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Jun 03. 2023

잘난 척 하지 않고 남에게 배우려는 이유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58


지난 번에 ‘지레짐작 금지’ 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글이 조금 짧아서 아쉬웠다고 하신 분들도 계시고,

쓰다 보니, 생각 난 내용이 있어 연결해서 좀 더 적어 봅니다.


내 사랑 강남 싸가지를 연재하고 있는 연애수필 작가답게, 저도 한 때는 4가지가 없을 때가 있었지요.


역시 남녀는 끼리끼리 ㅎ


중학 시절 1, 2학년 때는 별 생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만 열심히 공부해서 반에서 5등 정도 하는 아이였지요.


그 어린 나이에 무슨 여자친구였겠냐 만은, 친하게 지내는 이이들 사이에서 나름 여자친구도 있고, 나름 성숙하게, 나이에 맞게 잘 놀며 지냈습니다.


(제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는 지난 다른 글에서 한번 살짝 말씀 드렸지요 ^^;)


그런데, 중3 때가 되니, 갑자기 뭐에 씌웠는지, 내가 지금 이렇게 살면 어떤 삶을 살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물려 받을 것도 없고,

물려 받기는 커녕, 빚이라도 떠 아는 것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지요. 실제 저희 아버지와 삼촌들이 할아버지가 큰 할아버지 빚 보증 들어준 게 사고가 터져서 다들 그거 갚느라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자본이 없으니 사업은 당연히 안 되고,

빚 내서 사업했다간 인생 나락 갈 것 같고,

결국 어중간하게 공부해선 안 된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요.


그때부터 갑자기 미친 듯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랄 게 뭐 대단한 게 아니고, 예를 들면 영어 교과서와 평가 문제집을 예상 시험 범위를 정해놓고 10번 보는 거였죠. 아예 다 외워버리자 라는 무식한 복습 법이었습니다.


사실 그 과정이 지겨워서 하기 싫고, 모르는 것이 나와서 막히면 포기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집에 학원 다닐 돈이 없었으니, 그렇게 계속 보다 보면 기억에 남고 외워지며 뭔가 알게 될 거고, 도저히 모르겠으면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자는 심산이었지요.


그렇게 난생 처음 반에서 1등, 전교 5등을 해봤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더군요.

같이 농구하던 애들이 거의 모든 과목이 100점인 제 점수에 놀라고, 기존에 반에서 1, 2 등 하던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제 앞에서 고개를 못 들었습니다.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녀석들도 있었고, 물론, 선생님도 뭔가 특별한 대우를 좀 더 해주셨구요.


그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느낀 건,

당시 여친이 저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나 너 못 만나겠어.”


“왜?“


“너 전교 5등 했다며.

난 전교 350등인데, 어떻게 만나?“


그게 뭐가 어때서

라는 말이 안 나오고,


갑자기 웃음이 나왔습니다.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철없던 어린 시절, 소꿉놀이 같은 사귐이라,

알았다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공부가 더 좋아지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 뒤론 쭉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도 서울의 괜찮다는 곳 나오고,

큰 회사도 다니며, 네 가지를 유지했습니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말씀 하신 내용도 시덥지 않아 보이고,


저와 비슷한 녀석이 술자리에서,


“교수가 뭔데 날 평가해?

엉? 세상이 날 뭘 안다고 날 평가하냐고!“


라는 말에,


”그렇지“

하며 짠을 했습니다.


속된 말로 싸가지가 바가지여서, 가르쳐 준 후에 똑같은 걸 다시 물어보거나, 같은 말 두 번 하는 인간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기도 했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웃기긴 합니다.

그냥 멋 모르는 미친 놈들이었지요.


그러다 황당한 일을 하나 겪었습니다.


하루는 밤에 늦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가려고 나오는데, 처음 본 녀석이 저를 쫓아왔습니다.


“저기요?”


“네?”


“혹시 제 mp3 훔쳐가지 않으셨어요?”


뭔, 개소리야.

오밤 중에 안 그래도 피곤한데.


“아니오”


“아니, 여기 사람도 얼마 없는데,

당황해 하면서 급하게 나가는 게 수상해 보여요.”


야 이 미친놈아.

피곤해서 일찍 가서 자려고 그러는 거지.

아,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이 자식을 어떻게 처리하지.


“안 훔치셨으면 가방 좀 봐도 될까요?”


어쩌면, 그래 봐라.

하고 없으니까 됐지 하고 가면 되었는데,

저도 젊은 나이에 빡이란 게 쳤나 봅니다.


“어, 가방 안에 봐도 좋은데,

경찰에 먼저 정식으로 고소부터 해라. 절도죄로.

그리고 경찰서 가서 가방 까자.


