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량함에 대하여
달빛은 늘 해가 지기 전 떠오른다. 푸르스름한 하늘에 남겨진 하얀 지문같이 떠올랐다가 짙은 심해 같은 밤하늘에 덩그러니 반짝이고 서 있다. 새파란 물속에서 전갱이 떼를 만나기 하고, 거북이도 만나다 무심코 마주한 깊은 심해는 세상에 혼자 남은 것만 같은 두려움으로 몰려온다. 숨이 턱 막힌다. 세상이 느리게 흐른다.
이 세상에선 처량함이 좀처럼 으스대는 일이 없다. 똑같이 얽매이지 않고 나 홀로 존재하는데, 낭만은 화려하게 나를 감싸고 처량함은 나를 헐벗긴다. 부끄러운 마음을 다 안고 낭만인 척하는 표정과 몸짓은 더 할 수 록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공허한 마음에 물이 가득 담긴다. 다시 그 물엔 달이 떠오르고 해가 진다.
나는 너를 깊은 물속에서 만난다. 가장 처량할 때에 맞춰. 귓바퀴엔 도로의 소리가 웅웅대고 오고 가는 숨소리는 눈앞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같다. 너의 눈이 가진 정적에 나를 비춰본다. 달빛인가. 저 달을 손으로 가려본다. 나의 처량함이 숨겨지도록. 그 물속에도 달이 뜨고, 정적이 젖어들고 물고기가 헤엄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