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에서 에너지를 잃고,,,
곰돌이 ep8.
어릴 적부터 나는 그런 아이였다.
명랑하고, 붙임성 있고, 말도 잘하고, 리액션도 좋고.
어른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들 앞에서는 거의 '사회성 만렙'이었다.
가끔은 나도 내가 참 괜찮은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원해서 그런 성격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쩌면 배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맏이다.
언제나 "누나는 참 착하지. 누나니까 동생들 잘 돌봐야지. 누나니까 양보해야지, 큰 애가 이해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 말은 처음엔 칭찬 같았지만, 나중엔 역할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어느 순간, 성격이 되어버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읽는 사람이 되었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사람이 되었고, 침묵을 메우기 위해 말을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웃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화를 이끌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당황한 상대를 대신해 농담을 건네는 일.
그 모든 걸 나는 스스로 좋아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서 이상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 조용한 시간이 왜 이렇게 좋지?
아무 말도 안 해도 평온한데?'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릴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나는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림 앞에서 나는 비로소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외향형이 아니라 외향적으로 살아온 사람이었구나.
그림을 그리며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람들 틈에서 느낀 피로감, 모든 대화를 책임지려 할 때의 번아웃, 늘 웃고 있지만 끝나고 나면 텅 빈 감정.
그건 성격 탓이 아니었다.
내가 본래 가진 에너지의 흐름이 침묵과 고요 속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림은 말이 없지만 나를 대신해 말해줬고, 그림 속 곰돌이는 늘 조용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잘 웃고,
대화를 잘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나의 전부가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했던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선택에서 한 걸음 떨어져 진짜 나를 향해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