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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Oct 12. 2024

잘했다 KT

202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KT v LG 2-3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72


오늘 가장 큰 뉴스는 아무래도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노벨 평화상 이후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이고,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요. 일본인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며 그들의 감수성과 함께 부러운 적이 있었는데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쾌거였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건 놀랍게도 뉴스 기사가 아니라 브런치 글이었어요.

여느 때처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이 소식을 듣고 사실인가 싶었는데, 많은 작가님들이 이 소식을 전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걸 보고 실감이 왔지요.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뉴스를 보는데 이 소식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님의 인터뷰부터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님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역시 재능 있는 사람이 성실히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만나느냐, 즉, 타이밍과 사람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점에서 작가님의 책들이 많이 팔려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소식을 보면서, 이미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노벨상 수상이 책 판매의 기폭제가 다시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도 인세를 받으시겠지만, 출판사는 소위 대박 났겠네요 ㅎㅎ


출판사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여러 행사나 기념을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걸 보며 노벨상 수상이라는 것이 단순히 수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파급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채식주의자를 처음 보았을 때는 사실 노벨문학상 감이다 라는 생각까진 못했는데 새삼 사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하 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활동 계속 해주시길 바라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K 문학이 K Pop처럼 전 세계로 펼쳐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제가 TV를 켠 이유는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고 싶어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글을 오랫동안 읽어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제가 운명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놓칠 리가 없었지요. 더욱이, 이 편안하고 부담없는 금요일 저녁에 말입니다.


특히, 연장 11회까지 간 4차전을 보며 이것이 야구다, 이게 바로 스포츠 명승부라는 걸 봤던 지라 이 경기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지상파 3사 중에 하나에서 하고 있겠거니 했지만, 한강 작가님 소식이 전해지는 뉴스나 다른 프로그램만 하고 있어서 스포츠 채널에 가보니 모든 곳에서 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지요. 역시. 야구팬, 스포츠 팬들에게 이 경기는 노벨상 만큼이나 중요했을 테니까요. (좀 오버인가요? ㅎㅎ)


긴 시간 글을 써오면서 기록의 힘이라는 걸 느끼곤 하는데요.


바로 작년만 하더라도 KT와 LG가 이 통신사 간 대전이 된 한국 시리즈에서 맞붙어서 KT가 먼저 1승을 따내고도 연속 4 패하며 LG가 정규리그 우승팀의 저력을 보여주었지요.


그 두 팀이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나서 마지막 5차전까지 가고 3차전을 이긴 팀 (이번엔 L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100% 이기고 플레이오프로 간다는 확률 게임을 4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극적으로 이긴 KT가 0% 라는 확률을 깨고 플레이오프로 가는 마법을 보여줄지가 기대되는 승부여서 더 기대가 되었지요.


하지만, 기적이란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지요.

5차전에서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투수였던 LG 임찬규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7회 교체된 손주영이 무사 만루 위기에서 1점만 내주며 임찬규를 환호하게 만들었지요. 그 사이 이미 1회부터 타격왕 오스틴과 살아난 김현수의 활약으로 2점을 내고, 발 빠른 신민재의 활약으로 3회에 추가점을 낸 LG 입장에서는 그때 거의 승부가 갈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MVP 임찬규. 인정할 수 밖에 없지요? ^^


위기를 막아내고 다시 1점 추가한 LG. 그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계속 나와서 KT를 가로막고 있는 LG의 무서운 용병 투수 에르난데스가 세이브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4-1 LG 승리)


LG 선발 임찬규와 맞선 KT 엄상백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패전 투수에 이어, 5차전에서도 조기 강판 당하며 재차 패전 투수가 됩니다. 5차전에선 2이닝 겨우 던지고 조기 강판 당해서 힘들겠지만 잘하는 선수이니 내년에는 더 잘하겠지요. 힘내라, 엄상백!


결과는 이렇게 되었지만 준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KT의 마법 같은 질주는 팬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가자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SSG와 동률을 이루고 마지막에 극적으로 가을야구에 탑승, 와일드 카드 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직 국민 홈런왕 이승엽 감독의 두산을 2차전까지 연거푸 꺾으며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LG를 상대로 첫 경기를 잡았으니까요.


두산은 작년에도 가을야구에 나간 것까진 좋았는데 (5위로 나갔지요.) 와일드카드에서 NC에게 져서 미끄러지더니, 올해는 4위로 나가서 KT에게 잡혀서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나가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계속 밟지 못하면 과거 삼성과 1, 2위를 나눴던 시절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잘하지만 어중간한 팀으로 남을 두산이 아닌데 내년에는 어떻게 해나갈지 지켜보겠습니다.


작년 정규 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전에 겨우 올라온 NC는 두산을 잡고 준플레이오프에서 SSG까지 잡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플레이오프에서 KT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졌던 모습이, 이번 와일드카드 전에서 정규 시즌 5위로 참여한 KT가 준플레이오프에서 결국 LG에 가로막힌 모습과 어쩐지 겹쳐 보입니다.


