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준석과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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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전투표를 일찌감치 마쳤습니다.
정치보단 생업에 더 관심이 커서 정치 뉴스를 계속 보고 있는 걸 보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정치인들이 피 같은 우리가 낸 세금을 눈 먼 돈으로 만들어 해먹기 좋은 토양이라 어느 정도라도 관심을 갖고 투표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 합니다.
원래는 한쪽 정당을 지지했지만, 대학 때 선후배 친구들이 두쪽 다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듣다 보니, 극단적인 쪽보다는 중도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대학 때 선배들 중에는 거대 양당으로 나뉘어 갔지요. 두 쪽으로 나뉘어서 보좌관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님들도 그랬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회사를 다니면서는 보수 쪽 정당을 지지하는 분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지요.
경제를 살려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찍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때는, 광화문의 민심을 옆에서 보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찍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던데,
이 전 대통령께선 나라를 살리기 보다는, 자기 돈 챙기기에 급급하셔서 감옥에 다녀오셨지요.
문재인 전 대통령께선 서민들을 위한다고 하셨는데 부동산 정책을 잘못 펴서 집값 급등 사태를 낳았습니다. 보수 쪽이 만든 부동산 3 법이 근원적인 문제라고 면피하기에는, 임대차 3 법이 취지는 좋은 부분이 있었지만, 현실과 시장을 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인정해야 할 거라 봅니다.
당시 국토부 장관을 하셨던 정치인 출신 분의 임대차 사업자 혜택 광고 영상은 아직도 흑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그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좋아하시고 잘 나가셨던 분인데 이번 총선에는 얼굴 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인생은 아이러니해서 저 같은 서민을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덕에 저는 득을 봤습니다. 전세 보증금 올려 달라는 게 싫고, 부담되면 월세로 일부 전환하라는 건 더 싫어서, 그렇게 싫어하던 대출을 받아 산 서울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집값을 잡아주길 바라면서 찍었던 대통령이,
정책 실패로 제 집값을 올려주는 아이러니를 경험하며 정치는, 세상살이는 참 묘하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치와 행정은 이렇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녁 6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 때는 TV를 켤 수 밖에 없더군요.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과 범민주 세력의 승리였습니다. 과반인 150석 이상만 하자던 민주당 분들은 환호하고, 120석 이상은 해야 한다던 국민의 힘 분들은 침울해지셨습니다. 그야말로 상반된 분위기였지요.
개표가 마무리된 결과를 보니,
민주 175 (비례 14), 국힘 108 (비례 18)
조국혁신 12
개혁신당 3
새 미래 1 진보 1
의 결과였습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은 넘기고, fast track이 가능한 180석은 넘기지 못했지만,
조국혁신당과 새 미래 김종민 의원 등까지 범진보로 보면 180석을 훌쩍 넘었으니,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불통을 실제로 바꿀지 지켜보겠습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며 사리사욕을 챙기고 보신을 위한 노력만 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를 한 국민들의 외면을 받겠지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있었다면, 이번 윤석열 정부에선 고물가로 고통 받는 상황을 잘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것 같습니다.
외부 요인 등이 크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유능하게 일을 해서 최대한 물가를 잡아서 국민들이 덜 힘들게 만들어야 하는데요. 말은 번드르르한데 실질적으로 물가를 잘 잡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주당도 그리 맘에 들지 않지만, 마트나 시장에 가서 장을 보면 도저히 여당은 못 찍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대파 값 논란이 있었고, 밥 먹을 걱정은 없는 분들이 주권자인 국민이 만들어준 자리와 권력을 이용하여 명품백을 받는다던지 하는 일이 있었으니 분개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더욱이, 젬버리 사태 때 준비 부족과 책임 회피성 이상한 발언을 하는 장관 등을 보며 심각한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 황당한 경우가 있었지요. 이렇게 고생하는 게 젬버리 정신이다 라는 멍멍 소리였지요. 준비 제대로 못하고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어야 옳았지요. 젬버리가 전국으로 확신되어 치러진다는 말과 더운데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에 우리 애들 놔둘 수 없다며 복귀시킨 나라의 말이 많이 대비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던 것, 오송 참사와 또 나온 면피성 발언, 전세 사기가 터졌을 때 피해자 구제에 미온적이며 적극적이지 못했던 모습과 함께 우리 국민들이 죽는 모습이 정부에 대한 실망과 함께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다는 공포감도 있었지요.
엑스포 유치 실패와 들인 수천억 원의 예산과 너무 많은 해외 순방 그리고 연이은 입틀막 사건까지.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이 현 정부 지지율이 낮은 이유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국정 협력 파트너인 야당과는 제대로 된 소통과 협의도 잘 하지 않았지요. 함께 간다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 그리고 검찰 출신 정권답게 약점을 잡고 물어 뜯기만 하려는 모습을 보며 많이들 실망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죄를 지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공정이 있어야 하겠지요.
