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황제 시진핑이 꿈꾸는 한(漢)· 당(唐) 시기의 강성함을 회복하겠다는 열망에서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중국 역사에서 춘추 전국 시대를 첫 번째로 제패한 황제는 우리가 잘 아는 진시황입니다. 진나라의 황제이지요.
같은 시황제인데 ‘시’ 자가 음만 같고 한자는 다릅니다.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찾으러 사람을 보냈고 아방궁을 지었다고 유명한 인물이지요.
지금도 불로초는 권력자의, 인간의 헛된 욕망을, 그리고 아방궁은 사치와 향락이 나라는 물론, 개인도 망치게 한다는 상징으로 쓰일 정도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장사꾼 여불위였는데요. 훗날 진시황의 아버지 되는 당시 진나라 왕자를 대접하면서,
자신의 아이를 이미 가진 애첩과 동침하게 하고, 결국 자신의 아들이 황제가 되게 만든 사람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장사는 결국 ‘사람 장사’ 라는 야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진나라 다음으로 중국을 통일한 나라가 한 나라입니다. 한 고조 유방이 역발산 기개세 초왕 항우를 물리치고 전국을 통일하지요.
패왕별희 (초패왕 항우가 사랑하는 우희와 사면초가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별하는 이야기) 기억하시지요?
이때가 전한 시대이고, 삼국지가 나오는 십상시와 황건적이라는 부정 부패와 민란이 들끓는 시기가 후한 시기입니다.
전국을 통일하고 융성했던 시기의 한나라였지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중국이 본격적인 대규모 전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후 수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공격했다가 을지문덕 장군에게 살수대첩에서 대패한 것이 수십만이 (일설에서는 백만 대군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쳐들어 오는 전면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 다음이 실크로드로 유명한 당나라 때로 무리하게 양귀비와 사랑한 것처럼, 영토 확장도 사랑했던 당 태종이 고구려를 공격했다가,
안시성 양만춘에게 막히고 (영화 안시성의 조인성 기억나시지요?)
연개소문에게 짓밟히기도 합니다.
즉,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힘이 넘치게 되면, 주변국을 누르며 조공도 받고 아버지나 형 대우를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상대국이 힘이 강성해서 전혀 그럴 생각은 없고,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며 되려 호시탐탐 자신들을 공격하려 하면,
만천하에 자신들의 강성함을 알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고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다루었던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처럼, 강대국과 신흥국 간의 경쟁이 전쟁으로 촉발되는 것은,
비단 오늘날 미국과 중국 그리고 고대 그리스 시대에만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다른 예를 보면, 조선시대 건국 초기에 명나라 주원장은 당시 조선의 정도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자꾸 명이 선을 넘는 요구를 하고 행동을 보이면 군대를 길러 중국을 치겠다는 불손한 말을 해서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국이 너무 강성해지면 허튼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자꾸 견제를 하려 하지요.
말을 잘 듣는지 테스트를 하려고 말을 보내라. 오랑캐를 무찔러야 하니 군대를 파견하라 하면서 요구를 하고 때로 수위를 높이기도 하구요.
이런 위협적이고 야심만만한 상대국이 옆에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역도 하고 왕래도 하며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요.
하지만 잘 아시는 것처럼, 평화는 선한 마음만으로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지는 않더라도 강성한 힘을 (군대겠지요) 갖고 전쟁 억지력을 갖고 있으며,
도발이 있을 경우 확실한 힘의 우위를 보여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정도가 안 되더라도 공격을 감행했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자국에 큰 피해가 가게 된다면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고구려의 양만춘 장군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영화에서도 잘 묘사되었지만, 적의 공격에 대비하여 성벽을 잘 보수하고, 무기와 식량을 충분히 준비하며,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 수립된 작전을 바탕으로 적을 물리치는 것이지요. 하나로 뭉친 민관 합동 의식은 당연한 것이구요.
그렇게 준비된 고구려는 이세민의 눈에 화살을 꽂으며 당나라 군대를 패퇴시켰습니다.