가방에 니 mp3 없으면, 너 생 사람 잡으려고 한 무고죄인 거 알지?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하자.“


그리 세게 나가니 이 친구 멈칫 합니다.


그래서 한 발짝 더 나갔습니다.


“그 전에 니 자리에 가서, 니 가방부터 보자.

내 것도 보여줄 테니. “


거의 밀어서, 같이 가서 뒤졌는데, 그 친구 가방에서 그 mp3가 나왔습니다.


너 나한테 죽고 싶냐.

하며 크게 소리 지르려다,

밤도 늦었고, 피곤하고 귀찮아서,


미안하다는 말만 듣고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지레짐작이 저래서 무섭구나.

잃어버린 물건을 갖고도 남 의심하기가 쉽고,

자기 잘못이라고 보는 게 저렇게 어려운 거구나.


저 놈도 공부 열심히 해서 괜찮은 학교 들어온 놈일 텐데, 인성이 되먹지 못하다기 보다,


자기만 알고, 자신만 맞다고 생각하는,

아직 어려서 인격 수양이 덜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비춰 보았지요.


지금도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나, 무슨 잘못이나 실수가 있었을 때 남 탓보다 먼저 충분히 나에게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제3자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이유입니다.




그와 비슷한 일이 저에게도 하나 있었는데요.


서른이 되기 전에, 선배가 차 바꾼다고 자기가 타던 좋은 차를 중고로 싼 가격에 넘겨준 일이 있었습니다.


꽤 좋은 차고, 그 가격이면 당장 중고차 시장에 가져다 팔아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여윳돈도 있어 그냥 저질렀습니다.


첨엔 별 관심 없고, 20대에 타기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꽤 괜찮은 차라,


지금 나이에 조금 오버 아닌가

싶어 망설였지만,

어릴 때라 좋은 차에 대한 욕심이 있어,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계속 말씀 드리는 '견물생심'이라고,

좋은 차가 손안에 거의 들어올 듯 하니,

그 전에 잘 타고 다니다 아반떼가 너무 후져 보이고,

길가에 다니는 그 차는 너무 멋있어 보이며,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차를 받아서 신나게 잘 타고 다녔지요.


당시엔 음악 cd를 넣고 듣던 시기라, 좋은 차로 바꿨다고 친구들이 최신 음반도 선물로 줘서 룰루랄라 들으며 잘 다녔습니다.


(앜 아저씨인 거 여기서 들통 나나요 ㅎ 요즘 차엔 휴대폰을 연결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지요.

하지만, 전 아직도 CD로 듣는다는 ㅎㅎ)


그렇게 한 2년 쯤 지난 어느 날인가, 한 후배를 태우고 놀러 가는데, 그 녀석이,


“형, 내가 CD 하나 구워줄까요?“

하길래,


“그래”


“근데, 그거 번거롭지 않냐? 무슨 프로그램 돌리고,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슨 굽는 CD 하드 있고 그래야 한다던데.”


“아니, 이거 Mp3 file만 담으면 되요.

그러고 보니 형은 그냥 음악 cd라 노래가 20개도 안 되어서 조금 이상하긴 했어요."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CD 넣는 곳에 MP3라고 써 있더군요.


음반용 CD file로 당연히 하던 대로 전환해야 play가 되는 걸로 지레 생각하고,

CD에 MP3 file만 담아서 play 하면 된다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지요.


음반용 CD file은 말씀 드린 것처럼, 소위 CD를 굽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file 용량도 커서 CD 하나에 20개 정도 들어가는데,


MP3 file은 별도의 작업 없이 CD에 해당 file을 복사해서 붙여 넣기만 하면 되고 100개 넘는 file이 들어갔지요.


한 마디로 바보 짓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2년 동안.


그 이후로 잘난 척을 하거나, 누구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입에 올려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잘 들으며 저 사람은 어떤 의도와 생각 그리고 배경으로 저런 말을 할까?

가만히 들어보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의견을 저에게 이야기해 주며 상의하려고 모여 들었습니다.


어쩌면 네 가지가 없을 때는 핀잔이나 잘난 척이 꼴 보기 싫어서, 저에게 말 거는 것조차 싫어 했을 수도 있지요.


비판적인 사고나 객관적으로 듣고 읽으려는 기준은 분명하지만,

지레 '저 사람은 저 정도 배경이고 수준이니 저 정도만 알 거야.'

라는 좋지 못한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부족하고,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여러 일들을 깨달았지요.


그렇게 오늘도 브런치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듣습니다.


작가님들의 소개 내용이나 몇 개의 글을 보고 속단하지 않고, 차분히 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겸손하게 배우며 글도 써나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솜방망이 처벌 vs 구타 방망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