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아이와 함께한 2인 전

by 곰돌이 작가

곰돌이 ep.9


6년 전, 나는 딸아이와 함께 처음이자 유일했던 2인 전을 카페갤러리를 대관해 소박하게 열었다.

아이는 열 살, 나는 마흔을 조금 넘긴 나이였다. 갤러리 한편에 아이의 그림과 내 유화가 나란히 걸린 그 풍경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전시를 처음 제안했을 때, 아이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해도 돼?

하고 묻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소에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기에, 낯선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 준다는 건 꽤 큰 용기가 필요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내심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전시가 결정되자 아이는 매일 그림 그리던 습관을 더 정성그럽게, 더 진지하게 이어갔다.


아이의 그림 실력은 물론,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이 나는 늘 신기했다. 여섯 살 때부터 색연필을 들고 종이를 채우던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따라 그리고, 결국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예쁜 소녀들, 알 수 없는 세계를 배경으로 웃고 있는 아이들, 작지만 강한 존재감의 생명체들. 그 모든 그림 속엔 아이만의 언어가 있었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아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 늘 혼자인 아이에게 그림은 엄마대신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아이는 몰입했고,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이 아이의 인생에, 그림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 하나쯤은 꼭 남겨주고 싶다'. 그 바람하나로 전시를 준비했다.

나 역시 유화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림을 통해 아이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베어스 4S 아크릴 아이작품


전시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함께 그림을 고르고, 제목을 정하고, 작품 옆에 붙일 짧은 글도 함께 썼다. 아이는 그 과정이 '숙제 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순간들이 소중해서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그림들을 펼쳐보고 둘 다 진지한 얼굴로 '이건 뭔가 부족한 것 같아'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장면이 참 그립다.


갤러리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아이의 친구들, 나의 지인들, 우연히 들른 낯선 관람객까지.

이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아이와 내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러 아이는 16살이 되었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이는 여전히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스케치북은 방 한편에 쌓여가고, 아이의 노트북엔 수백 명의 소녀들이 있다.

나도 여전히 유화를 그리고 있다. 다만 요즘은 붓보다 아이의 펜이 더 빠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아이의 손끝에서 나오는 캐릭터와 이야기들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다. 때때로 나는 아이의 그림을 보며 감탄하고, 그려낸 세계에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아이는 설명하면서도 눈을 반짝인다. 그 반짝임을 보며, 6년 전 전시를 열기로 했던 그 결정을 지금도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이와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또 한 번, 어른이 된 아이와 두 번째 2인 전을 열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10살의 그림 그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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