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양떼목장에서 배운 것

by 이영관

양떼 목장에 갔었다.
도착하자마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건초를 한 줌씩 들고
양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풀들이 가득 자란 넓은 방목지에
양 수십 마리가 고요히 풀을 뜯고 있었다.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로웠다.


그런데,
비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으려던 찰나,
양들이 하나둘 일어나더니
자연스럽게 줄을 지어 막사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어느새 모두가
일렬로 지붕 아래로 향했다.


울타리도, 안내 방송도 없는데
그렇게 질서 정연하게, 조용히 이동하는 양들을 보며
왠지 모를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비가 오면 들어가야 한다’는 걸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니.


나는 지금껏
언제 비가 올까, 언제쯤 피해야 할까
혼자서 복잡한 계산만 해왔는데,
양들은 그냥 자연의 흐름을 따른다.


순한 눈빛으로,
비를 피할 줄 아는 그들처럼
나도 더 단순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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