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과 미얀마 군부 갈등 표면화

2021년 10월

by 김정희 MBRI


아세안,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정상회의 배제 결정

10월 26일~ 28일간 개최된 제38차, 제39차 아세안 정상회의는 회의 개최 전 미얀마 군정 최고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이하 MAH) 총사령관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혀 국제사회 이목을 집중시켰다. 10월 15일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긴급회의를 통해 전례 없이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며 미얀마 비정치권 대표를 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16일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미얀마 군정이 5개 합의사항 이행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10월 26일부터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총사령관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며 미얀마 비정치권 인사를 미얀마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아세안이 회원국 대표를 정상회의에서 배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회원국 내정 불간섭 정책을 고수해 온 아세안으로서 매우 이례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10월 16일 MAH를 아세안 정상회의에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아세안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언급했고, 미 국무부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아세안이 이번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참석을 배제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미얀마 Taguang Institute of Political Studies의 예 묘 인 Ye Myo Hein 소장은 10월 22일 자 Irrawaddy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아세안 결정은 군사정권 및 예비역 장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며 MAH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무산으로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 갈등 표면화

10월 15일 개최된 아세안 긴급 외무장관 회의는 에리완 유소프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이 10월 14일 전격 무산되면서 결정되었다. NHK는 10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아세안 특사가 작성한 ‘미얀마 이슈 관련 정상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 특사단에 NUG 진영과 접촉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서 특사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과 협상에서 억류 중인 수지 여사와 윈민 대통령을 포함한 NUG 인사들과의 면담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군부는 두 사람 모두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NUG를 포함하여 불법단체나 테러단체로 지목된 단체들을 인정하거나 소통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히며 특사단과 미얀마 군부 사이에 큰 이견 차이가 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는 당초 10월 12일 네피도에서 미얀마 8개 정당 대표들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관련 회담은 취소되었으며 군부가 10월 14일 특사가 수치 여사를 만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옴에 따라 미얀마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10월 15일 아세안의 미얀마 군부지도자 정상회의 초청배제 결정이 공개되자 쪼 민 툰 Zaw Min Tun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BBC Burmese news service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EU 대표들이 아세안 국가 지도자들에게 MAH를 정상회의에 배제시키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미얀마 군부는 10월 16일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아세안의 오랜 전통인 합의정신에 어긋나며, 아세안 헌장과 원칙에 위배된다고 항의했다.

MAH는 10월 18일 TV 연설을 통해 아세안 특사 요청 사항 중 재판이 진행 중인 수지 여사와의 면담 요청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미얀마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며 아세안이 아세안 헌장에 근거하여 정상회의를 진행시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자신의 정상회의 참석 배제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군부는 10월 25일 MAH 대신 비정치적 대표를 파견해 달라는 아세안의 요청을 공식 거부하며 이러한 요청은 아세안 회원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NUG는 10월 18일 성명을 통해 아세안의 결정을 환영하며 군사 정권 구성원뿐만 아니라 군정과 관련된 모든 개인과 단체들도 회의에 참석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할 비정치권 대표를 추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세안과 협력 증진을 위해 10월 24일 보 흘라 틴트 Bo Hla Tint(1990년에 창설된 미얀마 해외 난민정부 NCGUB의 외무부 장관. NCGUB는 2012년 해체됨)를 아세안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


기존 입장 답습에 그친 정상회의

미얀마 군부 지도자의 정상회의 배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아세안의 이례적이고 전향적인 결정이라고 주목하며 실제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이슈에 대해 진일보한 해법이 제시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러나 10월 27일 발표된 회의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향후 미얀마 이슈에 대한 아세안의 접근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아세안은 10월 27일 다음과 같은 요지의 아세안 의장 명의 성명을 발표하며 미얀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계속되는 폭력사태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 표명

외국인을 포함한 정치범 석방 요구

올해 4월 24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5개 합의사항 이행 촉구

아세안은 불간섭 원칙과 아세안 헌장의 가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얀마 사태에 아세안 원칙을 적용하며 적절히 균형을 맞춰왔다는 점을 재확인

미얀마가 여전히 아세안 회원국임을 재차 강조하며 미얀마가 국민의 뜻에 따라 정상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을 지원할 것

수많은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과 공간이 필요


MAH의 불참 외에 지난 4월 회의 내용과 달라진 것이 없으며 어떠한 새로운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아세안이 단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얀마 군부지도자를 정상회의에 초청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폄훼할 정도이다.


아세안 개별 회원국들의 태도 변화

제38차, 39차 아세안 정삼회의 결과와 별개로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이나 미얀마 군부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국가들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2022년 차기 아세안 의장국으로 내정된 캄보디아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동안 캄보디아는 아세안 국가 중 내정불간섭 원칙을 지지해 왔으며 태국, 베트남과 함께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인 국가였다. 그동안 친 미얀마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받아왔고,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 8월 MAH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MAH를 미얀마 국가지도자로 인정한 바도 있었다.

