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동감있는 전달을 위해 내 일인 것처럼 한번 써보려 한다.
느끼는 바도 있었고, 요즘 사회 비판적인 글을 본의 아니게 여럿 올리다 보니, 한 편으론 이런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퇴근해서 집으로 오니 우체국에서 우편물 전달을 위해 방문했으나, 사람이 집에 없어서 재방문하겠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보통 주문한 택배나 긴히 받을 등기면 기다리게 마련인데, 그런 것이 없어서 의아했다.
갑자기 얼마 전 운전하다 속도 위반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지나쳤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30km 제한속도를 지켜야 하는 어린이 보호구역 등이 있는데, 50km 때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바쁠 때 서두르다 위반 속도를 조금 넘었다.
그렇게 전에도 규정 속도 위반을 해서 등기가 날라왔고, 해당 등기를 못 받은 적이 있어서, 나중에 약속을 잡고 받아 보니 과태료 납부 대상 통지서였다.
왠지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아, 그냥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우체국 쪽지에 남겨진 집배원 분의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전에 속도 위반 등기를 전달하셨던 그 분이셨다. 같은 동네에 계속 살아 왔으니, 당연히 해당 건물을 담당하는 분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 그 분이 담당했던 거다. 당시에도 문자를 보냈는데 귀찮아서 지우지 않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에도 내가 출근하고 나서 오시느라 시간이 안 맞아,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받았는데, 원치 않는, 돈 내라는 통지서여서 기분이 영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과태료일거라 단정짓고 있었는데, 연락이 와서 시간이 맞지 않으니 이렇게 되면 우체국으로 직접 수령하러 오셔야 된다는 답이 왔다.
안 그래도 돈 내야 하는 불청객 같은 우편물을, 평일에 회사 다니면서 휴가를 내던가 해서 우체국을 찾아갈 생각을 하니 짜증이 올라왔다. 한마디 할 요량으로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셔서 일단 넘어갔다.
나중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시고 연락이 왔다.
“죄송합니다. 이동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그땐 나도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원치 않는 통화라, 목소리는 퉁명스러웠다.
“네, 근데 우편물이 어떤 것이죠?“
“개인정보 사항이라 제가 열어보고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요즘 이런 부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개인 정보는 무슨 얼어죽을.
본인이 괜찮다는데 쩝.‘
“네, 그럼 경비실에 좀 맡겨주세요.
시간이 안 맞을 것 같네요.“
“개인정보가 포함된 등기의 경우 반드시 본인 수령이 이루어져야 해서, 뵙고 전달 드리고 수령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아침에 저희가 우체국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데, 출근 시간 조금만 조정 되시면, 회의 불참하고 해당 시간에 제가 맞춰서 가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시차 근무를 신청하고 만나기로 했다. 늦게 출근한 만큼 늦게 퇴근해야 하니, 맘에 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 근처 우체국을 다녀 오려면 금쪽같은 휴가를 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아침에 만나서 우편물 수령 후 횡하고 가 버리시는 집배원 님.
‘하긴 저 분은 전달만 하시는 분이지, 나한테 뭘 잘못한 것도 아니지.
사실 따지고 보면 속도 위반한 내가 나쁜 놈이지. 쩝‘
오토바이를 타고 고생하며 아침부터 돌아다니시는 집배원 님의 뒷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5만원 내야 하나?
다음부턴 조심해야 겠다.
한달치 교통비 날아갔네.‘
그런데, 우편물을 열어보니 의외의 문서가 나왔다.
“휴면 보험금 지급 안내서“
‘이게 뭐지?’
‘내가 보험금을 안 타먹은 게 있나?
그럴리가 없는데.‘
꽤 큰 액수라 더 그랬다.
‘I2C, 이거 또 사기 아니야?’
‘근데, 이상하다.
보이스 피싱 전화가 온 것도 아니고, 저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가 가짜도 아니고, 지난 번에 그 아저씨 맞는데.‘
과태료 낼 생각에 열었다가,
반대로 돈을 준다고 하는데도, 이렇게 뭔가 미심쩍었다.
만기 또는 해지 후 3년이 지나서 청구권이 소멸되었는데, 이렇게까지 찾아서 권익 보호 차원에서 챙겨준다고 하니 조금 당황했다.
보이스 피싱 등 이상한 사기꾼들이 판치기도 하고, 더군다나 공공기관이 말만 하고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챙겨준다고 하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더 아리송했다.
전자금융이나 전화를 해서 수령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자칫 사기일 수 있어, 우체국 방문 후 직접 수령할 수 있다는 말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우체국에 가서 보험 담당 쪽으로 가서 서류와 신분증을 내밀었다.
