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어가고 있어요"

— 사무실 구석, 다육이의 속삭임

by 이영관

나는 인천공항 지하 2층,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사무실 입구 우측엔 서류와 공구가 가득 찬 수납장들이 있고,
그 위에는 조그마한 다육 식물들이 얌전히 놓여 있다.
존재는 있었지만, 늘 시선에서 비켜 있던 존재들.


그런데 오늘, 문득
그 다육이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말라 비틀어진 채,
묵묵히 버티고 있는 그 모습이
왠지 낯설고도 애잔하게 느껴졌다.


언제 사온지도 모를 화분,
누가 마지막으로 물을 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 식물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그리고… 갑자기 들려오는 듯한 고함.
“나, 죽어가고 있어요…”


그건 누가 들려준 말도 아니고,
그저 메말라가고 있는 식물들이
몸짓으로 보내는 신호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 작은 생명들이 말라가고 있다는 걸,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도
아무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그 현실을.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미안했다.


조심스레 종이컵에 물을 따라
삐쩍 마른 녀석들에게 한 모금씩 건넸다.
빛도, 바람도 없는 공간에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생명들에게
“고생했어”라고 말하듯이.


조금 살아난다면,
앞으로는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겠다.


작은 식물 하나에게서
나는 무심히 흘러가던 하루와
무심코 지나치던 누군가의 삶을 떠올렸다.
혹시 지금,
나 또한 말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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