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인 줄 알았는데

by 이영관

가도 가도

제자리인 것만 같을 때가 있다.


한참을 걸었는데,

빙글빙글 돌아 다시 원점에 선 기분.

조금 지치고, 헛헛한 마음이 드는 그런 날들.


어느날

러닝머신에서

30분을 뛰고 내려왔다.

기계에서 내려섰을 땐,

여전히 제자리였다.


그런데 깨달았다.

제자리였지만, '변화'가 있었다.


내 몸엔 땀이 흐르고 있었고,

다리는 더 단단해졌으며,

심장은 더 강하게 뛰었고,

폐는 더 많은 숨을 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나는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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