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Oct 29. 2024

기아 너는 정말

2024 한국시리즈 우승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911


결국 기아가 우승했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결국 한국 시리즈에서도,

전 시즌 우승팀 LG를 잡고 오랜만에 올라와서 왕국을 꿈꾼 삼성도 기아를 넘지 못했다.

이름하여 통합 우승!


해태 시절부터 보면 12번째 우승.

그것도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면 100 프로 우승이었다. 이름하여 준우승이 없는 팀. 대단하다.


하아~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의 김응룡 감독과,

마운드에 서면 타자들이 좌절했던 선동열 투수,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 타자로

대표되는 타이거즈는 강력함의 상징이었다.

투타에서 최고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나고야의 태양. Sun 선동열이 기억난다.


지금은 기아에 대투수라 불리는 양현종과,

40 도루 - 38 홈런을 날린 2003년생 김도영 등이 있다.

한국 시리즈 5할이 넘는 타율을 선보인 MVP 김선빈도 빼놓을 수 없나?

MVP를 누구로 선정해야 할지 어려울 정도로 투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7년 만에 통합우승을 한 것이겠지.

 

일본의 오타니가 MLB 메이저리그에서 50-50을 리그 최초로 달성하는 등 미친 활약을 해서,

김도영이 달성한 한국 국내리그에서 달성한 40-40에 근접한 성적의 대단함이 다소 퇴색되지만,

이종범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를 뛰어넘을 선수가 될 수도 있을 거라 본다.

이정후도 김도영을 인정했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코리안 시리즈 전적 3-1로 맞선 두 팀은 기아의 홈팀 광주에서 5차전을 맞이했다.


7전 4선 승제이기 때문에 기아는 1승만 추가하면 우승이 확정되고, 반대로 삼성은 이번에 지면 패배가 확정되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삼성은 전 시즌 코리안 시리즈 우승팀 LG와 플레이오프를 4차전까지 가야 해서 피로도가 있었다.


1, 2차전은 10-4, 10-5로 난타전을 벌이며 삼성이 이겼고, 3차전에서는 LG가 1-0으로 이기고 4차전에선 삼성이 1-0으로 이기며 피 말리는 투수전까지 벌였다. 3차전 LG 임찬규의 승리 (대 이승현) 와 4차전 LG 손주영의 패배가, 삼성의 1차전 승리투수 레예스나 2차전 승리투수 원태인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두 투수 동료가 고생이 많았다.


기아의 저력은 1차전부터 빛났다.


삼성에게 선제 홈런을 맞으며 리드를 빼앗기고 우천으로 suspend 된 후 다음날 치른 잔여 이닝과 2차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삼성 입장에선 주도권을 잡고 흐름을 타며 1차전을 당일에 잡았어야 했는데 지나고 보니 안타까운 대목이다. 반대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뒤집고 2경기를 모두 이긴 기아의 저력이 놀라웠다.


1차전에서는 젊은 투수 곽도규가 활약하며 승리투수가 되었고, 2차전에선 기록의 사나이 양현종이 8-3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선 레예스의 활약으로 삼성이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승리했지만, 4차전에선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이 기아의 네일에게 무릎을 꿇으며 시리즈 전적 3-1로 몰렸다.


혈전을 벌인 포스트 시즌을 지켜보던 기아는 비교적 건재했지만, 삼성은 투수 에이스 원태인과 타자 에이스 구자욱의 부진과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마디로 차포 떼고 최강 상대와 붙은 격.


스포츠는, 특히, 야구는 예상대로 되지 않아 흥미로운데, 2차전 승리투수 양현종이 5차전에선 초반부터 홈런 강팀 삼성에게 단단히 얻어 맞았다. 1회부터 삼성의 디아즈에게 홈런을 허용하더니, 바로 다음 김영웅에게 back to back 연속 홈런을 허용했다. 초반 분위기는 삼성이 이렇게 끝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디아즈는 포스트 시즌에서 수비 실수를 하는 걸 보고 조금 실망했는데, 바로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마 삼성이 이겼으면 강력한 Daily MVP가 되었을 거라 본다. 김영웅은 이름이 영웅이라 그런지 임영웅 만큼이나 잘했다. 적시에 홈런을 때려 내며 큰 경기에서 이름대로 hero가 되었다. 홈런을 치기 전에 큰 파울을 쳤는데 이미 그때 감을 잡은 것 같았다.

