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정년을 앞두고

by 박말임

퇴직한 사람들이 겪는 상실감, 우울감 등의 심리적 변화와 ‘때우기 식’ 지루한 일과를 남의 예기로만 들어왔다. 그런데 그 일이 내 앞에 닥쳐오니 감정이 복잡해진다. ‘일을 더할 수만 있다면 해야 한다’라는 결기 같은 것이 생긴다.


이중근 대한노인협회장이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자’라는 제안을 했다. 이는 초고령 사회 대응 방안으로 노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 촉진을 의도한 것이라 했다. 행정안전부 공무직도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했고 한전도 송배전 근로자 11종의 기능 자격 연령 제한을 전년도 8월 전면 폐지했다. 가장 보수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도 ‘종신 교수’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대비하고 초고령 인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노인으로 합류될 베이붐 세대들은 ‘웬 날벼락이냐, 국민연금 공백기를 벗어나려면 눈앞이 캄캄한데’라는 반응들이다. 베이붐 세대를 ‘마처 세대’라 부르는데,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서는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웃프다’라는 신조어와 일맥상통한다.


‘그냥 쉰다’는 젊은이는 25년 기준으로 약 44만 3000 명에 이른다는 통계다. 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들은 80세가 되어도 계속 일을 하려고 하는데 왜 젊은이들은 그냥 쉬고 싶어 할까? 그들이 일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불안정, 일자리 부족, 개인적인 선택 등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로는 공무원, IT 기술 관련 직종,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로 나타났다.


MZ 세대를 키운 부모는 베이붐 세대들이다. 경제가 불같이 일어나던 호황기에 부모는 바깥에 나가 죽어라 일을 했다. 자녀를 살뜰하게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안겨주었다. 그들에게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신세계가 주어졌다. 그들은 골방으로 들어갈수록 신세계의 영역은 무한대로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근본적으로 배고팠던 베이붐 세대들과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같은 시대 다른 두 세대가 공생하면서 소통의 부재를 불러왔다.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진정한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이 절실한 때이다. 노인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MZ 세대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받아들여 상생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두 세대가 상호 협력해 우리 자손들에게 안전하고 강건한 세상을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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