대장동 특검에 대해,
“특검을 반대하는 사람이 범인이다.
그렇지 않으면 특검을 왜 반대하겠는가.“
라고 말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반대하며 거부권을 행사했으니
내로남불이라 볼 수 밖에 없었겠지요.
저도 한때 정의로운 윤석열 검사를 좋아했던 한 사람입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검사장님 모시고 이 수사 제대로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는 외압에 대한 작심 발언을 들으며,
기개 있다. 정의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수사하면 야당 놈들 도와주는 꼴 밖에 안된다.“
라는 외압에 대한 대응이었지요.
우리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고 처벌 받게 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했지요.
그런데, 내로남불과 무능 그리고 독선과 함께, 자기 사람들끼리 자리를 나눠먹고 막아주는 모습에 안타까웠습니다.
말만 민생을 외치고, 국민들의 삶이 더 힘들어지는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보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이번에 민심의 회초리를 제대로 맞았으니, 제발 본인이 공약한 내용과 민심 토론회에서 약속한 것들만 제대로, 빨리 지켜서 국민들의 삶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빚 등으로 쪼들리고, 고물가에 허덕이며,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국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국민이 투표를 해서 자리에 앉게 해 주고, 세금을 내서 월급도 받고 대우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힘은 108석으로, 출구조사로 예상된 100석도 되지 않아 개헌을 저지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정부 여당을 비판하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잘 알고 있고, 권력을 한쪽에 너무 몰아주면 반드시 그 권력은 썩는다 라는 걸 민심은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무리하게 끌고 가서 진 보궐선거 결과를
갖고, 경쟁자로 나서려는 분은 당 대표 선거에도 나오지 못하게 하며, 결국 당 대표 직을 맡게 한 분을 끌어내렸지요. 그 두 분 모두 이번에 당선되셨더군요.
그러면서 이번 선거를 위해 가장 믿는 사람을 내세우셨지요. 똑똑하시고, 어떤 분들은 말씀도 잘하신다고 하시고 (반대로 어법에 대해 반감을 가지신 분도 있습니다) 재판을 받는 상대 당 대표와 달리, 그를 조사하고 단죄하려는 정의의 사도.
인기가 낮은 윤 대통령님보다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새로운 인물로 선거를 치르려 했습니다. 제가 아는 강남 친구는,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지지 않고 할 말 하는 이 분을 보고 ‘영웅’이라고 까지 하더군요. 참 세상은 다양합니다.
이 분은 이제 직에서 바로 내려오셨습니다. 선거를
말아먹었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겠지요. 엘리트 검사로 검사장까지 하며 잘 나가다 좌천되고, 윤 대통령님 당선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날아오르고 여당의 선거를 책임진 위원장이 되었을 때만 해도 차기 정식 당 대표와 대권을 꿈꿨을 텐데. 본인 입장에선 아쉽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분이 전국을 누비며 유세 현장에서 환호를 받을 때, 3개월짜리 당 대표로 쫓겨난 이준석 전 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지요.
“지금 좋으시지요. 많이 즐기십시요.
사실 다 덧없고, 잘못되면 욕 바가지로 먹으실 겁니다.“
라고 말입니다.
호기롭게 불출마 선언을 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이제 모든 책임을 지고 갈 곳 없게 된 이 분은,
“총선 이후 자신의 인생이 꼬일 것 같다”
는 본인 말씀대로 앞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실 것 같습니다. 이래서 제가 앞의 글에서 ‘말조심’ 이라는 글을 썼나 봅니다.
선거에서 진, 같은 당 분들이,
당장 집에 가라.
그러니까 왜 정치 모르는 초짜를 시켜서 이 모양 이 꼴을 만들었느냐.
정권 심판론에 대고, 야당 범죄자 운동권 심판론이 아니라,
용산과 선을 긋고 할 말은 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선거를 치렀어야 한다
선을 긋기는 커녕 갈등 상황에서 폴더 인사할 때부터 알아봤다
등등의 날 선 말씀을 하고 계시더군요.
반대로 이준석 전 당 대표는 경기 화성 지역구에 출마해서 당선되었습니다. 동탄이라는 특성상 젊은 유권자들이 많아 해 볼만 하긴 했지만, 국민의 힘이라는 오래 된 거대 조직과 자금 없이 신생 정당으로 이뤄낸 결과라 놀랍습니다.
