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scaf 아트페어 참여기
곰돌이 ep.5
처음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무겁고, 생각보다 특별하다.
2019년 SCAF,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그 첫 호텔 아트페어는 나에게 '작가로서의 첫 무대'이자 가장 낯설고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9년 어느 봄날, 작고 조용한 화실에서 소녀들을 그리던 내게 스승님의 낯설지만 짜릿한 제안이 들어왔다.
"너 아트페어 한번 해볼래? 큰 의미는 두지 말고 촌놈 서울 구경하러 간다 생각하고 한번 해 볼래? "
아트페어라니,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나 같은 신인에게 어울리는 곳일까 싶었다.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그 감정은, 내가 그간 지켜온 '조용한 작업실 세계' 밖으로 걸어 나갈 때가 왔다는 신호였는지도 모르겠다.
2019년, 내 인생 첫 아트페어, 그것도 서울 컨템퍼러리 아트페어(scaf).
그건 마치 벽장 속에서 몰래 그리던 일기장을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는 느낌이랄까?
그래, 한 번쯤은 내 그림들이 호텔 침대 옆 벽에도 걸려봐야 하지 않겠어?
전시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치열하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전시를 준비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세계니까.
그림의 크기, 액자 선택, 작품 설명, 포장 방법, 작품 가격 책정....
그 모든 걸 결정해야 했고, 그 모든 선택에 "이게 과연 괜찮은가?'라는 질문들이 따라다닌다.
그렇게 소공동 롯데 호텔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가 살짝 눌리는 현장에, 나의 '소녀'들과 함께 짐을 싸 들고 갔다.
호텔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작품을 옮기고, 그림을 벽에 걸면서 생각했다.
'진짜 이걸 내가 하는구나'
그간 단체전에 한 두 작품을 내는 일은 많았고, 국내와 국외 전시에 틈틈이 참여하고 있었다.
또 엄마와 딸이라는 전시도 기획해 작은 갤러리에서 딸과 함께 소박한 2인 전을 하기도 했다.
이같이 다수의 단체전시에는 참여하고 있었지만, 아트페어는 첨이라서 새로운 경험을 하겠구나 하고 한껏 들떠 있었다.
낯선 공간, 낯선 조명, 그리고 내 그림을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그동안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처음으로 느꼈다. '내가 그리고, 누군가가 그걸 보고, 감정을 꺼내는 것. 이것이 대화구나'
첫 페어는 결과보다 '경험'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잡게 되었고,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하나 더 얻게 되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