.


그녀가 관심있어 하는 브랜드는 다 내가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였다.


'나이키', '유니클로' 등등

잘 나가는 브랜드들이니 비하가 아닌 것 잘 아실 거다.

나름 비싼 운동화나 옷도 있지만, 그녀는 그런 브랜드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내가 관심있어 하니까 같이 간 적은 있었다.

하지만, 먼저 그녀가 가자고 한 적은 없었다.


희한한 이름의 브랜드에 들어가서 옷을 보면,

어지간한 건 백만 원 단위의 옷이었다. 200, 300 하는 옷들도 태반이었다.


"오빠, 이거 어때?"


그나마 맘에 들었다고 입고 온 원피스가 1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Theory? 오피스 룩으로 나름 괜찮은 브랜드라고 알고 있었고,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그녀에겐 신통치 않은 브랜드였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다 주시는 옷을 주로 입고 다녔던 어린 시절의 나와는,

참으로 많이 달랐다.


"별론데, 고급 진 자기한테는 잘 어울리지 않아."


매장 직원 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가끔씩은 마치 이 철없는 부잣집 외동딸을 두고, 명품 매장 직원 분과 나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남자가 돈 내야 하니까 그렇게 나오시겠다?'


"잘 어울리시는데 무슨 소리하세요. 딱 떨어지는 끝 라인하고 디테일하게 처리된 여기 좀 보세요."


'아주머니야 이거 팔아야 월급 받으시겠지만, 저도 제 월급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너무 타이트해 보인다. 다른 데 좀 더 둘러보자."


하지만, 이럴 때 아무리 달콤한 말로 팔아 넘기려 해도, 잠자리를 함께 할 정도로 가까운 남친의 말을 좀 더 듣지 않을까?


그리고, 내 객관적이고 냉철한 면도 잘 알고 있기도 했고, 100% 맘에 들어야지,

뭔가 부족하고 맘에 안 들면 좋다가도 금방 싫어지는 우리 공주님의 심리를 잘 아는지라,

매장 직원분과의 신경전에선 보통 내가 승리하곤 했다.


"비싼 것 사서 오래 입어야 하잖아. 한번 입고 버리려면 중저가 브랜드 사지,

왜 맘에 안 드는 걸 참고 비싼 돈 줘가며 이걸 사?"


카운터를 날리고, 노력이 허사가 된 매장 직원 분께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훗훗'




"배 고픈데 우리 밥 먹을까?"


"그랭"


말 잘 듣고 밝을 땐 왜 이렇게 예쁠까?


찰싹 붙어서 걸어간다.


하지만, 방심도 잠시.


내 발걸음은 푸드 코트로 향하는데, 여친의 마음은 고층 비싼 식당가로 향한다.


백화점이라는 곳이 참으로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것이, 비행기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석의 편함과 서비스와 차이와 같다. 가격 차이는 두 배인 것 아실 거다.


푸드 코트에서 그래도 나름 맛집이라는 프랜차이즈에 가서 간단히 먹으면,

그녀는 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맛 없어."


"사람 너무 많아."


이런 말을 꼭 하곤 했다.


그래도, 사람이 의식주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제일 중요한데, 밥 먹을 때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많이 양보를 하곤 했다.


그래서 고층 식당가에 가서 주로 밥을 먹었다.


아시죠?


저층 푸드코트에서 샤부샤부 둘이서 먹으면 싸게는 2만 원, 비싸도 3-4만 원에 먹을 수 있는데,

고층 식당가에선 비슷한 음식이라도 싸게 먹어야 5-6만 원, 비싸면 10만 원 훌쩍 넘는 걸.


그래도 어쩌겠나?

노가다를 하든, 대리 운전을 하든 먹고 싶은 것 잘 먹어야 웃고 산다.


특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도 썰고 파스타에 와인도 한잔 하시는 걸 좋아하는 그녀였다.

오죽하면 첫 화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처음 만나자마자 "스, 스테이크" 소리 나오게 만들었겠나?


"오빠 맛있는 거 먹으니까 살 것 같다, 그지?"


오랜만이군.

그지...


지금 넌 날 그지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니? ㅎ


철없이 밝은 얼굴로, 본인이 좋아하는 맛집에서 먹고 싶은 것 먹는 그녀를 보며,


희한하게,


'너희 부모님은 참 좋으시겠다.

딸내미에게 맛있는 것 사주실 맛 나시겠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는 짜증 날 때와 좋을 때의 표정이 정말 명확했다.


짜증 날 때 굳은 표정으로 말 걸기도 무서울 정도인데,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자기 말로도 자기는 표정에 너무 감정이나 생각이 드러난다고도 말하곤 했다.


그 덕에 참고 있다가 폭발하는 적은 거의 없었다.

바로 폭발하기 때문에 감당 안될 때는 있었지만,

전혀 낌새를 못 채고 있다가 뒤통수 맞거나 쎈 것이 오지는 않았으니,


예측 가능성이 그녀의 장점이라고나 할까.


두 얼굴의 사람이 되어야 하기도 하는 사회 생활에 부적합하다고 할까? 하긴, 사회생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더 그런지도 몰랐다.


그렇게 식전빵까지 한번 더 시켜 먹을 정도로 잘 먹고, 와인까지 곁들이니 노곤노곤해졌다.


아, 그녀는 식전빵 리필하는 나에게 늘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메인을 맛있는 걸 먹어야지,

그걸 또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 배 채우러 왔어?

근데, 그게 맛있긴 맛있지. 따끈따근하공 헤"


그럼, 밥집에 배 채우러 왔지, 기도하러 왔니?


맛있는 것 모두 쓸어 담을 수 있는 뷔페집을 좋아했던 나와, 맛있는 것을 적은 양을 먹는 그녀와 나의 차이였다.


뷔페집에 가도,

내가 좋아하는 뷔페집은 2-3만 원 정도의,

애슐리같이 줄 서고 번호표 뽑기 일쑤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고,


그녀가 가는 곳은 5만 원 이상의 해산물 뷔페도 아니었고, 10만 원 이상의 호텔 뷔페였다.


밥 먹고 또 다시 백화점 투어를 시작했다.


백화점은 참 돈 있는 사람들에겐 아름다운 곳이다.


깨끗하지, 서비스 친절하지, 맛있는 것 많지, 이름답게 백가지 제품이 눈을 사로 잡는 디스플레이로 널려 있지.


어머니와 어린 시절 시장에 장 보러 갈 때 따라가서,

이것 저것 보고, 배 고프면 꽈배기나 찐빵 하나 얻어 먹으며 기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백화점 쇼핑은 물건 보러 가고, 밥 먹고 산책하고 내용은 비슷한데,

삶이나 스타일은 큰 차이가 있었다.


마치 그녀와 나처럼.



그녀와 달콤살벌한 쇼핑 (2)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24



아래가 첫 화부터 보실 수 있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입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대문 사진 : 네이버 zizu 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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