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이 글은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분들에 관한 글이 아닌, 일부 몰지각한 분들에 관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이병헌이 정치 조폭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나온 영화 '내부자들'을 재미있게 보았다.
동명의 유명한 웹툰을 base로 한 덕분에 이 영화에는 주옥같은 대사가 많이 나온다.
그 중 백미는 역시 이 대사다.
“대중은 개돼지”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나온 백윤식이 재벌 자동차 회사 회장님을 안심시키며 한 말이다.
어떤 재벌 관련 사건이나 정치적인 이슈도 연예인 마약 같은 자극적인 사건을 터트리면 묻힌다는 이야기다. 즉,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방법이다. 자신들의 문제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정우성, 조인성이 검사로 나온 더 킹 같은 다른 영화에서도, 사건을 묵혔다가 상황이 무르익었을 때 터트린다는 내용이 나온다. 일맥상통이라 볼 수 있다.
실제 현실에서도 그런 적이 있기도 했다. 굳이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다.
그런데, 이 대사.
웹툰과 영화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이라는 분이 신문기자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 말이고, 이 일로 이 분은 파면되었다.
어렸을 때도 친구들 간에 싸움이 붙는 걸 보면, 처음에 입씨름을 하고, 흥분해서 몸의 대화로 넘어간다.
‘개새끼’ 라는 단어가 triggering point (방아쇠) 가 되는 걸 종종 보았는데,
“그럼, 우리 엄마가 개라는 거냐?”
하며 자신과 부모님을 욕한 것에 화가 나서 달려들었다.
친구끼리 싸울 때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좋지 못한데, 이 분은 민중, 수많은 사람에게 개돼지라는 말을 날려 버렸다. 본인은 기자와 밥 먹으면서 대화하면서 했다고 착각했을 수 있지만, 기자는 언론이라 자기가 한 말이 대중에게 전달된다는 걸 간과한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람들을 개돼지라고 말씀하신 이 분은, 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도 받고, 이런 저런 대우를 받는 공무원이었다. 그것도 꽤나 고위직이었다. 자신에게 돈 주는 많은 사람들을 싸잡아 그런 모욕적인 언행을 하고도 파면이 잘못되었다고 항변한 걸 보면 역시 상태가 그리 좋은 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지금은 복직하셔서 잘 다니고 있다니. 이러니 정말 개돼지로 보는 것 아닌가 싶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이 분이 국토교통부도, 산업부 공무원도 아닌,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공무원이었던 거다. 이런 썩어빠지고 왜곡된 정신 상태로 우리 아이들을 교육 시킨다고 하니, 본인이 되려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했을 것 같다.
공무원들 중에, 특히, 5급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 중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내가 월급도 받고,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니,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일해야지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시라 믿고 싶다.
그런 분들이 많아야 교육도 제대로 되고 세상이 잘 돌아갈 거다. 그런데, 이 분을 보면 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죽어라 공부해서 시험 합격하고 열심히 일해서 승진한 거지. 국민은 개뿔. 지들이 뭘 알아. 좋은 대학 나오고 시험 패스할 때부터 너희들과 난 달라.
국민을 위한 봉사? 그거 그냥 말만 그렇게 하는 거고. “
과장일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생각나는 말이 있을 거다.
요즘 핫한, ‘왕의 DNA를 가진 아이’ 사건이다.
이번에도 안타깝지만, 또 교육부다. 이번엔 6급 공무원이다.
현재는 이상한 짓을 해놓고 무늬만 징계 시늉인 구두경고만 받고 승진까지 하셔서 5급이라고 한다. 이런 교육부의 징계 수위와 승진 인사를 보니 이 조직도 알만하다. 제대로 된 상벌은 조직의 기본인데,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승진한 이 분은 6급 때 ‘왕’을 운운했으니, 이번 일이 터지지 않았으면 ‘신의 아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사건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3학년 자녀의 담임 선생님에게 갑질을 하다, 2022년 10월에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까지 했다.
