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이 60의 의미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으면서 후배에게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보니 고향에 내려간다고 한다.
아버지 환갑이신데 월요일에 경조휴가까지 붙여서 다녀올 예정이라고.
좋겠다.
아버지도 건강하시고 회사에서 정기휴가 외에 경조휴가에, 경조비까지 얼마라도 주니 그 맛에 회사 다니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고령사회라 환갑잔치 같은 걸 하나? 나이 60에 경로당 가면 막내라던데 ㅎㅎㅎ
옆에서 듣고 있던 부장님이 말씀하신다.
“나 다음 달에 환갑인데.”
염색도 하시고 운동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막연히 50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환갑이시란다.
“어이쿠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그런데 아버지 환갑은 경조 휴가가 있는데, 본인 환갑엔 경조 휴가가 있나요?”
여쭤보니,
“그런 게 어딨어!
이 나이에 회사 다니게 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지.“
하시는데 그렇게 고마워하시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아이러니하다.
아버지 환갑에는 자식 도리 한다고 회사에서 별도로 휴가까지 챙겨주는데, 정작 본인 환갑에는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건가?
HR 친구에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필요하면 자기 휴가 쓰면 되지 회사에서 그런 것까지 챙겨줘야 해요?”
라고 한다.
으이그 이놈의 HR이란.
언제쯤 HRM (human resourece managemet, 인적 자원 관리 - 물적 자원 관리하는 것처럼 사람도 관리한다)에서 벗어나서,
Human capital로 (인적 자본, 돈처럼 귀중하게 좀 대해줘라, 말로만 인적 자원 개발이니 뭐니 하지 말고 제발) 대우해줄래?
이제 고령화 사회로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고, 100세 시대를 바라보면서 정년도 60세 이상인 곳이 많다. 그런데 2022년인 지금도 쌍팔년도 제도와 인식이 남은 곳이 너무 많다.
지금까지 보고 배우고 해온 게 있는데 쉽게 바뀌겠나.
하지만, 결국 회사나 조직이란 좋은 사람을 뽑아 그 사람의 마음을 잡아서 진심으로 열심히 일하게 하고, 결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서 더 열심히 하게 해서 구성원과 조직이 같이 성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작은 것부터 챙겨주면 어떨까.
제발 월급 더 안 올려줄 생각, 월급 깎을 생각, 사람 줄일 생각만 하지 말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자본 (capital)이고, 사람이 미래다라고 하는데 결국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 줄여야 하는 돈으로 보지만 말고.
아닐 말로 정년이 60 이상이라도 공무원 같은 분들이 정년까지 다니지, 사기업에선 그전에 구조조정이니 뭐니 해도 다들 잘려나가지 않나. 회사에 별 임팩트도 없을 거고 직접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편으론,
난 60에 뭘 하고 있을까?
지금 이렇게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 난 행복할까?
이 꼴, 저 꼴 다 보며 회사를 다녀도 그래도 밖은 춥다며, 정년퇴직한 것을 다행스럽게 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선배들과,
40 전에 경제적 자유 혹은 최소한의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되도록 빨리 은퇴해야 한다는 파이어족 후배.
(FIRE - Financially independant retire early)
그 사이에서 내 인생을 생각해 본다.
이제 40이 된 다른 후배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형님, 요즘 나이 60은 옛날로 치면 40이에요. 한창 일할 장년층.
맞잖아요. 환갑잔치라는 게 뭐예요. 60 전에 다들 죽는데 60까지 살면 다행이라고 잔치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80 넘어서까지 사는데, 그럼 60이 옛날로 치면 40이라고 보면 돼요. “
허이고 그러셔. 그럼 40 먹은 너는 뭐냐고
물으니
“저는 애기죠, 애기. 응애응애.
지금 40은 옛날로 치면 20이에요. 청년.
말 나온 김에 바람도 쌀쌀한데 따뜻한 국물에 한잔 하러 가시죠.“
한다.
나이 먹고도 애 타령하면서 기승전 ‘술’로 끝나는 이녀석과,
불과 며칠 전 숙취에 ‘앞으로 술 마시면 내가 개’라고 외쳤는데, 그걸 또 따라가는 나.
인정하기 싫지만 조금 납득되는 면이 있는 한 여성분의 말이 생각난다.
“남자는 나이 먹어도 애 아니면 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