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내 삶은 나의 것
직장인의 아침은 바쁘다.
기본인 9-6 (9시 출근, 6시 퇴근)에 맞추려면, 모두들 그것에 맞추는 흐름을 타고 가야 한다.
가는 곳마다 줄이다.
지하철도 줄, 버스도 줄.
엘리베이터도 줄, 점심 밥집도 줄.
돈도 줄줄이 샌다.
그 좁은 공간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었을까. 마치 소형차 안에 스무 명 이상이 들어가는 시험을 방송에서 본 적 있었는데 별로 신기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그보다 더한 걸 보니까.
가끔씩 장관이기도 하다. 지하철이 무슨 일로 늦게 왔을 때는 인산인해를 많이 본다.
예전엔 기겁했는데, 거의 몸을 던지듯이 9호선 급행 꽉 찬 지하철에 해맑게 웃으며 타는 선배를 본 이후로는 어떻게든 타보려 한다.
하지만, 실패하고 몇 대 보내고 사람이 조금 적은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사무실에 앉아서 멍 때릴 때면 한 시간이 한 달 같은 때도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삭이다.
지금 나가야 해 하는 찰나,
급박한 신호가 오면 고뇌한다. 아 이걸 어쩌나. 참고 가는 지옥철인가 아님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가야 하나. 이제는 그냥 날 죽여라 하고 해결하고 간다.
늦으면 반차 써야지 뭐 어떡해.
이런 현상은 직장인들이 많은 전 세계 대도시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여행 가는 기분을 갖고 첫 출장을 간 런던에서, 아침에 그래도 기분 좋게 다리를 건너 미팅 장소로 향하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출근하는 영국인 친구들을 보면서 다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것만 아니었으면 지각 안 했는데 하는 허둥지둥 출근길.
그러다 우연히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높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빨리 가야 해라고 휴대폰 시계는 말하고 있었지만,
내 가을 감성은 너에겐 1분이란 시간이 있어라고 말했다.
덕분에 이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잠시나마 보고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왜 하루 한번 하늘 보기 챌린지 같은 게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언제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수영하고 아점을 먹은 후 선 베드에 누워 조용히 저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다 졸리면 또 자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은퇴하기 전까지는 휴일이나 휴가 때 잠시나마 그렇게 쉬어가는 걸로 만족하고, 열심히 벌고 모아서 은퇴하고 나선 그렇게 질릴 때까지 여유롭게 살아야겠지.
이번 주말엔 퇴직하고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살면서 놀러 오라던 선배를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