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2-11. 사고 (1)

Chapter 2-11. 사고 (Accidente) (1)

by 이상

"큰일 났어요!”


호들갑.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하루 걸러 터져서 내성이 생기다 못해 그리 놀라지 않는다.


'또 뭔데?‘


“이번엔 진짜예요.”


‘그럼 언제는 가짜였니?’


휴가 복귀 길에 득달같이 걸려 온 전화에 약간의 짜증이 올라왔지만,


그래 이러라고 쉬는 거지.

또 이렇게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고,


못 버틸 때쯤 또 며칠 쉬고,

그렇게 금융 치료도 받고, 몸 안 좋아지면 약으로 버티면서 다니는 거지.


그런데, 이번엔 진짜였다.


“불이 나서 공장이 멈췄어요.”


엥?


그건 진짜 큰 일이잖아.


공장 얼마나 못 돌린데?

공장 못 돌려서 금전적으로 입는 손실이 얼마?

공장 정상화까지 드는 돈은?

근데 불은 왜 난 거야?


원래 지사로 가서 협상 종결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그 길로 바로 사업지로 날아갔다.


심각한 분위기.


현장 책임자님의 첫마디는 의외였다.


“본사에는 얘기하지 말고.”


원인과 수습 방안을 얘기해야지 첫마디가 비밀 유지.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런 일이 일어나면 본사에서 뒤집어지고 오만 사람들이 상황 파악한다고 개별적으로 접촉해와서 난리가 나고, 서로 다른 말들이 새어나가 현장 책임자를 힘들게 하는 일이 많았다.


경험 많은 이 분은, 본 사고 관련 보고는 본인이 직접 본사 책임 임원과 관련된 임원 및 부서에 설명하겠다고 하며, 본인이 작성한 자료 이외에는 불필요한 다른 말은 하지 말고, 웬만하면 contact (접촉)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ok. 그것까진 입장 알겠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왜 사고가 났는지부터 알고 싶었다.

그래야 대응 방안, 수습책 그리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까지 나오기 때문이었다.


화재 현장부터 보고 싶었으나, 일단 담당 엔지니어 분의 설명을 들어보자고 해서, 관련된 분들이 오셨다.


긴장한 얼굴. 잘릴까 두려움 그리고 다른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 느껴졌다.

사고가 왜 났는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내 잘못 아니에요가 반 이상이었다.


‘쉽지 않겠네 이거’


놀란 상태로 protection (본인 보호)에만 꽂혀있는 저분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화재 현장을 보고 싶은데요. “


"어, 우리도 좀 가볼까? “


‘허허, 아직도 안 가보셨나요? 공장 사무실에서 가면 바로인데.’


의외로 화재 현장은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것은 아니었고, 누전으로 일부가 소실된 정도였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다.

한숨 돌리고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보고 사진도 찍었다.


“화재 보험금 청구를 해야겠네요.”


“어, 그렇지. 그것 좀 맡아줘, C 과장이.”


헐, 저거 자재 가져와서 다시 짓고, 공장 돌아가는 것 다 확인하고,

들어가는 돈, 증빙 다 만들고 챙겨서 청구하고 설명하고 협의하고.


도대체 나 집에 언제 가라는 거냐?


(이 이야기는 언제 끝내라는 거냐?)


갑자기 한 선배가 퍼뜩 떠올랐다.


신입사원 시절 알게 된 학교 선배였는데, 아프리카에서 근무하고 돌아왔다며 까만 얼굴로 반갑다고 했다.


“거기 얼마나 계셨죠?”


“10년 조금 넘게 있었던 것 같은데.


20대 후반에 나갔는데,

내가 지금 40 넘었으니까. “


이 선배는 물론 그때도 결혼을 못한 상태였고, 지금도 ‘나 혼자 산다’를 열심히 찍고 있다.


“첨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경험 삼아 나갔지. 돈도 벌고. 그런데 일이 계속 이어지는 거야. 그래서 유경험자가 필요하고, 거기 계신 분들도 좋아서 그냥 쭉 있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네.


아, 30대 초에 거기 잘 나가는 귀족 흑인 여자하고 썸 좀 탔는데, 그 여자랑 결혼할걸 그랬나. 으허허허 “


나이 먹은 노총각 특유의 썰렁한 농담까지 던지는 이 선배가 안타까웠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렇게 안타까워지고 있었다. 요즘 말로 테크 트리 (옛날 말로 노선)을 타고 있었다.


“정말 큰일 났네.”




“괜찮아. 괜찮아.

능력 있고 돈 있고 번듯한 직장 있으면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일만 잘 마무리하고 오셔.”


담당 임원은 예나 지금이나 본인 일 아니라고,

남일 이야기하듯, 아니 남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정확히, 적기에 잘 보고해달라는 임원 특유의 챙김은 잊지 않았다.


‘아이고, 이거 두 달이라는 말에 속아서 괜히 나왔네. 이거, 어떡하지.‘


어떡하길 뭐 어떡하나.

이럴 때 들어간다고 하면 퇴사를 각오해야 한다. 그냥 열심히 해서 일을 빨리 끝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미친 척 퇴사하거나 찍힐 것 아니라면.


“회사와 사업이 위기 상황인데, 부임 나간 사업지에서 못 있겠다고 해결도 안 하고 오면 그게 책임감 있는 담당자의 자세인가”


이런 원론적인 말엔 답이 없다.


결국, 내가 맡은 역할 특히, 보험금 청구 쪽으로 업무 계획 (planning)을 시작했다.


모아야 할 자료들, 외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청구서 (invoice), 우리 내부에서 만들 자료 (만든다면 누구에게 던지고 협의하며 체크하고 관리할지) 등을 정리했다.


다행히 현지 책임자 님이 난리를 치고, 현지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 협조가 잘 되었다.


먼저, 보험사에 통지부터 했다.

그리고 사고 원인 조사 보고서를 현지 책임자님과 엔지니어들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밤낮없이 서류 만들고 챙기고 도장 찍고,

증빙 바인더 및 청구 서류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보험사 조사팀은 예상보다 빨리 현지에 도착했다.

혹시 몰라 예상 청구 보험금을 큰 금액으로 세게 적어서 통지했더니 현지 담당자뿐만 아니라, 유럽에 있는 담당자까지 같이 왔다.


여기서부터 입장이 갈리기 때문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개인 상해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을 들 때는, 아플 때 대비하셔서 보험 세게 들어 놓으셔야지요 하며 온갖 좋은 말을 늘어놓는 보험사가,

실제 문제가 생기면 그거 보험사 책임 아닌데요.

약관 보세요.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난 이미 그 깨알 같은 약관까지 파서 이 친구들이 보험금 못 주는데요라는 말만 나오면 퍼붓고 공식 편지를 보낼 준비까지 해 놓은 상태였다.


‘아이고, 내가 들어 놓은 암보험, 실비보험 약관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 본 적이 없는데,

돈 번다고 나도 고생이 많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