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2-10. 갈라파고스 (2)

Chapter 2-10. 갈라파고스 (2)

by 이상

패키지여행을 하면 타이트한 일정이 의무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자유 여행을 좋아하는데, 처음 가본 관광지를 미리 스터디하고 개별적으로 예약하지 못할 때 어쩔 수 없을 때만 패키지여행을 한다.

그렇게 해외 많이 다녔는데도 패키지여행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아침을 여유 있게 시작해야 하는데, 힘든 일정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아침 시간에 맞추려면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고 준비를 해야 했다. 출근이 따로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일을 하러 온 건지,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며 볼거리들 즐기려고 온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섬길을 걸어가며 거북이들과 도마뱀을 다시 볼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바르톨로메섬 해변가에 가면서 와 하는 소리가 나왔다. 더운데 단체로 걸어 다니는 데에 지칠 때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어울리는 모습과 동시에 깨끗하게 펼쳐진 자연을 보니 숨통이 트였다.


‘이 맛에 여행하지.’



나중에 알았지만 갈라파고스가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의 성지라고 했었는데 장비도 갖춰야 하고 준비도 하고 배울 게 많아 보여서 지친 심신으로 무리라고 판단해서 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척 후회하고 있다. 바다에 엄청나게 볼거리가 많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특히, 스노클링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땐 엄청 욕을 먹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가서 그걸 안 할 수 있냐고.

그래서 다음부턴 이곳에 다시 안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돌아다닌다.


폭포도 자연경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멋있었다. 솔직히 후에 엄청난 규모의 이과수 폭포를 비롯해서 세계 3대 폭포를 다녀보아서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대신 평소 볼 수 없었던 새들이 눈에 들어와서 신기했다.


‘우와 저렇게 생긴 새가 있나.

종의 기원 연구할만하네.‘




단연 으뜸인 새는 역시 플라멩고였다. (우리나라에선 홍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동물원에서 보는 공작새도 신기하지만,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색이고, 군집 생활을 할까. 그저 신기했다.



산타크루즈 섬에서 이사벨라 섬으로 바다를 가로질러 페리를 탔을 때 멀미로 죽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생했으니 기억엔 남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하고 구경하느라 오래간만에 일로부터 거의 완전히 떠나 있었다.


‘이럴 때도 있어야지.


옛날에 농사짓던 분들도 겨울에 몇 달은 쉬었다는데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일 년 내내 수십 년을 계속 일하나.

아니, 기계도 정비한다고 한 번씩 쉰다는데 말이야. 고장 날까 봐. 그러니 사람들이 아프고 고장 나는 건가.‘


자녀 대학 등록금 혜택도 받고, 자녀 결혼까지 직장 다니면서 해내고 정년퇴직을 꿈꾸는,

아니, 정년퇴직 후에도 계약직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 하시는 선배님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생각이었다.


배 부른 소리 하고 있네.

그러시겠지 ㅎㅎ




패키지 여행단에 혼자 끼어서 따라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데 현지 친구들의 텐션은 여전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밥을 먹을 때도 싱글벙글, 지나갈 때 조금 큰 거북이만 봐도 우와.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계속 사진을 찍고 어떨 땐 나에게도 같이 찍자고 정신없게 만들었다.


(사진 보내달라고 이메일과 sns를 알려줬는데 같이 찍은 내 사진은 왜 안 보내줬을까? ㅎㅎ)


저녁에 자기들 down town에 가서 해산물 먹고 맥주 마실 건데 같이 가자고 하길래,


잘됐다,

숙소 음식도 별로고 해서

그러자고 따라나섰는데,


웬걸 맥주 한두 잔 들어가자 식당을 클럽으로 만들어 버렸다. 휴양지라 그럴 수 있겠다 싶긴 한데, 거의 맨 정신에 저녁 6시부터 밝은 곳에서, 몇몇만 춤추는 데에 끼는 게 쉽지 않았다.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이 파이팅 넘치는 친구들과 거리를 두다 보니,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같이 어울리긴 그렇고, 가만히 보니 혼자 온 네덜란드 친구가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하얀 얼굴에 금발이라 현지인이 아니었고 패키지 단에 계속 다니는데 여행 온 사람치곤 표정이 밝지 않았다.


어디서 왔니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관광지 중 왜 여길 택했냐고 물으니,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떠나고 싶었는데, 그때 갈라파고스가 눈에 띄어서 예약하고 바로 왔어요“

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어려 보였고 나이를 물으니 20대 초반이었다. 자세히 안 봤을 땐 조금 나이도 들어 보였는데 내 나이를 듣고는 흠칫 놀랬다.


동양인들은 나이보다 확실히 어려 보인다고.


그런가?


계속 걷다 보니 풍경도 보지만 심심해서 말을 하게 된다. 보통 여기 진짜 좋지 않냐. 와 저기 봐.

이런 이야기인데,


이 친구는 불우한 자기 가정사를 이야기한다.

거기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버지와 동생과 같이 살다가,

아버지가 재혼을 하셨다고 한다. 새어머니도 재혼이신데 아이를 둘 데려와서 6 식구가 같이 살다가 두 분 사이에 또 아이를 낳았는데, 너무 정신없고 힘들어서 집을 나왔다고 한다.


흐미, 해외엔 가정사가 참 다양하구나 싶기도 하고,

이 친구는 관광지 패키지 단에서 만난 나한테 뭘 이런 얘기까지 하나 싶었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난 다시 볼 일 없는 외국인이고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이야기를 맘껏 털어놓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누구나 비밀이나 힘든 것이 있는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가족이라도 쉽사리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 않나.


외국인들과 협상을 하면 일단 상대방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잘 들어주는 것도 일이다 보니,

직업병이 도져서 너무 잘 들어주고 너무 잘 받아줬나 싶었다.


그래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표정도 홀가분해지고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찾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래,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어려움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딨냐.


왕도 권력 뺏길까 봐 노심초사해야 하고,

재벌도 자기 돈 뺏기고 재산 줄어들까 봐 걱정하고,

해야 할 일, 벌여 놓고 신경 쓸 일 많아 걱정이라고들 하지 않나.‘


선물이랍시고,


‘人生은 苦‘ ’幸福‘

이라고 종이에 큼지막하게 써서 주었다.


인생은 고 (고통) 그럼에도 행복을 찾는 과정.


이게 뭐냐고 물어보길래,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인이 너에게 해주고 싶은 좋은 말이니까, 뜻은 네가 어떻게든 한번 찾아보라.

며 숙제를 내줬다.


이야기 들어줘서 그리고 선물 줘서 고맙다고 하길래, 너 덕분에 나도 여행지에서 구경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서 고마웠다고 했다.


여행은 구경도 하고,

고생하면서 추억도 쌓는데,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스러운 여행이었지만, 여러모로 신기한 것도 보고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떠나는 아쉬움 반, 다시 일상으로라는 마음 반, 갈라파고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사진 출처 :

거북이 - corel

바르톨로메 섬과 새들 - kimi의 여행 일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