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하 RCEP)'이 2022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RCEP이 발효되면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이 된다.
아세안 사무국은 11월 3일 공식 발표를 통해, 11월 2일 현재 전체 15개 서명국(아세안 10개국 + 비아세안 5개국) 중 6개 아세안 회원국(캄보디아, 브루나이, 라오스,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4개 비아세안 서명국(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으로부터 RCEP 비준/승인 문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RCEP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 최소 6개국과 비아세안 국가 중 최소 3개국이 비준서를 아세안 사무국장에게 제출하면 제출일로부터 60일 뒤부터 이들 국가들 간 협정이 발효되므로, 2022년 1월 1일부터 비준서를 제출한 10개국에서 우선적으로 RCEP이 발효될 예정이다. 2020년 11월 15일 RCEP에 서명한 15개 국가들 중 한국을 비롯한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5개국이 아직 비준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들 국가들은 비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 발효될 예정이다.
림 족 호이 Dato Lim Jock Hoi 아세안 사무총장은 ‘역내와 세계인들의 이익을 위해 공정하고 개방적인 다자간 무역 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서명 국들의 강한 의지 덕분에 신속한 비준이 가능했다’고 평가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RCEP이 발효되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11월 6일 RCEP 발효와 관련해 ‘RCEP 회원국들이 일방주의와 보호무역 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과 다자 무역 체계를 지지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외부에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RCEP은 2011년 11월 개최된 제19차 아세안 회의에서 10개 회원국과 주요 교역국들의 통합시장 조성을 목표로 처음 제안되었고 회원국들의 참여의사 발표에 따라 2012년 11월 20일 RCEP 공식협상이 시작되었다. 이후 약 8년간 총 31차례 공식협상, 19차례 장관회의, 4차례 정상회의를 거쳐 2019년 11월 4일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시장개방을 제외한 규범 분야 협정문안에 합의했으며, 2020년 11월 15일 RCEP 최종 합의 및 참가국들의 서명이 이뤄졌다. RCEP은 협정 가입국들 간 산업과 농산물에 대한 관세 폐지를 비롯하여 정부 조달, 경쟁 정책, 전자상거래, 무역, 데이터 전송, 지적 재산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 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상 참가국이었던 인도가 RCEP이 발효되면 중국산 농산품과 제품의 유입으로 자국의 농업과 제조업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2019년 11월 협상에서 탈퇴했음에도, 15개 RCEP 서명국 무역 규모가 5.6조 달러, 국내총생산(GDP) 26조 달러, 인구 22.7억 명으로 세계 인구와 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 협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GDP 기준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8조 달러)과 유럽연합(EU, 17조 6천억 달러)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이다.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세계경기가 침체되고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특히 포스트 코로나 경제회복을 위한 성장동력 마련이라는 점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0년 11월 RCEP 서명 당시, NLD 정부는 RCEP 체결이 수출 확대와 고용 창출, 외국 자본 투자유치에 기여할 것이며, 무역 이외에도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등 분야의 개혁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며, RCEP이 미얀마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는 RCEP이 미얀마를 비롯하여 캄보디아와 라오스가 최빈개도국(Least Developed Country, LDC)으로 인정받아 다음과 같이 특별하고 예외적인 배려를 받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관세 폐지 비율: RCEP 회원국들은 협정 발효 후 회원국 간 전체 교역량의 65%에 대해 관세를 폐지해야 하지만 미얀마를 비롯한 LDC 국가는 교역량의 30%에 대해서만 관세 폐지
관세 폐지 유예기간: 협정 발효 후 10년 이내에 교역량의 80%에 대한 관세 폐지를 합의. 그러나 LDC국가는 15년 이내 폐지하는 조건으로 유예조치
원산지 증명 시스템 연동 구축: 일반 회원국들은 10년 이내, 미얀마를 비롯한 LDC국가는 20년 이내 구축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 해소 및 개방 계획: 일반 회원국들은 서비스 분야 포괄주의 전환계획을 3년 이내 제출 의무. 미얀마를 포함한 LDC국가는 12년 이내로 유예 조치
그러나 RCEP이 미얀마에 미칠 효과에 대해 정부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다. 로컬 프런티어 미얀마는 2020년 12월 3일 기사를 통해 이미 아세안 회원국들 간에 교역량의 70% 이상 관세가 폐지된 상황이며, 특히 미얀마의 10대 교역국인 태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관세가 거의 모두 폐지된 상황이므로 RCEP으로 인한 아세안 회원국 간의 교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미얀마 전체 교역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 확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얀마 전체 수출의 20~30%를 차지하는 농수산물 수출의 경우 중국 정부의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SPS,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를 우회하기 위해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잦은 단속과 농산물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CEP에 이러한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와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대중국 수출이 기대만큼 급격하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또한 RCEP으로 인해 기반이 취약한 미얀마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며 각 부문별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미얀마의 준비 부족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RCEP 체결로 인한 교역량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원산지 증명 연동 시스템 등으로 인한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와 지역 공급망 확대 연결로 미얀마 경제 분야에 미칠 영향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통일된 원산지 증명 시스템은 미얀마의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조립 생산이 가능한 제품 생산과 수출을 증대시킬 전망이며, 외국 자본의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미얀마 군정과 경제계가 RCEP 비준서 제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이유이다.
2월 1일 정변 이후 최빈국 미얀마는 금융시장 혼란, 실업률 증가, 물가 상승, 교역량 감소와 생필품 부족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와 더불어 UN을 비롯한 각종 국제단체들의 압박으로 인해 외국자본의 신규 투자가 중단되고 기존 해외투자자들의 이탈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월드뱅크와 IMF 등을 통해 진행되던 미얀마 인프라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된 상태이므로 미얀마 경제 위기상황 극복의 대안 마련은 상당히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월 1일 이후 미얀마 군정이 보여준 내수위주의 수입대체 산업 육성 정책과 농업 지원정책은 그 파급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미얀마 경제를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군정 당국자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교역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2년 1월 발효되는 RCEP이 현 미얀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기마련뿐만 아니라 미얀마가 국제사회에 재편입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미얀마에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2022년 초 새로 임명될 아세안 미얀마 특사 방문 시 군정의 전향적 태도 변화 여부가 향후 미얀마의 10년을 좌우할 매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얀마의 RCEP 가입을 통한 국제사회 재편입-사회경제 안정-경제 회복등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