당시 5차전 승리투수 KT 손동현 선수가 여전히 활약하고 있고 1차전 승리 투수 NC 페디가 기억나네요. 성격도 괄괄하고 승부욕 넘쳤지요.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되었고 지금은 다시 미국 메이저리그로 가 있습니다. 페디 파이팅!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경기 중에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명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LG 엔스와 KT 괴물 투수 쿠에바스의 선발 투수 경쟁도 재미있었지요. KT는 지면 끝이고, LG는 4차전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려면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양 팀은 총력전을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오늘 겨우 피 말리는 5차전까지 장기전을 치렀는데, LG는 하루 쉬고 10/13 (일) 바로 대구로 가서, 휴식을 취하며 LG와 KT가 접전을 펼치고 지치길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던 정규 시즌 3위의 삼성과 맞붙어야 하니 여간 부담이 아닐 것입니다. LG의 기세가 그 동안의 피로와 준비된 삼성을 이길 수 있을지, 삼성 선발 다승왕 원태인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 경기도 기대가 됩니다.


더군다나, 삼성이 호락호락한 팀도 아니고 만일 5차전까지 간 다음, 삼성까지 넘어서고 정규리그 1위 기아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를 치른다면 정말 살인적인 일정이겠네요. 그래서 보통 이렇게 악전고투 속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팀은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최강팀에 초반에 한두 번 이기고 내리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KT가 실책으로 무너지는 경우를 보았는데 사람은 로봇이 아닌지라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포수 장성호의 약한 도루 저지율과 실책이 아쉬웠습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위력적인 외국인 투수들도 총력전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LG 선발 엔스는 2회에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을 날리며 맛을 본 KT 문상철에게 홈런을 얻어 맞았으며 4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투수라고 생각하는 KT 선발 쿠에바스도 그동안 살아나지 못하며 후배들에게 면목이 없었을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고, 박해민에게도 다시 홈런을 허용하는 악몽 같은 2회를 맞이했지요. 겨우 4이닝을 채우고 교체되었습니다.


그렇게 5-3으로 끌려가던 LG가 8회 극적으로 2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갑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LG 팬들은 이번 경기로 끝내자. 쉬고 삼성도 빨리 정리하고 기아와 단기 승부를 보자는 꿈에 부풀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KT에는 삼성 오승환이라는 대표 마무리 선수의 계보를 잇는 박영현이 있었지요.


KT 쿠에바스로부터 마운드를 받아서 3이닝 넘게 1 실점하며 선방한 고영표. 그 다음으로 KT의 우수한 투수진 중 하나인 소형준이 나서지만 난조를 보이자 경기의 중요성을 의식한 듯 KT 이강철 감독은 바로 교체해서 박영현을 내세웁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11회까지 가며 길게 던질지는 몰랐다고 하는데, 모른 것치곤 정말 잘 던졌습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보면서 LG 에르난데스와 KT 박영현이 마무리 쪽으로는 쌍벽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에르난데스도 잘 하더군요. 준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LG 염경엽 감독이 그를 “내 마음 속 MVP”라고 꼽은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만일 염경엽 감독이 에르난데스가 너무 무리한다고 판단해서 그리고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에 2이닝만 던지게 하지 않고 박영현과 끝장 승부를 보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미친 투수전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에르난데스와 교체된 LG 투수 백승현 그리고 마지막 정우영. 그 믿음직한 정우영이 마지막에 잘했는데도 11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심우준이 친 공이 정우영 옆을 튕긴 것을 LG 내야 수비진이 잡아서 한 명을 아웃 시켰으면 되었는데요. 아뿔싸 그 잘하던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과 발 빠르기가 예사롭지 않은 신민재가 부딪히며 그대로 KT가 점수를 내며 경기가 끝나고 맙니다.


참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우영이 위기를 넘기고 12회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큰 무대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5차전 연장 11회까지 가는 피로 거기다 기필코 이기겠다는 집념이 수비를 엉키게 만들 줄이야.


LG가 준플레이오프를 3-2로 이기고 플레이오프로 진출했지만, 제 마음 속 경기는 이 4차전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박영현이 2003년생이고 2022년에 입단했다는 사실을 깜빡깜빡 합니다. 2021년 고등학생 시절 박영현 선수




어제는 내홍 속에 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호가 지난 아시안 컵 준결승에서 우리에게 일격을 가하고 독일 축구 레전드 클린스만 감독을 중간 경질하게 만든 요르단을 2-0으로 이겼지요.


정몽규 씨가 4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국회에서도 난리가 나고 문화체육부 장관도 4선임은 안된다고 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재성과 오현규의 골로 승리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이 부상을 당해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서 김민재가 임시 주장을 맡는 상황이었고 황희찬도 전반 23분에 교체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잘 해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EPL 스토크 시티에서 뛰고 있는 배준호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15 화요일엔 이라크와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는데 손흥민 없이도 이번처럼 잘해서 실력으로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해줬으면 합니다.


이렇게 축구도 이기고 가을 야구도 흥미롭게 보고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도 있고 좋네요.


이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10월, 11월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축구나 야구를 보면서 쉬면서도 성실히 제 삶을 잘 살아나가 보렵니다. 마지막 분기를 잘 보내고 올해 연말에 한 해를 되돌아보며 힘들고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 내년엔 나의 해가 될 거야!라고 외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여러분 모두 좋은 올해 말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기원해 보구요.


멋진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


마지막엔 정규리그 1위 기아의 꽃범호가 꽃길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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