“잠시만요.”
마음 같아선,
‘이거 진짜인가요?’
‘이렇게 지급된 돈 찾으려 오는 사람 많나요?’
‘혹시 이거 사기 아닌가요?’
이것저것 묻고 싶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가만히 있어야 한다.
직원 분이 전산에서 조회해보고 맞는지를 확인 후에야 지급이 가능한지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난 일해서 댓가로 돈을 받으러 온 것도 아닌, 어쩌면 공돈 받으러 온 처지 아닌가.
모르는 사항에 대해서 답답해서 많이 묻고 답을 듣고 알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방해하지 말고 자칫 의심사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해외 어떤 나라에선 은행에 들어갈 때 모자와 선글라스도 착용 금지인 곳이 있다. 뭘 그런 것까지 규정으로 만들어 놓았나 싶지만,
우리나라처럼 치안이 괜찮은 편인 나라와 달리 (가끔 은행 강도가 있긴 하지만)
어떤 나라는 길거리에서 총이나 칼을 들고 돈을 뺏으려는 도둑들이 많은 곳이 있어서, 은행에서 수상한 사람인지 가려내고, 들어오는 사람 얼굴을 정확하게 CCTV에 기록하기 위해 그렇게도 한다.
그런 나라들에서 오래 살아 봐서 그런지, 나도 복면은 커녕, 모자나 선글라스를 끼고 은행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배나무 아래에서 신발 끈 고쳐 묶지 말라고,
옛말을 꽤나 잘 믿는 편이라, 내 마음과는 상관 없이 혹시라도 의심이나 경계를 받을만한 행동은 일체 하지 않으려는 주의다.
“꽤 큰 돈인데 그동안 안 찾으셨네요?”
“네, 해외 근무하다 보니 그랬나 봐요.”
“아, 네.
현금으로 드릴까요? 계좌로 입금해드릴까요?“
당연히 내 이름으로 된 은행 계좌를 말씀 드렸다.
우체국에서 발급한 서류에 찍힌 내 이름, 신분증 그리고 계좌까지 일치하니 당연히 절차상 문제도 없고 지급이 바로 이루어졌다.
“고맙습니다.
근데, 혹시 온 김에 이렇게 찾지 않은 보험금 있나 한번 조회 부탁 드릴까요?“
공돈 생겼다고 기분이 좋아져서, 온 김에 한번 더 부탁을 드렸다.
“더 이상 없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5만원 날릴거라 생각하다,
큰 돈을 공돈으로 얻으니 기분이 좋았다.
셍각해 보니, 어렸을 때 부모님이 지인 부탁으로 내 이름으로 작은 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 만기되어, 만기 해지금을 지급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중복된, 불필요한 보험을 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만기 해지금을 받으니, 마치 적금 받는 양 좋았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조금 우스웠다.
지난 번 과태료 통지를 받았다고, 지레 또 과태료 통지로 예상하고, 전달만 하시는 우체부 아저씨를 잠깐이나마 미워하고, 짜증까지 낼 뻔 했다.
이런 저런 사기 사건이 많다 보니, 고맙게 날 챙겨준다고 찾아준 사람들을 사기꾼으로 오해할 뻔 했다.
휴면 보험금이라고 챙겨주니, 왠지 더 있을 것 같아,
찾아보고 심지어 컴퓨터로 휴면 보험금까지 조회해 봤다. 더 이상은 없었다.
사실 현상과 일 그리고 사람은 그대로인데, 이렇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지레 짐작하는 일이 왕왕 있다.
그럴 때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냅다 화부터 내고 그랬으면 얼마나 죄송할 뻔 했나.
이번엔 다행히 그러지 않았지만, 솔직히 어렸을 때 지레 짐작해서 오해하고 화 낸 일이 있다. 무척 미안했다.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의심 가는 사람에게 뭐라고 했다가, 뒤에 다른 자리에 물건이 있길래 사과한 적도 있다.
촉이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고,
다 좋은데 지레 짐작이나,
일단 믿고 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판단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알아보고 검증한 다음으로 유보해도 나쁘지 않으니까.
ps. 이 참에 휴면 보험금과 휴면 예금을 공신력있는 홈페이지에서 한번 조회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운 좋게 저처럼 좋은 일이 있으시면, 행복한 소식 전해주세요 ^^
오늘 우연히 본, 제 운세가 ‘만사 잘 풀리는 날’ 이라고 하네요 ㅎㅎ 좋은 기운 나눠가셨으면 합니다~
(표지 사진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