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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Nov 20. 2022

지단과 피구

지구 방위대 레알 마드리드

월드컵 시즌이다 보니 축구 이야기가 많다.


원래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해외 파트너들과 일 이야기 외에 하기 좋은 얘기가 축구 얘기라서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예전에 리버풀의 공격수였던 키 큰 영국 선수 크라우치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인상에 남아 영국 변호사와 점심 먹으면서 그 친구 이야기를 했더니,


외국인들이 제라드 정도는 알아도 크라우치까지 얘기하는 건 거의 처음 들었다며 반색한 적이 있었다.


이제 음바페에게 다음 세대를 물려줘야 하는 메시와 호날두도(C. Ronaldo) 신성인 시절이 있었다.


메시가 청소년 대표 시절 아르헨티나를 우승시킬 때, 골을 넣고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혹시 골을 너무 많이 넣어서 골 넣는 게 당연해서 저렇게 별로 좋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을 많이 넣는 선수는 그렇게까지 기뻐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골을 넣으면 환호할 때도 있지만, 슬프게도 골을 거의 못 넣어본 선수가 정말 어쩌다 한 골이 들어가면 환호하며 세리머니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약팀이 꾸준히 열심히 해서 계속 져도 팬들의 계속된 지지 끝에 승리하고 큰 타이틀을 차지한 것처럼.

프리미어 리그의 레스터 시티가 생각난다.


어떤 여자 연예인이 저는 명품백에 별로 관심 없어요라고 하자,


질리게 몇백 개 사봤으니까 그렇죠라고

받아치자, 뭔가 인정하는 표정이었던 기억이 난다.


메시는 정말 골을 쉽게 넣었다.

맞아, 모든 것에서 진짜 잘하는 건 저렇게 쉽게 쉽게 한다.

(노래도 진짜 잘하는 가수는 고음도 편안하게 내지르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면 듣는 사람이 불안하다.)

이미 동년배들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던 것 같다.


레벨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네덜란드의 아르헨 로벤이 PSV에서 뛸 시절, 상대 선수들이 헉헉거리며 뒤따라 가기 바쁜 모습을 보며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로벤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니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곳에서 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곳에서도 상위 클래스였다.


메시는 키도 작고 그렇게 덩치도 크지 않아서,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비올라나 테베즈 수준 혹은 그보다 아래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르헨티나 하면 터프하며 강슛을 자랑하는 바티스투타나 강력한 중원 장악력을 뽐냈던 후안 베론을 생각했던 터라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정교한 드리블과 어떤 상황에서도 그리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하고 마무리하는 모습.

그런 모습에 팬들은 메시아라는 찰떡같은 별명을 붙여줬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우리의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여러 명의 선수를 제치고 골을 넣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메시인 줄 알았다’라고 표현하지 않았겠나. 예전엔 돌파의 명장면을 남긴 ‘마라도나인 줄‘라고들 말했다.

메시의 시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욱하고 다혈질적인 경쟁자 호날두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호날두는 강력한 슛과 정확도 그리고 의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전 앞에서 애매할 때 이 친구에게 공을 주면 꼭 골을 넣어줄 것 같은 확신과 믿음이 생기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상대 골문 앞에서 프리킥을 찰 때, 바지를 잡아 올리며 훅훅 숨을 몰아쉴 때, 맹수가 먹잇감을 노리고 곧 잡아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손가락을 흔들다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포효하는 그의 유명한 세리머니가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두 사람이 신성이거나 유소년일 때, 세계에서 공을 제일 잘 찬다는 사람이 지단과 피구였다.


지네딘 지단.

Zinedine Zidane


아트 사커의 창시자라 불리는 미셀 플라티니도 달성하지 못한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뤘다. (1998년)

유로 2000까지 우승시켰으니 당시는 프랑스와 지단의 시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98년 월드컵 경기 당시 지단이 직접 2골을 넣어 승리를 이끌었다.


98년 월드컵 결승 상대는 브라질이었는데, 브라질은 직전 대회인 94년 미국 월드컵 우승국이었고, 그 팀에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라는 대머리 호날두가 있었다.

또한, 히바우도, 무회전 킥의 상징 로베르토 카를로스 (Roberto Carlos) 등 쟁쟁한 멤버 구성이었다.


 (Ronaldo - 포르투갈의 크리스티나 호날두와 동명이인으로 그 당시만 해도 호날두라고 하면 브라질의 공격수 호날두였다.


나중에 레알 마드리드에 브라질의 호날두, 지단, 바르셀로나에서 피구까지 이적해와서 지구 방위대가 되었다. 요즘 말로는 어벤저스)


지단과 피구 두 사람 중 누가 공을 더 잘 차냐는 질문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 기량으로는 피구가 더 잘하는데, 전체 경기 운영 능력은 지단이 한수 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피구의 포르투갈이 2002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패했을 당시를 보면, 피구가 꽁꽁 묶이면 공격이 잘 안 풀리고, 잘 안 풀리는 경기에서 피구가 경기 운영을 통해 흐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피구가 지단보다 조금 낮은 평가를 받는 데는 월드컵과 유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해서 이기도 한 것 같다.

아자르(Hazard)를 필두로 한 최근 벨기에의 황금 세대가 생각난다.


루이스 피구 (Luis Figo)는 포르투갈의 황금세대를 이끌며 청소년 대회 우승을 이루었지만, 월드컵에서는 4강, 유로에서는 준우승에 그쳤다. 유로 2004 결승에서 그리스에게 패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황금세대라고 하더라도 포르투갈은 프랑스의 국가대표 스쿼드와 비교해 볼 때 전력이 조금 낮은 면도 있었다.


포르투갈 - 콘세이상, 벤투 (현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 파울레타, 조르제 코스타


프랑스 - 튀랑, 비에이라, 프띠, 데샹, 바르테즈(gk)


연봉과 소속을 보면 안다고 후에 프랑스와 포르투갈 선수들이 빅 리그에 얼마나 진출해서 얼마나 상위팀에서 어느 정도 이적료와 고연봉을 받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의 전성기 시절 멤버 구성을 보면 확연하다.


그래서 피구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엘 클라시코 (El Clasico, the classic,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 경기)라는 유명한 더비 역사를 가진 곳에서,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도로 이적해서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바르셀로나 팬들로부터는 엄청난 원성을 샀던 것이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김현수가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것과 비슷한데, 그 파장과 원성의 차이는 매우 컸다.


마지막은 후에 레알 마드리드 감독까지 한, 이 대단한 지단도 경기가 안 풀리기도 했고, 그럴 때 이탈리아 선수를 상대로 박치기까지 한 일을 이야기하고 싶다.


저렇게 대단한 선수들도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고 받아들여야 오점을 남기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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