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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ul 08. 2024

축구 전쟁

유로 2024 4강 - 스페인 v 프랑스 / 네덜란드 v 잉글랜드



이번 주말은 축구 덕분에 재미있게 보낸 것 같습니다.


금요일 퇴근해서 여유 있게, 다음 날 출근하지 않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스페인과 독일의 사실상의 결승전을 관전했지요.


토요일 밤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잉글랜드와 다크호스 스위스의 경기를 보다, 저녁 식사를 하며 한잔 마신 맥주 탓인지 살살 졸려서 자버렸습니다 ㅎㅎ


일요일 오전엔 코파 아메리카 경기도 있었는데, 우루과이와 브라질의 8강전이 있어 보았습니다. 확실히 남미 축구는 그냥 전쟁이었습니다. 남미에서 오래 근무하며 주말에 시간이 되면 프로 축구 등을 보기도 했는데, 이 친구들은 축구가 축제라기보다 죽기 살기로 하는 전쟁 같아서 축구를 발로 하는지 팔로 하는지 모를 정도로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며 붙었습니다.


응원도 살벌하게 해서 런던 출장 때 시간이 맞아 첼시와 유벤투스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유벤투스 away 관중 석에서 본 적이 있는데,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그 시끄러운 곳에서 봤을 때보다 더 난리인 경우도 있었지요.


오죽하면 주요 프로 경기나 국대 경기가 평일에 있으면 남미 친구들은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말이 되나 싶지만, 이 친구들은 축구에 워낙 진심이라 전쟁같이 응원하고 경기가 끝나면 승리의 축배를 들거나 침울한 기분을 풀기 위해 또 술을 마시며 놀고 그렇습니다.


오죽하면 콜롬비아 대표팀 선수가 월드컵에서 실수해서 팀이 지자, 국내에 복귀해서 살해 당하는 일까지 있었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도 축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우루과이와 브라질의 경기는 실력은 브라질이 한 수 위로 보였지만, 우루과이의 누네즈나 발베르데, 벤탄쿠르 등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 쉽게 승부가 갈리지 않았지요. 우루과이 친구들이 브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니 당하지 않으려고 더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거칠게 상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루과이 선수 한 명이 반칙으로 퇴장 당했지만, 그 뒤로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이번 코파는 연장전 없이, 전후방 무승부면 바로 승부차기로 가서 승부를 알 수 없었는데 우루과이 골키퍼의 선방과 브라질 선수의 실수 등으로 천하의 브라질 골키퍼 리버풀의 수호신이었던 알리송도 패배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4강에서 최고의 기세를 타고 있는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의 대결이 성사되어 기대가 됩니다. 아르헨티나는 캐나다와 4강에서 마주해서 무난히 결승으로 갈 것 같고, 메시의 아르헨과 우루과이나 콜롬비아 등 2nd tier 최강 팀 간 결승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기대가 됩니다. ^^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의 4강전은 한국 시간 7/10 (수) 오전 9시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의 경기는 7/11 (목) 오전 9시


업무시간이라 보기는 힘들겠지요 ㅎㅎ

축구를 좋아하는 어떤 분들은 일하면서 조그맣게 켜 놓고 보기도 하시지만, 저는 그 정도 열정까지는 없는지라 하이라이트를 보겠습니다 :)


사실상의 결승전인 스페인과 독일의 경기도 남미 친구들 못지 않은 전쟁이었습니다.


경기의 무게답게 양 팀은 단단한 수비를 기본으로 경기를 펼쳐서 0-0 무승부로 전반을 마쳤지만,

이번 대회 영건 (그 중에서도 나름 형이지만, 98년생) 중 한 명인 스페인 올모 (Dani Olmo)가 후반 시작 6분 만에 0의 균형을 깨고 경기는 더 치열해집니다.


올모는 현재 RB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다고 하는데,

(스페인 친구인데 특이하게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네요.)

이번 유로가 끝나면 좀 더 상위 팀으로 이적이 예상됩니다. 왠지 라 리가로 갈 것 같네요.