그 대단한 당 태종이 고구려를 함부로 쳐들어가지 말라고 하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고 더군다나 분열된 상태의 고구려는 멸망하게 됩니다.
신라의 삼국 통일 의지와 함께 당나라는 함께 백제를 먼저 공격해서, 의자왕과 계백을 패퇴시켜 멸망시킵니다.
다음으로 고구려로 공격해 들어갑니다.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양만춘, 연개소문으로 이어지는 강성했던 고구려는,
연 씨 가문의 오랜 독주 속에 고인 물이 썩게 되고,
연개소문의 아들들 남생 등은 권력 투쟁을 하며 대적을 앞두고 서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아시안 컵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대들며 몸싸움을 벌였다가 나중에 화해한 이강인 선수가 생각나네요.
우리보다 한 수 아래 전력의 팀에게도, 지친 상태에서 내분으로 팀이 와해되면 백전백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르단이라는 상대방은 중동이라는 거의 홈 그라운드에서, 우리의 약점을 분석하고 이번엔 이기겠다고 독이 바짝 올라 있는데,
적전 분열을 했으니 패배는 예상된 결과였지요. 더군다나, 굴욕적인 0 패였습니다.
내분은 우리의 힘을 약하게 할 뿐만 아니라, 배신자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권력 투쟁에서 진 자가 나라를 버리고 상대방에 붙어서 자신의 나라를 공격하는 걸 돕기도 하지요.
말은 그렇게 외세를 이용해서 경쟁자를 물리친 후 자신이 다시 나라를 차지하고 외세를 내쫓는다고 하지만,
힘과 두뇌를 가진 외세가 전쟁을 일으키며 죽은 자국 군사들, 쓴 물자 등이 있는데 곱게 당하며 물러날 리 없습니다.
그렇게 고구려는 멸망하고 신라는 지금의 북한의 많은 땅을 당나라에 뺏기고 반쪽 짜리 통일을 이루었지요. 공동 공격을 했으니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에서 다시 나라를 되찾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저항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단순히 망한 나라를 다시 살리자는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라를 빼앗기며 전리품으로 국토가 약탈 당하고, 사람들은 노예로 끌려가는 굴욕을 당하며 반발심이 생겨나서 더 그런 것 일거라 봅니다.
당시 당나라 군은 고구려라는 강성한 상대를 공격하며 분열된 상태를 보며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자국 역사에서 삼국지에 보면, 군웅할거 시대에 천하게 가장 가까웠던 원소가 오만으로 관도대전에서 군량고 급습 등을 성공한 조조에게 깨지고, 그 다음 멸망이 가속화된 것은 원소의 아들들의 권력 투쟁과 분열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원소는 장남인 원담보다 동생인 원상을 총애하여 그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했었고 신하들은 그 사이에서 줄을 서며 분열했습니다.
강성한 적 조조를 앞두고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싸워도 이길지 말지 장담할 수 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 상대를 얕보며 분열했으니 필패는 당연했을 것입니다.
역사를 아는 당나라 군의 책사는 이를 활용하기도 하며 승리의 가능성을 점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 그럼 현재의 우리는 어떠한가요?
중국은 G2로 급부상하며 미국과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이제 덩샤오핑이 말한 ‘도광양회’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이제 3 연임 이후를 위한 지도자로서 치적이 필요하던 찰나, ‘구망’(救亡)과 중화사상의 결집으로 ‘중국몽’을 열정적으로 설파하고 있지요.
양안 관계의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도 심심치 않게 계속 무력시위나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전력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핵을 보유하고 있어 비대칭 전력이라는 우려가 있지요.
양안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 전쟁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는 양만춘의 안시성처럼 대비하고 똘똘 뭉쳐있나요?
연개소문의 자식들처럼 권력 투쟁을 하며 분열되어 있나요?
상대가 불한당이 되는 것은 그쪽 마음이지만, 불한당이 되어 나쁜 짓을 우리에게 할 수 있을지 말지는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사자가 호랑이 떼를 잘 공격하진 않습니다. 되려 자기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신 무리에서 떨어진 약한 사슴은 늘 먹잇감이 되구요.
언제나 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칩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