11월에 해당 교사는 직위해제되었고, 검찰 송치까지 되었으나 2023년 5월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며 2023년 6월 다시 복직했다고 한다. 7개월 이상을 그 교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욕이 나오려고 하지만, 공개된 글이라 쓰진 않는다.
이 사건은 일부 학부모의 갑질 등으로 강남 서이초 선생님의 극단적인 사건 등 교권 실추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우습게도 선생님과 학교를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안전한 교육 현장을 만들어야 할 교육부 공무원이 거꾸로 학부모 갑질의 선봉장이 되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를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이것이 과연 내 아이를 맡은 담임 선생님에게 쓴 글일까? 왕이 신하에게 지시하는 글일까 헷갈릴 지경이다.
자기 자식을 아끼고 왕자님처럼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런 모성애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은 인정받고 칭찬받을 만 하다. 아이를 버린 사회 문제와 비교하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건 집에서 해야지. 밖에서 그러면 곤란하다.
학교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하나의 사회다.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공무원은 공적인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공공의 이익과 질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지, 자신이 무슨 김정은도 아니고,
선생이고 다른 애들이고 다 모르겠고, 우리 아이는 왕의 DNA를 갖고 있으니 왕자처럼 모시고, 철저히 편을 들어주라고 했다. 이런 독재자 마인드를 교육부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다니 다시 한번 기가 찬다. 교권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해 주고 정상적으로 지켜지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되려 규정과 사례를 알고 있는 것을 악용해서 교권 침해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었다.
행시 출신도 아닌데 이 정도라면, 이 사람이 행시를 패스하고 고위 공무원이 되었다면 나향욱 정책기획관과 쌍벽을 이루는, 아니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줬을 수 있겠다 싶다.
현실은 작가의 상상을 초월하곤 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과문은 더 웃기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어어, 이거 이러다 큰 일 나겠다.’
싶었을 거다.
정말 죄송해서 깊이 뉘우치고 사죄할 마음은 솔직히 없어 보인다. 사과문만 봐도 알겠고, 그동안의 적나라한 갑질 행적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임기응변으로 사태를 넘기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가 날아가고, 꿀 같은 공무원 연금마저 자기가 낸 것만 받고 그대로 정리될 것이니 공포스러웠을 거다. 다시 취직을 해야 할 것인데 이런 사달을 내고, 범 교육계에서 대학교 실장자리 같은 원하는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 신상도 거의 노출이 되어 소위 ‘쪽팔려서’ 사는 데에도 무척 불편해졌을 거다.
결국 교육부 차관까지 공식 사과했으니, 진짜 일이 커지긴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진심으로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겠다는 것을 다짐하고, 가능하다면 다시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하겠다라는 약속이 나와야 한다. 재발 방지는 기본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분은 사과는 그저 마지못해 한두 줄 적고, 나머지는 다 핑계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사태가 수습되고 잘 넘어가길 정말 기대했을까?
자신은 그런 사람도 아님을 강조하고, 사실은 좋은 사람이다.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해서 그렇게 했다는 둥 내가 그 피해를 본 선생님도 아닌데 사과를 받았으면 기분이 풀려야 할건데, 되려 화가 날 정도이다.
그러니, 왕의 아들을 잘못 만난 죄로 직위해제되고 검찰 조사 받던 그 선생님은 이 사과문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심하게 말하면 종이라면 찢어버렸을 것 같다.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을 하면서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교육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는 말은, 갑질과 그에 이어진 행동에서 이미 거짓임이 드러났고, 선생님들을 정말 존경했다고 하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아니면, 이 분이 아는 존경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존경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랑하니까 때린다."
는 변태인지, 진정성을 가장한 합리화인지 모를 이상한 인간도 존재하니까.
요즘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엔 '관존민비' 의식이 있었다.
쉽게 말해 공무원은 존귀하고 민중은 천하다 라는 거다.
근래에는 가까운 동사무소나 시청에 찾아가서 항의도 하고, 전화로 민원도 제기하고 그러지만, 전엔 그런 일을 상상할 수 없었을 때도 있었다.
