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여행
여행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에서 잠시 비켜서기이다.
그래서 여행을 쉬러 간다고 표현한다.
여행에는 휴식을 위한 여행이 있고 추억 만들기 여행도 있다. 휴식으로 재충전을 위한 여행은 홀로 가는 것이 제격이다. 반면 추억 만들기 여행은 주로 친구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추억 만들기 여행은 일상 보다 더 바쁜 일정으로 몸이 지칠 대로 지쳐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추억 만들기 여행은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이 될 공산이 크다. 카메라 셔터 누르느라고 손발이 바빠서 정작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여행지에는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이 준비돼 있다.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포토존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며칠 전 화진포 여행에서는 포토존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만, 방 빼시죠!" 하는 말에 웃음이 쏟아졌다.
여행 중에 사진을 찍기 위해 정신은 저만치 물러나 있고 몸이 바빠서 사진발 좋은 곳으로 몰려다니다 보면 잠시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게 된다. 사진 찍기 위해 여행을 왔나? 꽃 핀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왔나? 마음이 공허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 대부분 동창들과의 여행이 주를 이룬다. 어느 모임이든 사진 찍기를 즐겨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고 밴드에도 기록한다.
예전에는 사진 찍느라 붙들려서 여행지에서 지체될 때마다 짜증이 났었다. 앞서간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 온 사람이 바쁠 일 이 아닌데도 바쁘게 뛰어다녔다.
외국인이 했다는 말, '한국 사람들은 노는 것도 일처럼 한다.'라고 해 웃었던 기억이 난다. 패키지여행을 가면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나는 패키지여행이 힘든 나이가 되었다. 사진 찍기 즐겨하는 친구 덕에 밴드에 가면 15년 전 사진도 다 볼 수가 있다.
친구들과 10년 전, 5년 전 사진을 보면서 " 그대는 누구십니까?" 하면서 말을 건네기도 한다. 내가 저렇게 젊은 시절이 있었나, 새삼 놀란다.
그래서 요즘은 그 친구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잘 따르다. 남자 친구들은 여전히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여자 친구들이 이끌면 마지못해 응하는 정도다.
누구나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가장 젊은 오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찍어야 한다.
'영정사진을 미리 준비해 두 자'고 말했다가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받은 적이 있다.
'허연 노인 사진 걸지 말고 웬만큼 젊은 엄마가 웃고 있으면 아이들 마음이 편치 않을까?'라고 했다가 말 폭탄으로 몰매를 맞았다.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탈랜트 고 김자옥 님의 화사한 영정 사진을 보며 했던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화사하게 살아야 한다. 원도 한도 남지 않도록 살면 된다.
천상병 시인 '귀천'의 주인공으로 살다 가면 되지 않겠나.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여생을 소풍 온 것처럼 행복하게 살다가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