그러나 캄보디아 외교장관이 10월 24일, 2022년 의장국이 되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의 단합과 결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캄보디아의 미얀마에 대한 태도변화가 감지되었다. 특히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 미얀마가 불참한 것은 아세안의 책임이 아니라 미얀마가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권리를 포기한 것이며, 캄보디아가 의장을 맡게 되는 2022년에도 미얀마는 고립된 상황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Diplomat는 10월 22일 자 기사를 통해, 아세안 정상회의 미얀마 군부 지도자 배제안에 대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5개국이 찬성했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태국 등은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고 보도하며 앞으로 캄보디아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캄보디아가 아세안에서 미얀마 군부 배제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캄보디아, 2022년 새 미얀마 특사 임명 예정

이번 정상회담에서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라오스, 베트남 등도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 5개 합의 사항 이행과 아세안 특사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8일 차기 아세안 의장국 의사봉을 넘겨받은 캄보디아의 프락 소콘 Prak Sokhonn 외교장관은 미얀마가 내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며 2022년 초에 새로운 미얀마 특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 상황이 지역 안정과 아세안의 신뢰도, 그리고 미얀마 국민들에게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군부를 압박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아세안이 아직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나 미얀마를 제외한 9개 회원국들은 아세안의 노력에 대해 미얀마 군부가 협조해야 한다는 것에 원론적으로 공감대를 갖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Reuter는 10월 28일 자 기사를 통해 아세안이 미얀마 내 반군부 세력과의 만남을 위해 군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11월 개최 예정인 아세안-중국 정상회의와 올해 말 개최 예정인 아세안-EU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지도자 참석 허용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미얀마 이슈에 대한 아세안 태도가 통일되기 시작했고, 캄보디아가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에반 락스마나 Evan Laksmana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선임연구원의 분석도 소개했다.


단순 제재조치 이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미국 행보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회의 결과보다 미얀마 이슈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행보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미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4년 만에 바이든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을 앞두고 미 국무부 데릭 콜렛 Derek Chollet 고문과 제이크 설리번 Jake Sullivan 대통령 국가 안보 보좌관이 미얀마 이슈와 관련하여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


데릭 콜렛 미국무부 고문,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방문

데릭 콜렛 고문은 킨 모이 Kin Moy 동아시아 태평양담당차관보와 함께 10월 17일부터 10월 22일까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아세안의 역할과 미얀마 이슈에 대해 논의하였다.

타네 산크라트 Tanee Sankrat 태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방콕을 방문한 데릭 콜렛 고문과 미국 정부 대표단이 외무장관을 만나 미얀마의 쿠데타 이후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측은 미얀마 사태, 아세안과의 관계, 미얀마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위한 태국과 미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데릭 콜렛 고문은 싱가포르 중앙은행장, 싱가포르 통화청(MAS) 부총재와의 연쇄 회담에서 미얀마 군부의 해외 자금 접근 차단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싱가포르가 미얀마의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이며 싱가포르 은행들이 미얀마 군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안한 요청이었다. 10월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싱가포르가 미얀마 군부에 상당한 재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으므로 싱가포르와 미얀마 군부 압박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안보 보좌관, NUG대표와 화상 회의

백악관은 10월 25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이 두와 라시 라 Duwa Lashi La NUG 대통령 대행과 진 마르 아웅 Zin Mar Aung NUG 외무장관 등 NUG 대표 2명과 화상회의를 가졌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이 미국의 고위관계자와 NUG 대표단 간 회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지를 강조하며 향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노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군부의 잔혹한 폭력에 대한 우려와 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군부에게 계속 추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아세안 역할 및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 강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아세안 역할의 중요성과 미국-아세안 관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미얀마의 군사정변과 끔찍한 폭력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군부에 폭력 사태 즉시 중단과 부당하게 감금된 사람들의 석방,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아세안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지역 문제에 대한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지원해 나가기 위해 미국 행정부가 단순한 제재조치를 넘어서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미얀마 군부의 선택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국가들의 미얀마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깊어질수록 미얀마의 고립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아세안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서구사회도 미얀마 체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EU 의회는 10월 7일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미얀마의 합법적인 대표로 인정한다고 의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월 12일 아세안 외교장관들과 화상 회의를 앞두고 있었으나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것을 알고 회의 하루 전 참석을 취소했다.


9월 9일 중국공산당은 화상회의로 진행한 ‘아시아 정당 대표회의(Summit of Asian Political Parties)’에 구금 중인 수지 여사를 미얀마 대표로 초청한 것을 보면, 최근 러시아와 급격히 가까워진 행보를 보이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중국의 미묘한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Diplomat는 10월 25일 자 기사를 통해 아세안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군부도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1997년 미얀마의 아세안 가입 당시 일부 미얀마 군부들이 아세안 가입을 반대했음을 지적하며 아세안이 미얀마에게 등을 돌렸다고 판단되면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그리 피쓰 Griffith 대학의 앤드류 셀쓰 Andrew Selth의 견해를 소개했다.

10월 28일 브루나이 술탄 하사날 볼키아 Hassanal Bolkiah 아세안 의장은 의장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얀마는 필수 아세안 가족이며 미얀마의 회원국으로서 자격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아세안은 미얀마를 위해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공은 미얀마 군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미얀마 군부가 내놓을 다음 카드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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