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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ul 01. 2023

정년을 넘어 일하고 퇴직하시는 분을 보며

회사를 떠나는 사람의 메일을 받거나 인사를 나누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건승을 빌어주며,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잘 지내시고, 건강하세요.”


라며, 석별의 정을 나눕니다.


“회사 근처 오시면 식사하시거나 차라도 한 잔 하게 연락 주세요.

일 있으면 연락 하시구요.”


라고 하지만, 퇴사 후 서로 연락하는 사이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그것이 관계고, 사이겠지요.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인사를 건넬 날이 오겠지.

그때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전 정년이 넘어서까지 근무하고, 이번에 그만두시는 분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인사를 남기셨더군요.


오랫동안 몸 담고 매일같이 출근하던 회사를,


이제 나오지 않아도 된다.

아니면 이제 나올 수 없다.


하고 나가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 분과 마지막으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년을 넘어서까지 일하는 것은 진정 행복한 것일까?’


프랑스나 그리스 같은 곳에선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면,


“나보고 젊을 때부터 그렇게 일을 해왔는데, 나이 60에 몇 년 더 일을 하라는 거냐?”


라고 시위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60이 된 사람 뿐만 아니라, 훨씬 어린 사람들까지도 같이 들고 일어난다고 하네요.

어차피 본인에게 닥칠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반대의 경우를 더 많이 보았습니다.


“내 주위에 지금 이 나이에 일하고 돈 버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라고 이 분은 자랑스럽게 말씀을 하셨지요.


정년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정년 이상으로 일을 하셨으니 대단하시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일 시켜줘서 고맙다는 생각은,

나보고 더 일하라는 거냐는 다른 나라 분들의 생각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불러주는 곳이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며,

사회에서 아직 쓰임이 있다는, 일자리가 갖는 의미 때문인 것 같은데요.


솔직히 그냥 돈 많아서, 일하고 싶을 때만 하고,

다른 때는 산책이나 하고 잠이나 자다가, 지루하면 여행이나 가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 정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일일 수 있지요.


IMF 이후 평생 직장은 사라지고,

계속 같은 곳에 있으면 아주 좋은 평가를 받거나 임원이 되거나 하지 않으면 연봉 인상 폭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몇 년 지나서 이직을 하면서 연봉도 올리고 새로운 경험을 추가하며 인맥도 늘리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예전엔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고 나가면 축복이라고 하며 존경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소위 ‘고인 물’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연봉 올리는 목적 등으로 자발적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퇴직 위로금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고용 유연화라는 것도 한 몫 하지만, 시대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사업부를 접는 경우도 생각보다 무척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속 연수가 10년이라고 하면 괜찮다고 말하는 시절이 되었지요.

예전에는 한 직장에서 10년만 근무한다고 하면 짧다고 말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 한창 클 때 내보내면 어쩌라는 거냐?

해고는 살인이다.”

이런 이야기지요. 지금도 물론 이런 말이 나오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눈칫밥 먹고 다니는 회사 생활은 만만치 않아서,

요즘은 ‘임금 피크제’라는 것이 자리 잡아 정년을 채우기 더 힘들게 합니다.


보통 55세 이후 임금이 매년 10% 정도 내려가는 것을 말하지요.

그래서, 줄여서 ‘임피’ 직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처음 이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그럼 10년 지나면 월급은 거의 안 받아서 교통비 정도 되고,

구내식당에서 밥 주면 그거 먹으라는 거네.”


라는 우스개 말이 있었는데, 지금 그 말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60 정년까지 채우고 대부분 나가시지만, 그 이후 계약직으로 전환되어 일해도 보통 10%씩 매년 임금이 깎입니다. 계약직이라고 조금 봐줘서 5% 정도만 깎는 경우도 있긴 하지요.


간단히 말하면, 대기업 정규직으로 잘 다녀서 연봉 1억을 받았다고 하면,

10%가 내려가면 1000만 원 연봉이 깎이는 겁니다.


하지만, 그냥 월급만 깎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은 적게는 1-200, 많게는 500 정도 연봉이 올라갈 때 본인 월급은 크게 내려가니, -1500만 원의 효과가 발생하지요.


더욱이, 요즘같이 물가가 올라가서 그렇지 않아도 임금 인상은 적어서 실질 임금이 낮아진다고 하면, 임피 직원의 월급 삭감은 엄청나게 크게 와 닿습니다.


