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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pr 18. 2023

서평

여행 혼삶 가이드



처음 택배 봉투를 받을 때부터 놀랐다.


‘Dear 이상 작가님’과 사인까지.


책에 사인을 해서 보내주신 분은 보았는데, 이런 경우는 솔직히 처음이었다.


브런치에서 한유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보통의 센스를 가진 분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밋밋하고 딱딱하기 쉬운, 택배 포장지에도 이름과 사인까지 해서 보내주시다니.


사실 책 선물은 많이 받아봐서 집에도, 사무실에도 내가 시간이 나서, 읽어주길 바라는 책들이 쌓여 있을 정도다. E-book도 메일에 몇 권이 있다. 요즘 이것 저것 바빠져서 책 읽는 시간도 부족하고, 브런치도 약간 게을러지고 있다 ㅎ


흐뭇한 마음으로 그 책들을 바라보는데, 이 책은 받는 순간부터 특별히 내 마음을 더 설레게 했다.


개인적인 쪽지인데 이렇게 만방에 알려도 좋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별 내용 없고 좋은 내용이니깐 ^^


허허, 그런데 2연타를 맞고 말았다.


이번엔 Post Card에 Post It까지 붙이셔서 깨알같이 서평을 어떻게 쓰실지 궁금하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ㅎㅇㅎ”이라는 센스있는 초성 자음만으로 웃는 기호인양 본인의 이름을 적어두셨다.


왠지 작가님과 닮았을 것만 같은, 뒤태가 드러난 멋진 드레스를 차려 입은 여성의 그림과 함께.


표지 뒷면에,

브런치 프로필 사진과 같은 소개 사진을 보니,


‘아, 내가 아는 그 분이 맞구나.’


안심하게 되는 건 뭘까?


한 문학상에서 같은 시기에 신인상을 수상한, 브런치 글 벗인 다른 작가님의 프로필 사진을 본 것 만큼 반가웠다.


작가 프로필에 보니, 34개국 250여 회 혼자 여행을 다니셨다는 대단한 기록이 있었는데,

더 많은 국가와 도시를, 더 많이 해외 출장을 다니고 여러 나라에 살아 본 나에겐 솔직히,


‘일반인보다 조금 더 많이 다니셨나 보네.’

정도로 다가왔다.  


작가님이 주재원 생활을 하셨다는 상해는 거의 인천 정도로 생각하는 나이기에 더 그랬다.

남미 에콰도르, 칠레 같은 곳에서 몇 년을 살면서 지진을 맞아가며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 다니고, 터키에서 몇 년을 살며 테러와 쿠데타를 겪어 보며 유럽을 돌아다닌 나였으니 더 둔감할 밖에.


아프리카 호텔이나 숙소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져도 당장 내 방 창문만 박살내지 않는다면, 그냥 서울에서 집 근처 어딘가에서 취객이 싸우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며 잘 자는 나라서 또한 더 그랬다.


그보다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이라는 자기 소개가 피부에 더 와 닿았다.


“서평을 어떻게 써주실지 궁금하네요.”

라는 말씀이,


“기껏 정성스레 포장해서 책 보내줬는데 이상한 소리 쓰거나 성의 없이 쓰면 알지?”


로 갑자기 다가왔다. ㅎ




책의 서평은 애써 잘 쓰신 책의 스포가 될까 봐 우려되어,

어디까지 언급을 해도 될까가 늘 고민이다.


가급적 내용을 옮겨 적지 않으며 나의 감상만을 쓰려고 하니,

내가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이, 이 서평을 읽는 분들에게 잘 전달이 될까 걱정도 되고 말이다.


그래서, 일단 과감히 몇 개 옮겨 적어보며, 작가님이 뭐라고 하시면,

무술인에게 자칫 한 대 맞기 전에 바로 수정하려 한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제목이 참 좋다.


책의 제목도 좋은데,

Chapter 1번이 ‘인생은 혼자 하는 여행’ 이다.


아~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단어 “인생” 그리고 “여행”.


나이 들면서도 그리고 요즘 글을 많이 쓰면서 “혼자” 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자주 머물렀다.


작가님의 해외 여행 이야기와 맞물려, 나의 고독한 해외 주재원 생활까지 떠올리니 책의 내용이 크게 공감되었다.


“결혼 계획이 없는’ 게 아니라 ‘결혼 안 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라는 Chapter 1의 첫 번째 이야기도 얼마나 멋진가?


‘마시고 싶지도 않은 라떼를 자꾸 시키는 이유’ 라는 글은,

내가 브런치에 올려서 조회수가 폭발했던 글 중 하나인,

‘식판에 밥 타 먹으면 금방 배 꺼지는 이유’와 결이 비슷해서 놀랐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그 외에도, ‘1인 가정에도 가훈이 필요하다’는 글과 같이,

제목과 내용 모두 좋은 글들이 있다.


또한, Chapter 3의 ‘정말 혼자가 되는 순간’에서,


‘심심함을 외로움으로 착각하지 말자’와

자매 글인,

‘그리움을 외로움으로 착각하지 말자’라는 글은,

멋진 제목과 구성의 멋까지 살린 좋은 글이라 생각된다.


거기다, Chapter 4의 ‘본격 혼삶 스타일링’과 같은, 혼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까지 곁들이니 26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브런치 글이 너무 길면 안되고, 책의 내용을 너무 많이 가져오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여기서 글을 줄이기에 아쉬운 책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쉬울 때 그만 먹어야 건강하게 잘 살고,

박수칠 때 떠나야 멋진 사람 아닌가.


작가님이 이 책의 출판사인 아티스틱 스피커라는 독립출판으로 시작한 콘텐츠 기획 레이블의 편집인이라고 하시니,

나도 나중에 단독 책을 내면 이 출판사에서 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ㅍ' 출판사 등은 긴장 좀 하셔야 할 것 같다. ㅎ


출판사도 영등포에 위치하고 있어, 집과 가까우니 나중에 더 친해지면 한번 놀러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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