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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20. 2023

친한 선배의 여자친구 (4)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번외 편 D-4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62


그녀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곧이 곧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제 선택은요.


순진한 선배를 속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얀 거짓말이라는 되지도 않는 궤변을 늘어 놓는 것도 성질에 맞지 않았고,


선배에게는 평생 같이 살 사람인데, 그 사람에 대해 온전히 다 알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혹시 충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 친구와 애시당초 결혼을 안 하고 다른 좋은 사람 만나 늦게 하는 것이 낫지, 후에 이혼 같은 일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하는 일이 선배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다만, 지금 어리고 예쁜 여자에 푹 빠져서 당장이라도 3천만 원을 갚아줄 것 같은 저 사람에게,


겉으론, 객관적으로 봐주라고 말은 했지만,

속내는, 제발 좋은 여자라고 말해줘 라고 말하고 있는 이 간절한 형님에게 어떻게 말을 좋게 좋게 해줘야 할지 몰랐다.


일부러 그 형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속이 타고 있고, 내 전화를 엄청 기다리고 있겠지?


아 근데 안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선뜻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편하게 카톡이고 문자고 전화고 막 날리던 형에게.


못 참고 그 형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잘 지냈어? 바빴지?”


떠 보기는.


당장 본론으로 들어가서,


알아봤어? 뭐래?

이렇게 묻고 싶으면서 ㅎㅎㅎ


“예, 형 좀 바빴어요.“


하나도 안 바빠서 놀고 있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그럼 왜 연락 안 했냐고 attack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스무스하게 pass~


날씨가 어떻고 이상한 말을 조금 늘어 놓더니 이내 못 참고 묻는다.


“좀 알아봤어?”


“아니요, 좀 바빠서요.”


이렇게 빼고 싶었지만, 또 다시 노심초사하며 기다릴 선배가 안쓰러워 일단 들은 대로만 이야기 했다.


파견직, 회사의 전 남친 등.


해외여행은 말하지 못했다.

충격이 너무 크지 않을까 싶어서.


과거의 사랑은 당연히 인정해야 하지만, 여러 남자와 시도 때도 없이 며칠씩 해외 여행 가서 놀고 자고 왔다는 말을 들어서 별로 기분이 좋을 것 같진 않았다. 자칫 다른 남자와 다 벗고 물고 빨고 뒹굴고 있는 상상으로 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 피운 것도 아닌데, 묘하게 들어서 별로 좋지 않다. 때로, 모르는 게 약 이다 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현 여친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건 호기심을 자극하긴 하지만, 듣고 과히 기분이 나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 연인과 있었던 일은 되도록 말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나와도 짧게 하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 주구장창 신나서 이야기 하다 보면, 상대방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지는 걸 보기도 한다. 티를 안 내려고 해도 티가 난다. 말이 많아지면 하지 않아도 될, 때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튀어나와서 급 어색이 찾아오기도 한다.


“(피곤해서) 나 오늘은 그냥 들어갈께. 잘 들어가.“


이렇게 이어지기도 한다.


잠시 정적.


“그, 그랬구나.”


다 말은 하지 않아도 촉이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은 것 같았다.


“휴우”


“괜찮으세요.”


“응 응, 괜찮아.”


안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전화를 끊기 뭐해서 한마디만 덧붙였다.


“형, 다 좋은데 지금 3천이

나중에 3억, 30억이 될 수 있어요.


그거 알고, 돈하고 말씀 드린 것 감당 가능하면 하세요.“


“그래, 고마워.”


고마운 것 맞나.

부탁한 대로 알아봐 준 건 고마울지 모르지만,

본인이 전혀 원하지 않는 답을 줘서 솔직히 안 고마울 것 같다.


남녀 간의 사랑이란 아름다우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나고 서로의 매력에 끌리고 좋아하고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집으로 바래다주며 헤어지기 싫어서 같이 살자고 말하기도 한다.


막상 같이 살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오해로 다툼이 있기도 한다. 사소한 것들이 맞지 않아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마저 맞춰가며 미운 정도 들며 함께 살아가는 거다.


때로, 미운 정이 더 무섭기도 하다.


“저런 성격에, 예민해가지고 누가 같이 살겠어?

내가 아들 키운다는 셈 치고 살아줘야지.“


이런 말이 그런 맥락인 것 같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누구보다 친밀한 남녀관계가 엇나가 버리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많은 안 좋은 사례들이 널려있다.


최근에도 그런 걸 듣고 보았다.


안 맞아서 헤어지자고 한 전 여친을 못 잊는 것까진 좋다. 한두 번 전화하는 것까진 그래도 이해할만 하다.


그런데,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수십, 수백 통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날리다 차단 당하면, 찾아가고 심지어 스토킹까지 하기도 한다.


예전엔 그저 사랑싸움이니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러다 정말 큰 일 난다.


길을 가다 경찰차가 서 있고, 경찰관이 한 남자 녀석에게 뭐라고 하고 있길래 잠시 들어봤다.


“전 여자친구가 싫다는데 왜 계속 찾아와요?”


“헤어지긴 했는데, 거기 놔둔 물건이 있어서요.“


딱 들어봐도 개소리였다.

이런 친구들 많이 봐온 경찰도 알고 있었다.


“못 잊고 그럴 순 있는데, 이렇게 신고 들어오면 저희도 이제 어쩔 수가 없어요. 경찰서 같이 가실래요?“


“아니오. 집에 갈께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제지당하고 멈추면 좋은데, 찾아가서 때리고 죽이는 극단적인 일까지 종종 있어서 겁난다.


