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으로 누군가를 암살할 수 있을까?

BBC셜록홈즈, 코르사주, 엘리자베트 시시

by 안도일



코르셋은 미용의 목적으로 여성들의 허리를 가늘게 조이기 위해 만들어진 속옷이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사용되었으며, 잘록한 허리에 대한 선망이 과열되었을 때는 많은 여성들에게 작게는 신경 쇠약, 히스테리, 졸도와 크게는 내출혈, 탈장, 골절, 사망까지도 가져다주었다.



허리를 깊이 압박하는 코르셋, 비록 많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소수의 의료 목적 코르셋을 제외하면) 그저 미용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르셋을 암살에 이용하는 것도 가능할까?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코르셋 때문에 암살자에게 당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엄청난 미모와, 그에 상응하는 외모에 대한 집념으로 유명한 엘리자베트 시시(별칭) 황후이다. 1898년 9월 비밀리에 스위스를 여행 중이었던 시시는 신원이 노출당한 탓에 무정부주의자 루이지 루케니에게 암살당했다.


루케니는 가는 송곳으로 시시의 가슴을 찌르고 도망쳤는데, 시시는 찔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 강하게 조인 코르셋으로 인해 복부, 흉부의 감각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시의 가슴에 난 작은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왔지만 입고 있던 옷이 검은색이었고, 그 안에 받쳐 입은 코르셋의 압박으로 출혈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황후 자신도, 시녀도 그가 암살당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시시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임신 기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꽉 조이는 코르셋을 착용하고 다녔는데 그 때문에 시시가 칼에 맞고 비틀거렸을 때도 시녀나 목격자들은 코르셋이 너무 조여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시시의 상처를 알게 된 것은 그가 배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으며 코르셋을 벗고 난 뒤였다. 지속적으로 조금씩 피가 나던 상황에서 그나마 압박으로 지혈하던 코르셋을 벗으니 한 번에 많은 출혈이 있었고, 황후는 바로 쓰러졌다.매우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는 쓰러지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라는 말을 했다고 하며 그것이 유언이 되었다.


참 아이러니 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평생 동안 지키고자 했던 아름다움이 관통과 출혈의 고통으로부터 지켜주었지만 동시에 치료할 기회를 빼앗고 영문도 모른 채 죽게 만든 것이니 말이다.





엘리자베트 황후의 사건은 암살자가 고의적으로 코르셋을 이용한 사건이 아니지만, bbc 드라마 셜록에 압박 상태를 이용한 트릭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사건의 피해자는 군인으로, 미용 코르셋 대신 군용 벨트와 군용 코르셋의 압박으로 인해 경계 근무 중 찔리고도 그 사실을 알아 채지 못한다. 때문에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었을 때가 되어서야 쓰러지고, 탐정 셜록은 범인의 접근 경로와 범행 도구를 찾는데 난항을 겪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셜록과 시시의 이야기를 보며 한 가지 호기심이 들었는데, 압박으로 인해 통증이 무뎌진다 해도 칼에 찔리는 고통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호기심이다.


셜록은 어느 정도의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니 고려하지 않더라도, 실제 인물인 시시는 죽는 그 순간 까지도 자신이 칼에 찔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일정 수준 이상의 압박이 있다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럼 어느 수준의 압박을 받아야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까? 현대인도 군용 벨트나 시중의 코르셋, 혹은 다른 것의 압박을 이용해 통증을 차단할 수 있을까? 이를 가늠하기 위해 당시 시시의 허리둘레를 찾아보았다. 당대의 아름다운 기준은 성인 남성의 손을 기준으로 하여 양손으로 허리를 모두 감쌀 수 있는 허리였다. 성인 남성의 평균 손 길이는 22cm에서 23cm로, 즉 허리둘레가 45cm 안팎이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여성이 그 정도로 코르셋을 조이지는 않았지만, 외적인 요소에 신경 쓰는 집안과 여성들은 얇은 허리를 위해 2차 성장이 오기 전부터 코르셋을 착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건의 피해자인 엘리자베트 시시의 허리 역시 18인치로 그가 173이라는 장신에 50도 안 되는 체중(46-49)을 가진 마른 여성이었음을 감안해도 언제나 복부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을 것이다.


나처럼 코르셋이 아니라 간단한 스포츠용 속옷조차 불편하게 느낄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그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이 글을 보는 당신이 18세기 여성들처럼 2차 성징이 끝나기도 전에 코르셋을 착용하기 시작해, 매일 조금씩 그 압박감에 적응해 왔던 사람이 아니라면 복부를 압박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 통증을 제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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