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by 이영관

어제 폐 배터리를 버리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

운영팀에서 교체한 후 빠렛트에 잘 쌓아두었다고 했다.

위치도 이미 들었고, 확신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전에 쌓아둔 폐품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배터리는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고,

수소문해봐도

"몰라요" "못 봤어요" 뿐이었다.


그러다 전화 한 통이 왔다.

"폐자재 창고 안에 빠렛트 위에 있어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로 뛰어갔고,

나는 그제서야 보게 됐다.

내가 수차례 지나쳤던 그 길 옆에, 버젓이 쌓여 있었다.

여러 번 오갔던 길,

눈앞에 있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자리에 없을 거란 '생각' 하나가

그 물건을 투명하게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생각이 틀을 만들고,

틀이 시야를 만든다.

내가 보려고 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있어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답을 찾기 위해

멀리서만 해답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은 늘

**"눈앞에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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