오죽하면, 여성들이 이별할 때, ‘안전이별’을 검색하고, 관련 글이 넘쳐난다. 일반인들도 그렇고 한 유명 연예인도 전 남친에게 맞고 다투고 난리가 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둘의 첫 만남이 방송을 통해서라고 하는데, 좋은 첫인상과 호감이 그런 결말이 되었을 줄은 그땐 몰랐을 거다.


헤어진 후 스토킹은 여자가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남자가 한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계속 밤에 전화해서 차단했더니 어떻게 했는지 방법을 찾아서 발신자 번호가 찍히지

않게 전화를 해와서 무섭다는 후배가 있었다.


아예 연락을 받지 않다가 집 아파트 현관문에 마스크를 걸어두고 가서 더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자 입장에선 헤어지고 나서 잊지 못하고 챙겨주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당하는 남자 입장에선 아파트 동 출입문이 잠겨있고 비밀번호를 알거나 키가 있어야 들어오는데 어떻게 들어왔지 하며 겁난다.


이렇게 힘 약한 여자가 아파트 집 현관문 앞까지 왔다 가도 공포스러운데, 힘 센 남자가 그랬다면 더 무서울 거다. 요즘은 흉기까지 들고 와서 같이 죽자고 덤벼들었다가, 상대는 죽이고 본인은 막상 죽으려다 겁나서 안 죽는 경우도 있어 무서운 세상이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유종의 미라고 아름다운 이별도 중요하다.


사랑이 risk가 되어 버린 현실이 씁쓸하다.




그리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


회사에서 한 고위 임원께서 해외 주재원들을 모아 놓고 해외 사업 현황과 추진 방향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 놓으시고는 마지막에 이상한 말을 덧붙이셨다.


“여러분들, 큰 회사 다니고 월급도 잘 받고 해외 근무하면서 해외 수당도 받으니까 여자들이 좋아하지요? 그거 다 99 프로 당신들 돈 보고 그런 거니까 좋다고 헤~ 하고 달려들었다가 패가망신하지 말고 일이나 다들 열심히 하시요. 알겠죠?“


회사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무슨 저런 소리를 하시나 싶었다. 감성이라곤 없는 기계같이 일만 하는 양반. 공감 능력 제로라는 별명 다우셨다.


‘전무가 좋긴 좋구나. 월급 많이 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해도 다들 잠자코 들어줘야 하고 ㅎㅎ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고,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잘 지내기만 하면 되지. 남이사 여자를 만나든 혼자 살든 사생활에 대해 뭘 저렇게 이러쿵 저러쿵 하시나.‘


하고 있었다.


100 프로는 아니고 99 프로라고 하신 건 1 프로 사랑은 있을 수 있다는 건 또 아시나 보네.


하고 넘겼다.


그런데, 전무는 과연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짬밥이라는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데가 있다.


얼마 후, 해외 주재원이었던 분이 수년간 근무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국내 지방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서울보다 할 것도 적고 사람도 적어 지루한 것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피하고 싶은 국내 지방 근무.

별로 내키지 않아 하셨지만, 회사에서 가라고 하니 별 수 있나. 안 가면 집에 가야 하니 지방으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 퇴근하면 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 아니면 월요일 새벽에 가기를 반복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할 것도 없어서 심심하다나.


그런데, 그것도 계속 왔다 갔다 하니 피곤하고 주말마다 왕복 KTX 값도 만만치 않았는지 그냥 숙소에서 죽치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그 지역에 있는 나이트 클럽을 간 것이 화근이었다.


좋은 여자를 만나서 알콩달콩 그 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결혼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거기서 만난 여자는 소위 말하는 '꽃뱀' 이었다.


술 마시고 모텔에서 같이 자고 그 다음날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사랑해서 제 발로 모텔에 같이 가서 잤다."


는 항변은 그런 일을 수없이 경험해 보고 충분히 예상하고 작전을 짠 전문가에게 부질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혹시 모를 부작용 때문에 적지 않는다.


그 분이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 이 타짜는 슬며시 제안을 했다.


"5천으로 합의하시죠."


5천이 누구 집 강아지 이름인가. 해외에서 개고생 해서 모은 돈 가져다 바치라는 건가.

이제 국내에서 근무해서 월급이 줄어 5천 모으려면 오랜 기간이 걸린다.


흥분해서 깎아 볼 협상도 하지 않고, 법대로 하자고 했고,

결국 그 분은 실형을 받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짤렸다.

타짜의 미리 짜여진 작전과 그걸 뒷받침하는 만들어진 증거 그리고 마지막 눈물 연기. 그 남자 분이 전혀 반성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사의 말에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관련 법과 형사 판례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이런 전문가에게 걸리면 쉽지 않다.

작정하고 여러 번 이런 짓을 하면서 노하우도 쌓였을 거니까.

어쩌면 실패해서 본인이 처벌을 받으면서 빵에 들어가서 비슷한 사람들과 노하우를 공유해서 upgrade 되기도 한다.


애초부터 책 잡히지 않게 잘 행동하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손절해야 하는데, 외롭고 심심한데,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가 이렇게 작정하고 달려들면 바보가 되어 버리고, 아닌 줄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한다.


그런 일에 연루되면 회사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점점 개미지옥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남녀 문제는 잘못 가면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주 정상적이고 착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도 잘 안되기도 하는데,

선배의 경우는 출발부터 쫌 아닌 것 같았다.


선배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왠지 잔소리하는 것 같고 성격상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도 싫어서, 그 정도 이야기했으면 알아듣고 잘 판단하시겠지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닥친 일을 정신없이 하고 며칠이 지났다.


이 선배의 사랑 이야기는 어떤 결말로 갈까?

생각이 났고,


아, 이거 사랑 이야기에서 갑자기 서스펜스로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할 때,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타 계열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그룹 메신저를 통해 말을 건 것처럼, 그룹 내부 메신저를 통해.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84



아래가 본 편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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