이 대목에서 카타르 월드컵 때 크로아티아의 4강 활약을 바탕으로 맨시티로 이적한 2002년생 그바르디올 (Josko Gvardiol)이 떠오르지요. 신기하게도 그바르디올도 스페인 올모와 마찬가지로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뛰다 독일 라이프치히로 이적한 후, 맨시티로 갔습니다. 아마 비슷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페인에 한 골 허용한 독일이 가만히 경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있진 않았겠지요. 독일의 비르치가 (2003년생 레버쿠젠 소속) 기어코 후반 종료 직전 89분에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갑니다.


그땐 독일 쪽은 모두가 환호하지요. 끝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으니까요. 다 이긴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연장까지 가야 하는 스페인 측은 침울해지구요. 잘하다 이대로 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도 올라올 것이구요. 하지만 사실 두 쪽 모두 너무 좋아하거나 너무 침울할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 경기는 끝나봐야 아는 것이니까요.


독일 입장으로만 보더라도 그대로 기세를 타고 연장전에서 이기면 역전승으로 너무 기쁘겠지만,

결과는 스페인 미드필더 메리노에게 통한의 일격을 당해 자국에서 열린 유로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동점골의 환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지요. 그에 반해 스페인은 정말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마지막에 웃었으니 너무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고 있지요.

당장은 최강의 팀을 상대로 승리해서 4강으로 진출했지만, 이 축구 전쟁이 상처 뿐인 영광일 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핵심 선수들이 경고 누적 등으로 다음 경기 출전이 불가해서 과연 다음 상대인 강적 프랑스를 누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그 다음 이 축구 전쟁을 보여준 경기는 big 경기였던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경기 그리고 잉글랜드와 스위스의 경기였습니다. 두 팀 모두 치열한 공방 끝에 전후반 90분 그리고 연장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까지 가서 승부를 결정지었지요.


잉글랜드도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른 스위스를 맞아 전반을 0-0으로 마치고,

후반 75분 스위스의 엠볼로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환호하는 스위스.


잉글랜드라는 월척을 잡고 지난 월드컵 모로코처럼 다크호스로 유로 2024 4강의 한 자리를 꿰차는 꿈에 부푼 것도 찰나. 후반 80분 각성한 아스날의 사카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득점 없이 연장전을 마치고 돌입한 승부차기.

스위스의 꿈은, 유로 대회 우승을 향한 잉글랜드의 집념을 이기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 최대 다크호스 오스트리아를 잡고 8강에 오른 튀르퀴예는 강적 네덜란드를 만납니다.

네덜란드가 조 3위로 겨우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등 헤매고는 있었지만, 전통의 강호는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세를 탄 튀르키예를 접전 끝에 2-1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합니다.


전반전 터키에게 먼저 한 골을 허용했지만 집념 아래 수비수 더 프레이가 동점골을 후반 70분에 작렬하고, 6분 뒤 Gakpo의 집요한 공격에 터키 수비듸 자책골로 2-1 승리를 확정 짓습니다. 16강에서 오스트리아를 잡으며 4강행을 꿈꿨을 오스만 투르크의 후예들은 아쉽게 되었습니다.


튀르키예의 신성 레알 소속의 귈러가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원툽으로 선발 출장해서 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기량을 보여주어 앞으로가 기대되구요. 이강인과 같은 택배 크로스가 인상적이었고 슛도 꽤나 날카로웠습니다.


독일의 유망주 자말 무시알라 (바이에른 뮌헨 소속)도 이번 유로에서는 8강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함께 앞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페인의 신성 라민 야말 (바르셀로나 소속)의 진격은 계속되고 있지요. 앞으로 이들의 활약이 월드컵과 유로 그리고 챔스 등에서 많이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결승전 Final을 위한 나머지 한 경기!

준결승전 4강입니다.


최강 실력팀만 남았고, 다크호스들은 이미 집으로 모두 돌아갔습니다.


제가 가장 기대했던,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인 오스트리아는 16강에서 튀르키예에게 발목을 잡혀 2-1로 패하고 이번 대회를 마무리하고 말았지요.


조별 리그에서 네덜란드를 잡고, 프랑스보다 앞선 D조 1위를 차지했던 기세는 어디 가고,

네덜란드에 비하면 약체로 꼽히는 튀르키예에게 지다니 안타깝습니다.

