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나만의 리듬으로
곰돌이 ep.7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셨어요?"
이 평범한 질문은 늘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입 밖으로는 "한 10년쯤 됐어요"라고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그 문장을 덧붙인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20년은 늦었죠'
나는 곰돌이를 그리는 그림쟁이다.
정확히 말하면, 남들보다 20년이나 늦게 그림을 시작한 곰돌이 작가다.
'이걸 지금 시작해서 뭐가 될까? 수없이 나를 의심했다.
화가라고 스스로 말하기도 민망했고, 곰돌이를 그리는 게 유치하진 않을까, 그림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건방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끔 부럽다.
10대부터 미술을 했던 친구들,
20대에 개인전을 열고,
30대에 이미 작가로 불리는 사람들
말하자면 나는, 마감 직전 부랴부랴 제출한 과제처럼, 삐걱거리며 그림 앞에 도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늦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처음 발견한 순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은 내 첫사랑 일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늦게 알게 된, 나 자신에 대한 첫사랑.
꿈이라는 단어는 30대의 아줌마에겐 좀 민망한 단어였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후에도 오랫동안 그걸 '꿈'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그냥 취미예요".
"스트레스 푸는 용이에요".
"애 키우면서 잠깐 해보는 거예요".
그런 말로 나를 감추었다.
하지만 인정하게 된다.
이게 좋았고, 계속 그리고 싶었고,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여기였다.
늦었지만, 그게 내 꿈이었다.
돌아온 세월은 내가 예술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를 준비시킨 시간이었음을 안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달리고 싶다.
조금 돌아왔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 이 길이 너무나도 신기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곰돌이작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