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님이 한량 같은 면이 있다고 말씀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깜짝 놀랐지요.
평소에 친한 친구들에겐 한량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곤 하기 때문이지요.
어찌 보면 글쓰기도 돈을 벌면 좋긴 한데, 그보다 하고 싶은 걸 하려다 보니, 브런치 작가도 되고 등단도 하고 이것 저것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이니 돈이 안 되어도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미술 시간에 그림 그리는 건 별로였습니다. 색칠은 잘 못하다 보니, 제가 보아도 별로였지요.
하지만, 스케치 그리고 데생은 조금 하는 편이었습니다.
한 번은 또 다른 취미인 만화를 만화방에서 보다가 갑자기 멋있는 그림, 재밌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졌습니다.
예전엔 동네나 학교 앞에 만화방이 제법 있어서, 그곳에 가서 시간당 몇천 원, 혹은 권당 얼마를 내고 뒹굴면서 만화보다 짜장면 먹다, 라면 먹다, 과자 먹다 졸리면 한숨 자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꿈이 한량 답지요? ^^;
요즘은 만화방도 많이 없어지고, 있어도 비싼 음료를 무조건 시켜야 하고, 돈도 많이 받아 몇 만 원 금방 훌쩍 하기 때문에 잘 가진 않습니다.
아, 옛날이여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앉아서 뒹굴다 보면 허리가 아픕니다. 그림도 그리고 싶어 집으로 와서, 연필과 샤프 그리고 지우개와 A4 지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을 그렸지요. 엄밀히 말하면 모사지요.
그런데, 이게 묘하게 잘 그려지고, 그리는 동안은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잘 그려지면 기분도 좋구요.
제 취미라는 게 보통 그런 것 같습니다.
쉴 때, 머리 식히고 싶을 때 하다 보면 아무 생각나지 않고, 일이든 공부든 다 잊어버리게 되는 것 말이지요.
게임 같은 것도 그런 면이 있는데,
이건 잘못하면 중독성이 있을 수 있고, 어찌 보면 한심해 보일 수 있어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이 어렸을 때 오락실을 했다는 것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ㅎㅎ
동전 바꿔주며 스트리트 파이트부터 철권까지 동네 아이들 붙어서 많이 울렸지요 ㅎㅎㅎ
많이 하면 는다고, 제 별명이 동네에서 게임 제일 잘하는 형이었습니다. 대학 때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나가서 1:1 배틀에서 우승을 한 적도 있었지요. 어렸을 때 경험은 참 무섭습니다 ^^;
이런 취미는 해외에서 주재원으로 있을 때 빛을 발했습니다.
출장을 혼자 가기도 하고, 주재원으로 나가서도 다른 분들이 가족과 같이 나와 있어, 평일에 일할 때 빼고는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았지요.
그럴 때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무척 좋았지요.
그런데, 이것도 지루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산책도 하며 refresh를 하곤 했지요. 숙소를 가능하면 공원 옆으로 구하려는 이유였지요.
아니면, 좋아하는 산행을 했습니다.
산행도 좋은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요. 그보다 더 좋은 건 힘들게 산을 타다 보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정상이나 풍경 좋은 곳에 도착하며 잠시 숨을 돌리면,
“아~ 좋다.”
이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정상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잔과 음식은 꿀맛과 같고, 산을 내려와서 꿀꺽꿀꺽 마시는 생맥주 한잔과 닭도리탕은 어떤 것과도 바꾸기 힘든 행복이지요.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슥삭슥삭 그리고 지우고 고치고, 점점 완성되는 그림에 몰입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 그린 적도 있었지요.
그렇게 그려 놓은 그림을 사무실 제 책상에 붙여 두었더니, 잘 그렸다며 자기도 하나 그려달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친한 분들이 생일이나 이직할 때 선물로 하나씩 그려주었지요. 복사해서 한 장은 제 그림 파일에 고이 넣어두고 추억으로 간직했구요. 다른 팀에 가신 분이 제가 그린 그림을 자리에 붙여 두신 걸 본 적이 있는데 뿌듯하더군요.
나중엔 미켈란젤로 마냥 성당 천장에 엄청난 크기로 그릴 순 없지만, 넓은 집의 한 벽면은 다 채울 수 있는 크기로 그림을 그려 보겠다는 꿈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취미를 갖고 있다 보니, 써먹을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컵을 만드는 이벤트를 만들어서 갔을 때 컵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라고 할 때, 다른 사람들이 황당해할 사이, 저는 이미 그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린 캐릭터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무대리’라고 예전 직장생활의 표본 같은 만화지요. 종이 신문에 몇 컷 나와서 즐겨 보던 때가 생각납니다.
제 필명 자기소개에서 한자 ‘생각 상’ 자 보이시죠?
브런치에선 작년 10월부터 쓰고 있지만,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리고 직장생활 초 부터 써왔던 것이 티가 납니다 ㅎㅎ
시사지 통신원으로도 활동하며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아직도 구글에서 검색이 되어 놀랍기도 합니다. 그때도 ’이상‘ 이라는 필명을 썼습니다 ^^
저는 해외를 다녀 오면 기념품으로 그 나라, 그
지역의 컵을 사 와서 집에 컵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도 취미라면 취미지요.
오늘 컵을 정리하다 십여 년 전에 그림을 그려 넣었던 컵을 발견하니 새롭네요. 그때 생각도 나구요.
당시 젊은 날에 같이 회사 다녔던 친구들은 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네요. 그때 같이 컵을 만들었던 친구는 컵 만든 기념으로 한 잔 하다가 술집에 맘에 드는 여성에게 헌팅을 해서 사귀었는데 결국 결혼했습니다. 이혼 안 하고 잘 살고 있겠지요? ㅎㅎ
취미는 이렇게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때론, 추억도 되지요.
오늘도 날 더운데 집에서 얼음 넣은 콩국수를 먹고 수박을 먹으며 만화를 그려야겠네요.
나중에 좋은 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을 만나게 된다면 선물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요 ^^
일도 성실하게 잘하고,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겨 조기 은퇴를 해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취미나 하며 사는 삶을 꿈꿔 봅니다.
좋아하는 사진도 더 많이 찍을 수 있겠네요 ㅎㅎ
여유를 즐기는 한량 맞네요 :)
워싱턴 출장을 다녀왔을 때 산 컵입니다.
잘 쓰고 있지요.
해외 사업 쪽 일을 십여년 넘게 해오면서, 영어는 이 분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요즘도 시간날 때마다 이 분이 speech한 영상을 보고 듣고 쓰며 따라 합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해 드립니다.
Have a good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