     

하지만, 기아 없인 못 산다, 김도영이 너 없인 못 산다 라는 말고 함께, 역전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기아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아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기아 투수진엔 양현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곽도규,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이 활약하며 삼성의 타선을 침묵시켰다. 승리투수가 된 곽도규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마지막 9회에서 삼자 범퇴를 시키며 마무리를 장식한 정해영이 활짝 웃으며 포수와 부둥켜 앉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투수진이 잘 막는 동안 기아는 한점 한점 차근차근 따라갔다. 1회에도 기아의 나성범이 희생플라이를 쳤는데 박찬호가 안 될 것 같은 주루를 선보이며 1점을 냈다. 이름이 LA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 형님과 같아서, 농구 만화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KT 강백호처럼 재미있게 생각했는데, 빠른 발과 함께 기아의 철벽 내야진의 한 축으로 참 잘하는 것 같다.


코리안 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고 우는 것을 보니 승부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시즌 초반이나 시리즈 초반에 부진했던 것도 기억났을 거고 그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과 결실에 그런 뜨거운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기아의 해결사 만 40세의 큰 형님 최형우는 3회 적시타로 한 점 따라 붙었고, 5회엔 홈런까지 때려 내었다. 나이가 꽤 되는데 타석에 들어섰을 때 존재감은 여전했다. 짱짱한 투수진과 철벽 내야진 그리고 존재감 있는 타선이 잘 보인 기아였다. 박찬호, 김선빈, 김도영, 나성범, 소크라테스, 최형우의 타선이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무게감에 삼성 투수들이 깡으로 잘 덤볐지만 결국 폭투를 하고 말았고 2점을 헌납하며 5-5 동점이 되어버렸다. 코리안 시리즈의 부담감은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동점이 된 상황에서 삼성이 기아 계투진에 막힐 동안 기아는 6회 김태군의 적시타로 1점을 내고, 8회 박찬호의 2루타로 한 점을 더 내서 7-5 승리를 견인했다. 눈물의 박찬호는 5차전 Daily MVP로 선정되었다. 역시 강팀은 강력한 에이스가 있고, 그 에이스가 무너져도 뒤를 받쳐 줄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지고 있어도 저력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따라 붙어 동점 그리고 역전까지 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큰 경기에서의 실수가 적은 것도 물론이다.





그리고 82년생 감독 꽃범호.

방년 만 43세.


어찌 보면 무섭게 생긴 얼굴이지만 그 실력과 선수 시절부터 가끔씩 보여주는 장난기로 꽃범호로 불리는 그는 어수선했던 기아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형님 리더쉽을 보여주며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들을 믿어주고 부진했을 때는 과감하게 바꿔주는 선택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젊지만 멋진 감독의 모습을 보여줬다.


동시에 경기 후 패장이 된 삼성 박진만 감독을 찾아가 깍듯이 인사하는 장면에서도 인성을 볼 수 있었다. 한화에 입단해서 열심히는 했지만, 기아로 이적해서 꽃을 피운 것 같다. 선수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맛 보았으니 현재까지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단언할 수 밖에.


경기가 끝나고 바로 기아 광고가 나왔는데, 절묘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동이 차 광고로 이어지게 타이밍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다.

전에 다른 글에서 다룬 IL Mondo 음악을 담은 광고처럼 연신 대박이다.


현대기아차가 우리나라 기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SK 하이닉스 HBM 반도체와 함께 수출 등을 견인하고 있는데, 현대기아차의 광고사 이노션도 삼성의 제일기획을 이제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기아가 IMF 때인가 어려워져서 현대차로 넘어갔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의 아픔이 지금의 기쁨으로 잘 승화되고 있는 것 같다. 해태 야구단이 기아로 넘어간 것도 그렇게 좋게 생각해 본다.


기아가 우승한 것을 보니 왠지 내가 우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월을 잘 마무리하고 11월부터 좋은 기회로 잡은 출장 등을 잘 소화하고 마무리해서 올해 연말에는 웃으며 보내고, 내년엔 더 멋진 한 해를 보내보려 한다.


2009년 7차전 나지환의 끝내기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을 때는 20대 혈기로 친구와 술 마시며 축포를 터트렸지만, 지금은 좋은 기운을 받아 노력해서 내 인생의 방점을 찍으려 한다.

(9회 sk와 5-5로 동점인 상황에서 터진 홈런이었다.)


내년에도 기아가 우승할 수 있을지, 절치부심할 삼성, LG, KT 등 다른 구단이 대권을 잡을지 기대가 된다.

올해 어려웠지만 활짝 꽃 피울 나의 그리고 우리의 내년도!


야구와 스포츠는 노력과 경쟁 그리고 감동에다, 이런 희망까지 선사한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맛에 야구 본다 ^^


2024 한국시리즈 MVP와 우승팀 감독 꽃범호. 광주와 대구의 환상 조합.


매거진의 이전글 잘했다 K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