민원을 잘못 제기했다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절차가 늦어질 수도 있고,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왕조 시대에 유일한 출세 길이 공무원이었고, 과거 급제를 해서 관리가 되는 것을 최고로 치던 시절부터 내려온 것이다. 왕의 대리인 격인 정승이 지나가면 멈춰 서서 고개를 숙이거나 심지어 무릎을 꿇어야 하기도 했고, 고을 사또는 나랏님이 임명해서 우리 마을을 다스리는 분이었다.
하급 공무원들도 집행관으로 무시무시했다. 특히, 민중의 고혈을 파먹던 때에는. 국가의 폭행을 직접 실행하고 저지르며, 자신도 한 몫 해먹는 것으로. 부패의 시대엔 관직을 줄을 서서 돈을 주고 사서, 부임 후엔 들인 돈 이상을 뽑아먹기 위해 온갖 비리와 못된 짓을 서슴치 않았다.
안타깝지만 이 이야기는 100년 넘게 전인 조선시대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개발독재시대 때도 민간보다 정부 주도의 계획 경제가 주를 이루었고, 군부 독재 시대엔 중정이니 뭐니 하는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눈 안 깔아? 내가 누군 줄 알고."
는 조폭이 한 말이 아니고, 공무원들도 하던 말이기도 했다. 민주화 시위를 했던 대학생들을 고문하고 죽이기까지 한 경찰. 그들도 공무원이었다.
심하게 욕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은 자기 돈 주고 밥 안 사 먹는다."
라는 황당한 말이 있었던 때도 있었다.
요즘이야 세상이 조금 더 나아져서 신고도 할 수 있고, 압박이 되기도 해서 그나마 친절하지, 예전엔 아는 사람이나 유력자가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았던 공무원들이 있었다. 만사 다 귀찮아서 "난 일 안 하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아서 해." 라고 하시는 분이 요즘도 남아 있다고 하던데, 그 시절엔 오죽했겠나.
그러면서 이래 저래 뇌물과 향응을 받아 먹으려고 하니 급기야 청탁금지법 김영란 법이라는 것이 나오기까지 했다.
해외 후진국에 출장을 가보면 놀랄 때가 많다.
관공서에 가서 일을 처리할 때, 우리 측 현지인 업무 대행자가 대낮 업무 시간에 서류와 함께 인지세 등 법에 정해진 비용이 아닌, 별도의 돈 봉투를 버젓이 건네기도 했다.
한 고위직 공무원은 사업 관련 회의를 위해 약속을 잡아 놓고 가서 자기 사무실로 갔더니, 3시간을 기다리고 10분 미팅을 한 적도 있었다.
후진국일수록 공무원들은 개판이었다.
일은 못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월급은 정년 철밥통으로 다 챙겨 먹으면서 그게 부족하다고 뇌물을 요구하거나 배임, 횡령을 저지르기도 한다.
OECD 선진국 대열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공무원들은 그런 분들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일부 소수의 문제라고 믿고 싶다.
국민들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에서 칼같이 걷어가는 세금으로 밥 먹고 사시는 분들이 제발 자신들이 왕이고, 국민들은 개돼지라는 조선시대, 개발 독재 시대 때의 구시대적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런 잘못된 생각은 버리고, 본분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민간에서처럼 받은 만큼 원래 하기로 한 일을 하지 않거나, 이상한 짓 하는 분은 그냥 국민들 돈 받지 말고, 정년과 상관없이 집으로 가서 혼자 왕 놀이를 실컷 하실 수 있도록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다.
식당도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불친절하면 아무리 맛집이고 핫플이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그런 집은 애초에 맛집이 되지 않으려나.
내가 힘들게 번 돈 내고 억지로 참으면서 비위생적인 것 먹고 홀대받으며 쫓기듯 밥 먹고 나오긴 싫어서다.
더 이상 내 피 같은 돈 갖다 바치면서 개돼지 취급 당하고 싶진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