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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은 누구인가 (Feat. 황현필)

by 철가면

대한민국은 어느순간 전쟁의 위협을 잊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번영과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치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강도, 소매치기, 강력범죄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그 비율은 매우 적습니다. 늦은 밤, 여성 혼자서 길을 걷더라도 안전한 나라, 물건을 잃어버려도 분실할 위험이 적은 나라, 수많은 택배가 내집 앞에 덩그런히 놓여있어도 분실 걱정이 없는 나라, 외국에서는 전쟁국이라고 하여 위험하다고 인식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나라, 그런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다양한 국가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는 존재하지만, 일상 생활로 그 범위를 좁히면 대한민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없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하는 돈많으면 살기 좋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라는 말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경제적, 국제적, 자본주의적 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잊고 살고 있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전쟁의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쟁중이지만, 전쟁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 이 모순적이고도 역설적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유는 바로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여전히 북한의 수많은 무기와 병력들은 대한민국을 향해 그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북한과 대한민국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종전'이 아닌 '휴전', 그러니까 여전히 전쟁중이라는 것입니다.


황현필은 또한 헌법 어디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적혀있냐며 역정을 내지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네요. 그런데 재밌게도 헌법에서 정확히 어느 나라가 주적이라고 명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건 우리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적은 국제정세와 외교관계로 인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남한이 아닌 한반도 전역을 의미하는 것이죠. 황현필이 그렇게 좋아하는 헌법에 북한이 주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시되어 있네요. 그리고 1992년 남북한이 동시 UN에 가입하기 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바는 명확합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 전역이며,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적국'인 것입니다.


그런데 황현필은 이를 종북몰이로 호도합니다. 통일을 원하고, 평화와 공존을 호소하는 야당인들이 모두 종북이냐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북한이 군사경쟁을 통해 우리를 주적으로 인식하면 주적이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 공동 지향을 가지고 있으면 주적이 아니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본질을 흐리는 궤변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사상입니다. 그들이 군비 확충을 하든 핵으로 무장하든, 그들이 우리에게 평화적 제스처를 보내든, 통일을 위한 공통된 지향점을 모색하든, 대한민국과 북한은 여전히 전쟁 진행중이라는 명백한 진실과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주적은 북한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남북관계에 의해 이미 증명되고도 남았습니다. 보수 정권이 세워져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변한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소위 진보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부에서마저도 북한은 안보를 위협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해왔습니다. 북한이 주적이 아니면 누구일까요? 일본입니까? 중국입니까?


황현필이 이야기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으로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입니다. 따라서 북한과의 통일을 추구하고 그들과 평화와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종북이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북한이 전쟁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주적으로 부르고 부르지 않는 선택적 타협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주적 논란은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종북이라 매도당하는 것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와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황현필을 비롯한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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