저는 튀르키예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터키 유명 프로 축구 팀 갈라타사리나 베식타시 (Besiktas) 등을 보며 응원했는데요.


그 튀르키예는 공교롭게도 조별 예선에서 오스트리아에게 무릎 꿇고 탈락 위기에서 겨우 3위로 본선에 진출한 네덜란드에게 8강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물고 물리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사 같네요.

이래서 축구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조별 예선 A조에서 독일과 비기며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 16강에서 이탈리아를 2-0으로 이기고 집으로 돌려 보내며 기대를 모았던 스위스도 8강 잉글랜드와의 1-1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5-3으로 무릎 꿇고 말았지요.


'애들은 가라'는 말에 어울리게 최강팀만 남은 4강 두 경기에서,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기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페인이야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서, 지난 8강에서 독일과의 경기가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했는데요.


그 경기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스 또한 약간 헤매고는 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16강에서 벨기에를 1-0으로 잡고, 8강에서 포르투갈을 0-0 무승부에서 PK 5-3으로 승리하며 올라와서 그래도 지난 월드컵 준우승 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스페인의 승리가 점쳐지지만 변수는 스페인의 주력 선수들이 4강전에 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핵심 공격 자원인 Morata가 대표적인 예인데, 모라타도 나이도 먹었고 사실 엄청난 기량은 아닌지라, 좋은 스쿼드를 갖고 있는 만큼 기세를 타고 피로도가 쌓이고 이번 대회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프랑스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해 봅니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는 강팀 간의 4강전이긴 한데, 왠지 스페인과 프랑스 간 경기보다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래서 상대성의 원리는 무섭습니다. 데파이와 헤리 케인, Gakpo와 Saka 등 빅 리그의 유명 선수들이 즐비한데도 관심이 떨어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본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사실 3-4위 결정전에 어울리는 경기에서 그토록 국제 대회 우승을 바라는 잉글랜드가 힘 빠진 오렌지 군단을 누르고 지난 유로 2020과 같이 결승으로 진출할 것으로 봅니다.


사실 저는 국가대표 팀 중 가장 좋아하는 팀을 택하라면 네덜란드인데요. 지금은 아니고, 예전 너무 잘해서 아스날과 종신 계약을 맺었던 공격수 베르캄프와 작지만 강력한 미드필드 다비즈, 미친 속도의 오베르마스 그리고 네덜란드 리그가 수준이 낮아서 EPL로 가서 활약할 수 밖에 없었던 로벤 같은 선수들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유로 우승을 한 것은 아니지만 Total Soccer라는 것이 좋아서 생애 처음 축구 유니폼을 산 것도 네덜란드 축구팀 유니폼이었지요.


오렌지 색이라 많이 튀지만 지금도 잘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팀이지만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이고, 객관적인 전력 등을 볼 때는 아쉽게 4강 팀 답게 헤리케인과 사카 그리고 포든 등에 의해 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잉글랜드가 결승에 올라가더라도 스페인에게 지고 또 아쉽게 우승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하겠지만요. 프랑스가 결승에 올라가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경기는 다음 주 한국 시간 수요일, 목요일 새벽인데, 주 중에 이 경기를 보려면 저녁 먹고 일찍 자고 새벽기도 가는 것 마냥 일찍 일어나서 경기를 보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헤롱헤롱 해야 하는데요. 바쁜 일들도 있고 그 정도 열정은 없어서 하이라이트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축구가 아무리 좋아도, 구단주로 돈 버는 것도 아니고 생계를 위한 일부터 열심히 해야 하니까요.


축구 전쟁은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고 즐기고, 저는 생계 전선으로 오늘도 출근합니다! 힘든 노동과 어려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서민들이 어찌 보면 수비를 뚫고 골망에 축구 공을 넣으면 되는 쉬운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지요.


서민의 한 사람이지만 현실을 잊는 것보단 언젠가 유명 축구 선수만큼 높은 연봉을 받아 큰 자산을 갖게 될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선수들처럼 훈련도 하며 자신을 갈고 닦고, 인생은 실전이라는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모두들 무탈한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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