노원에서 출마하고 지역 기반을 다지던 그에게, 노원이 아니면 대구에서 출마하라는 권유도 있었지요. 하지만, 고심 끝에 그는 동탄을 선택했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며 거대 양당 후보들 틈 바구니에서 쉽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지지율 10 몇 프로로 3위에 그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지지율을 끌어 올린 그는 결국 자신을 반 강제로 쫓아내다시피 한 국힘 후보를 누르고, 단일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후보까지 눌렀습니다. 젊은 정치인답게 아직 덜 여물어서 말이나 행동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보수 거대 정당에서 30대 당 대표를 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그는 선거 전문가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개혁신당 비례 2번으로 금배지를 달게 된 천하람 후보도 방송에 많이 나오고, 당직 선거에도 나가는 등 노력했지만, 이준석 전 당 대표가 없었다면 개혁신당의 3석은 없었을 거라 봅니다.
정치 커리어 면에서 단연 한 수 위이자 국무총리까지 역임하셨던 이낙연 전 총리님도 자신이 도지사를 했고, 국회의원도 하셨던, 호남으로 가셔서 겨우 10 프로 대 지지율로 떨어지신 것과 비교하면 더 대단합니다. 김종민 의원도 민주당 후보가 낙마해서 운 좋게 지역구에 달성해서, 새로운 미래가 겨우 1석 얻은 것을 보면 지역구 달성과 비례 2석 확보는 대단한 것이지요.
심상정 대표로 상징되는, 나름 전통 있는 녹색진보당이 1석도 확보하지 못하고 원외정당이 된 것과 비교하면 더 그렇지요. 녹색진보당도 류효정 전 의원 사태 등 할 말이 많지만, 길어질 것 같아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비례에서 선명성으로 바람을 일으켜 12석을
차지하며, 전에 안철수 국민의당과 같은 바람을 일으킨 조국 후보도, 부산 등에 지역구로 나왔다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당당히 원내 3당이 되고 윤석열 정권의 남은 3년도 길다. 조기 종식을 목표로 한다는 그들이 과연 공약대로 한동훈 특별법과 김건희 여사 특별법을 밀어 붙여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제 집으로 가셨고, 머리 좋은 법 기술자 검사답게 형사 처벌을 받을 증거는 잘 남겨두지 않았을 겁니다.
김건희 여사 특별법도 재의요구권이라는 200석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민심은 거기까지 허락하진 않았지요. 현재 국힘 당선자들 중 일부가 배신(?)을 해야 한다는 구도인데, 원내 3당이라 해도 12석에 그치는 작은 배의 그들을 보수파인 국힘 국회의원들이 따라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음에 또 공천 받아서 국회의원 해 먹어야 하고, 아니면 장관이나 기관장 혹은 용산의 자리 등을 받아야 할 것인데, 배신자로 낙인찍힐 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분들이 극혐 하시는 조국 전 장관님이 벌이시는 일인데 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지점과 인물들의 서사가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진 원희룡 전 장관과 후원회장 이천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그에 반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진종오 님.
혁신위를 이끌며 한동안 언론의 spot light를 한 몸에 받다,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자 비례대표 의원직을 요구해서 당선된 인요한 님.
분당에서 이광재 후보를 누른 안철수 전 대표님.
하남에서 겨우 이긴 추미애 전 장관님.
JTBC 아나운서를 박차고 나와 이재명 대선 후보를 돕다가 대선에서 지고 힘든 시절을 보냈던 이정헌 후보님도 어렵게 당선되셨네요.
같은 JTBC 아나운서 출신인 (그 전엔 KBS에 계셨던) 박성준 후보는 여권의 거물 이혜훈 후보를 초접전 끝에 이기셨네요.
그에 반해, YTN 앵커 출신인 안귀령 후보님은 석패했지요. 89년생이시니 앞으로 좋은 날이 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MBC 앵커 출신 배현진 후보님은 송파에서 당선되셨더군요.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된 김장겸 전 MBC 사장님과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에 이어, 같은 세력의 국회의원이 되셨네요.
KBS 아나운서 출신이신 고민정 후보님도, 오세훈 현 서울시장님에 이어, 오신환 전 의원님을 이기며 당선되었구요.
SBS 출신으로 TV 조선 앵커를 하셨던 신동욱 후보님도 총선 전에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시더니 서초에서 당선되었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사위이신 곽상언 변호사님도 종로에서 전 감사원장 출신의 현역 의원이신 최재형 의원님을 꺾었네요.
윤 대통령님 좋아하신다는 검찰 출신의 주진우 후보님도 부산 해운대에서 당선되셨구요. 이런 분들이 몇 분 더 계신 것 같고, 권성동 의원 같은 소위 윤핵관이라는 분들도 살아남으셨지요. 김은혜 후보처럼 대통령실 출신도 눈에 띕니다.
핑계없는 무덤 없다고 끝이 없네요.
결국 세금 받아 대우 받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자리를 차지한만큼, 서로 물어 뜯으며 정쟁하며 시간 버리지 말아야 하겠지요. 그만 싸우고 그 시간에 서로 협력하며 어떻게 하면 국민들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속하게 실행했으면 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정치? 흥! 그걸로 세상 못 바꿉니다.”
이 말을 깨줘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되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