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아들 부부를 위한 선물

제2화 작은 며느리 임신을 축하하며

by 박말임

작은 아들한태서 한 밤중에 전화가 왔다. 실험관 아기를 가질 수 있는지, 부부가 아침에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간다고 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평소에 전화도 하지 않던 아이가 한밤중에 전화를 한 것은 어미의 따뜻한 격려와 덕담이 필요한 것이라 짐작됐다.


그들 부부는 결혼식을 올린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동거는 3년은 족히 된 걸로 안다.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우여골절이 많았다.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를 아들에게 다구 치니, 여자 친구가 밥을 해줄 생각을 안 한다는 거였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들의 청혼을 눈 빠지게 기다린다는 아이가 남편 될 사람 밥을 안 해 준다고?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우리 아들이 이상하리 만치 음식 만들기를 즐겨하고 그 맛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이니, 나는 속내로 '굶어 죽지는 않겠군!' 하는 안도를 했을 뿐이다. 내 아들이 음식을 잘 만든다고 해서 자기 와이프한태 밥도 못 얻어먹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동거 생활 3년 중에 밥을 몇 번이나 해 주더냐고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 한 번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자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면 그 사람에게 서툴지만 온갖 정성을 들여 맛있는 음식을 손수 해먹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또한 그 남자의 2세를 낳아 키우고 싶은 것도 자연의 순리와 같다.


아들에게 다시 물어봤다.

"밥을 끼니마다 네가 다 해서 바친다는 거냐!"

"아니, 거의 다 사 먹지. 어쩌다 휴일이면 한 번씩은 재미로 내가 해서 먹고 그러지요."

"이런 흑싸리 껍데기 같은 놈 같으니라고 으이그~!"

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분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들이 외국에서 10여 년을 넘게 공부를 한 아이다. 말이 그렇지 자취를 하다시피 했던 그 식생활이 오죽했겠는가. 나한태는 가슴에 소금을 뿌린 듯 아리고 쓰라린 그런 아이다. 그런 아이가 그 많고 많은 여자 중에 저런 여자가 걸려들다니!


그 여자친구를 데리고 인사하러 온다고 하면서 넌지시 자랑을 했었다. 연세대를 나와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을 졸업한 아이라고. 그 말에 나는 발끈했다

"네가 다닌 버클리대학이 서울대만 못하다니!"


아들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집에 들어섰다. 인사는 고개 까딱이라고 쳐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손 치더라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어미 될 사람을 만나러 오면서 선물하나 준비 없이 빈손으로 온다? 이것도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될뿐더러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놈의 집구석은 딸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일까?'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의 상식, 주변 사람들 혼사를 보아온 경험으로도 이건 저 여자 아이가 우리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결론으로 치달았다. 저 여자애 하는 행동으로 봐선 우리 아들을 '흑싸리 껍데기보다 더한 칠뜨기, 팔 뜨기, 구땡이, 영구로 아는 게 확실해'


다음날 아들이 혼자 있는 시간에 전화를 했다. 그 여자와 당장 헤어지라고 말했다. 평생 밥을 해다 바치며 살 거냐고 했다. 저렇게 비쩍 마른 몸매에 아기가 어떻게 들어서겠느냐. 지가 미스코리아라도 되는 줄 아나 부지? 지 서방 밥도 안 해주는 애가, 애는 어떻게 낳아 키우겠느냐. 등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을 속사포로 퍼부었다.


어미가 헤어지라고 한다고 주관 없이 헤어질 아들은 아니다. 그런데 평생 결혼 생활을 할 수 있겠는지의 본질의 문제로 고심을 많이 한 결론인지 어느 날 그 여자애와 헤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반겼지만 한편으로 나는 헤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들의 성정이 사랑했던 여자를 내칠 아이가 못 된다. 시간이 좀 지나 여자친구가 전화해 징징거리면 또 받아 줄 아들이라는 걸 나는 안다.


아들의 연인과의 이별은 내가 예상했던 데로 해프닝으로 끝나고 원상복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웨딩마치를 했다.


내가 아들에게 물어봤다.

"동거하는 동안 너희들 피임했던 거니?"

아들이 뚱한 얼굴로 '나는 모르지'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며느리는 동거하는 동안 임신이 안되어서 그렇게 불안 해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며느리 마음고생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시험관 아기 검진 결과를 보러 가는 날, 아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내 귀에 스며들었다. 임신 2주 째라고. 동시에 톡으로 초음파 사진, 점하나 찍힌 사진이 전송돼 왔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간사할 수가 없다. 그 작은 점이 우리 아기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며느리 비쩍 마른 몸매를 떠 올리며 나는 라텍스를 생각했다. 허리를 바쳐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라텍스 매트 2개를 주문하게 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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