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부네요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이소라 님의 ‘바람이 분다’
이맘때 찬 바람이 불고 단풍잎이 만개하는,
쓸쓸한 ‘만추’에 어울리는 노래다.
첫 소절을 좋아하는 나에게 또 하나의 선물 같은 곡이다.
그리고 이별에 대한 감정이 쉬운 단어지만, 너무도 깊게 다가온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철없던 어린 시절, 나에게 참 잘해줬던 누나와의 이별이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만큼 잘해주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했는지.
갑작스러운 이별을 마주하고 느낀 상실감은 받은 사랑의 크기와 마음껏 잘해주지 못한 어리석은 뒤늦은 아쉬움만큼 컸다.
헤어지고 우연히 만나 옛날이야기를 할 때 이 가사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성숙해지나 보다.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마지막마저도 바람이 불고, 눈물이 흐른다는 쓸쓸한 감정으로 긴 여운을 준다.
단풍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 때, 함께 바라보며 따뜻하게 손 잡고 나눈 마음이, 지금은 홀로 이 풍경을 보며 옛 생각에 눈물을 흘려서인지 모르겠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꼭 함께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박효신 님의 ‘추억은 사랑을 닮아’
‘그대가 부네요
내 가슴 안에 그대라는 바람이‘
이소라 님의 노래와 닮은 듯하면서도 각자의 삶과 개성이 담겨 있어 다른 감동을 준다.
‘내 맘 흔들어 놓고
추억이라는 흔적만 남기고 달아나죠‘
그대라는 바람이 내 마음을 흔들고, 추억만 남기고 떠난다는 비유적이면서 서정적인 표현.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고, 이제 몇 시간 후면 만난다는 설렘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오랜 시간 함께 있다 헤어지는데도 집에 보내기가 싫어 한동안 바래다준 집 앞에서 떠나지 못해 버스나 지하철 막차를 놓쳐 본 사람이라면,
이 가사가 많이 와닿을 것 같다.
‘다시 눈을 감고 그댈 지우려 하면
굳게 다문 입술이 떨려와
참았던 눈물이 흐르죠‘
그리고 헤어지고 난 슬픔으로 잠을 청하려 누울 때도 갑자기 울음이 터지고,
한참 울고 나서도 다시 울음이 터져 멈추지 않아 본 사람이라면,
함께 했던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을 지나며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갈 것 같다.
이 가을.
싸늘한 바람에 늦은 저녁 예전 그 가로등 아래 추억에 잠겨본다.
https://youtu.be/mRWxGCDBRNY
https://youtu.be/22g2AsvAZ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