또한, 보통 이런 분들은 평가를 높게 주지 않습니다.


“젊은 친구들 승진 챙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배님께서는 이미 다닐 만큼 다니셨잖아요? 앞으로 다닐 날도 얼마 안 남았고)”


하는 등의 말을 하며, 보통 중간 정도의 평가, 어떨 땐 밑에 깔아주는 (회사에서 일정 percent는 최하 등급으로 깔아야 한다고 지침을 주기도 합니다.) 평가를 받아야 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전년도 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연결되어 잘해야 다른 친구들이 받는 보통의 수준을 받고,

아니면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성과주의에 기반해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경우,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과 성과급의 차등을 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즉, 옆에서, 1-2천만 원 받을 때, 본인은 0인 것입니다.


“그 나이에 정년 바라보며 회사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해요.

아니면 치킨집, 아파트 경비원, 택시 기사잖아요.”


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요.


물론, 나이 들어서 체력도 떨어지고 머리도 안 돌아가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분 입장에선 열 받는 일이지요. 같은 일을 해 오는데 나이 먹었다고 연봉을 10%나 낮추라니!


안 그래도 55세가 되기 전부터, 이미 평직원으로 50세가 되면 암묵적으로 저 평가 등으로 임금 인상폭이 더 둔화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임피 직원이 되어 본격적으로 연봉이 깎이고 성과급도 받지 못한다면 많이 속이 상할 겁니다. 그래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람도 있었지요.


더군다나, 기본급을 포함한 연봉이 내려가면 향후 퇴직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더 한숨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찌 보면 퇴직을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계속 다니며 내려가는 월급 받으며, 적게 퇴직금 받을래?

지금 그냥 연봉 괜찮을 때 퇴직금 받고, 좀 더 챙겨줄 테니 나갈래?”


이렇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그 나이가 되면 자녀 대학 학자금을 받을 수 있어, 참고 다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공기업 등에서는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학자금 지원을 해주지 않는 곳도 많아지고 있어,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이 퇴사하시는 분이 본인 환갑날에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것을 보며 내심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환갑에는 쉬는데, 정작 본인 환갑에는 쉴 수 없다니.

정작 본인 환갑에 쉬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질문에,


‘그 나이 먹고도 회사 다닐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뭘 그런 걸 요구해. 필요하면 그냥 본인 연차 쓰고 쉬세요.’


라고 답이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고령화와 세상의 변화를 반영해서 본인 환갑은 쉬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 평균 수명이 60세 정도인 시기엔,


‘남자는 40세가 넘으면 삽을 놓는다.’

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을 날이 20년도 안 남았는데, 어려서부터 일을 시작하고 이제 나이 들어서는 죽기 전에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60세까지 살기만 해도 환갑 잔치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 보며 보험 상품도 100세를 기준으로 나오는 현재는 어떤가요?


나이 60세 되신 분이 노인정에 가면 막내라고 합니다.

사실 그 나이에 노인정엔 가지도 않지요. 겉으로만 봐도 얼굴 좋고 예전에 생각했던 노인이 아닙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 하시도 합니다.


“지금 60은 예전으로 치면 40이야. 중년이지.

60까지 살고 죽을 때 하고 100세까지 살고 죽을 때를 비교를 해봐야지.”


그러게요.

어디서 보니, 고대 그리스의 평균 수명은 19세, 로마 시대엔 28세, 조선 시대에는 47세였다고 합니다.

음식을 잘 못 먹기도 하고, 병의 치료도 어렵기도 했을 테니까요.


그 당시를 보며, 20대 젊은 나이에 장군이 되어 군대를 이끌었다. 왕이 되었다는 말을 현재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지금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퇴직 후 산행, 도서관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브런치에도 퇴직 후 삶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각기 다른 이야기이면서도, '적적하다'와 '새로운 삶을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의 두 줄기가 서로 얽히기도 하고, 과거를 돌이켜 보고 정리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이제 정년을 넘겨 퇴직하는 분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정년 퇴직 혹은 파이어 족이 되어 조기 퇴직 후의 삶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부장님, 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Hasta pronto!


(스페인어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Until promptly. 정도. 곧 보자는 뜻입니다. ^^)


출처 : 빵킴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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