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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un 26. 2024

사랑이라는 착각

dream hunter


안녕하세요 ^^

오랜만의 책 소개입니다.


무려 호주에 계신 드림헌터 작가님이 쓰신 책입니다.


‘날 사랑한’ 환자와 같이,

날 사랑한 도서관 사서 등의 chapter 14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책에서 하나의 문장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정신분석에서는 망각도 방어기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 이 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내가 평소 생각하던 말인데.’

이럴 때가 있습니다.


망각이 방어기제가 된다는 말.


좀 더 쉬운 표현으로는,


“그냥 잊어라.”


“세월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다 잊혀져.

지금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말이지.“


평상시 이런 표현으로 쓰지요.


사실 나쁜 일을 잊는 것만큼 편한 일은 없습니다.

땅에 머리만 대면 자고, 앉아서도 잘 자고,

때로 서서도 잘 자면서,

잠의 순기능.

즉, 불필요한, 부정적인 기억을 잘 지우는 분들이 계시지요.


과거의 잘못이나 좋지 않은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서 실천하라고들 하시지만,

잘 자고 잘 잊어버리면 마음만은 편할 것 같습니다.


부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괜히 이불킥이나 트라우마 같은 말들이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좋지 못한 일은 강력한 영향력 때문에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거나, 비슷한 일을 겪거나 혹은 관련된 사물이나 누군가의 언행만 있어도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방어기제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것보다 차라리 잊고 푹 자버리고 싶은 것이겠지요.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고의든 실수든 과거의 부정적인 일을 자꾸 언급하는 사람을 옆에 두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신 건강에 해롭거든요.




책을 소개할 때 늘 고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좋은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건 할 수 있습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설명하나?

그것도 하나씩 하나씩 적다 보면 가능합니다.


문제는 스포입니다.

좋다고 책에 있는 내용을 주저리 주저리 옮겨 적고 읊다 보면 독자 분들의 책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사라진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한 구절만 더 소개하고 마치고자 합니다.


“정신분석이라 하면 사람들은 분석하는 주체가 분석가일 테니 나는 가만히 소파에 누워만 있으면 뭔가 분석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실제로 분석가는 환자를 옆에서 돕는 특수한 조력자일 뿐이고, 분석하는 주체는 환자 본인이에요.


그래서, 광인의 비서 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요.

광인 아시죠? 미친 사람


분석가들은 환자들이 몰랐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그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도움만 줄 뿐 환자 본인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해요. 꿈 해석 역시도 분석 과정에서 쓰이는 도구일 뿐 환자의 꿈을 해석해서 그 의미를 직접 전달하는 행위는 많지 않다고 해요.“


꿈보다 해몽이라 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제가 한번 소개 드렸던 영화 good will hunting애 나오는 심리 치료 장면들이 생각났습니다.


역시 좋은 책과 글은 보편성과 동시에 특수성을 갖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과 mix 해서 생각하게 해주지요.


영화에서는 윌 (맷 데이먼)이 사고를 치고 나오는 대가로 법원에서 명한 심리치료를 받는데요. 치료가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지요.


예를 들면,

최면 치료를 받으면서도 장난을 치고,

“저 완전히 최면에 걸렸어요.”

라며 비아냥 거립니다.


한 저명한 분에게는, 그 분이 쓴 책을 읽고 와서 다소 민망한 말을 도발적으로 던지며 치료 분위기를 파탄으로 몰아갑니다.


하지만 로빈 윌리암스와의 면담 과정에선 그렇지 않지요.


로빈 윌리암스는 주로 들어주고, 윌이 스스로 상처의 원인을 말하고 그에 대해,


“It's not your fault."


라는 말을 계속하며 어린 시절의 불우한 가정 환경 등이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지요.


받아들이지 않고 뭔가 거부하는 듯한 다소 격한 장면도 나오지만 결국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리고 로빈 윌리암스를 안고 한참 동안 울지요.


숨기고 싶고 어쩌면 제대로 바라보기 싫었지만 직시하며,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조언에, 마치 갇힌 딱딱한 굴레를 깨고 풀리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책에선 광인의 비서라고 했는데,

그 말도 윌이 광인, 로빈 윌리암스가 비서라고 보면 딱 맞아 들어갑니다.


개인적으론 결국 윌이 자신의 벽을 깨는 것을,

새가 알을 직접 깨고 나오고,

커서 날아 오르는 과정과 비교하고 싶군요.


어미 새가 알을 품어주고,

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자신이 알을 깨야 하고, 용기를 내서 날아 올라야 하는 것이지요.


정신분석이나 심리 치료도 그렇지만,

세상 일이 사실은 다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도 자신의 일을 온전히 자신처럼 대신해 주기도 힘들고,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진 않기 때문이지요.


선의로 뭐든 다 해주겠다는 것도 한계가 있고,

자칫 독립심을 해하기도 합니다.

말만 다 해주겠다면서 결국 사기 치는 일도 빈번하구요.


인간이란 사람 사이에 함께 사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할 일은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평범한 삶의 진리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책 이야기에서 여기까지 왔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203 page에서 오타를 찾았습니다.

지적보다는 더 완성도 있는 좋은 책이 되기 위한 과정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인 줄 아시지요?

책 받은 값을 이렇게 하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들끼리 ‘장군님, 사령관님, 총장님’ 하는 역겨운 병정놀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가로롭기만’ 합니다.”


‘가소롭기만‘ 이겠지요.


그리고, 작가님은 글에서 ‘랑’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십니다.


예를 들면, 14 page

"결국 아버지랑 내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보통 아버지와 내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고 표현하는데, 작가님은 유독 ‘와’나 ‘과’ 라는 표현보다 이 ‘랑’ 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십니다.


사 ‘랑’ 이라는 착각을 많이 해서이실까요?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해서 적어 둡니다.

제 조언이 작가님의 글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정말 잘 보았고, 작가님께서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이신 이 책을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희망해 봅니다.


출간!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

이상 작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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