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RCEP 비준 승인 반대 기류

2022년 3월

by 김정희 MBRI

뉴질랜드, 미얀마 RCEP 비준서 승인 반대입장 발표

뉴질랜드는 2월 17일, 올해 1월 1일 발효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미얀마 가입 비준서 (IOR, Instrument of Ratification) 승인을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AP 통신은 2월 17일 자 기사를 통해 뉴질랜드는 군부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미얀마의 RCEP 가입 비준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타 RCEP참여국에게 전달했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뉴질랜드의 입장이 미얀마의 RCEP 배제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뉴질랜드는 미얀마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폭력사태 중단과 군사정권이 억류한 모든 이들의 석방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뉴질랜드와 미얀마 간 RCEP적용에 반대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2월 16일~17일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뉴질랜드가 미얀마 RCEP가입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RCEP의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인 아세안 회원국들의 미얀마 이슈에 대한 주의 환기를 제기한 의미로 풀이된다.

AP통신은 관련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뉴질랜드의 이러한 반대에도 RCEP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미얀마 RCEP관련 입장 표명이 향후 RCEP참가국들의 입장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 직후 발표한 2월 17일 자 공동 발표문에는 RCEP을 통한 자유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해 아직 참여하지 못한 협정 체결 국가들의 조속한 참여를 강조하는 원론만 언급한 것과 달리, 실제 아세안 장관 회담에서는 RCEP과 관련하여 심각한 논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필리핀도 미얀마 RCEP 비준서 승인 반대입장 발표

테오도로 록신 주니어 Teodoro Locsin Jr 필리핀 외무장관은 2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2월 17일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필리핀은 미얀마의 RCEP가입 비준 승인에 대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다만 록신 외무장관은 반대 이유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만약 아세안의 공동 입장 조성에 방해가 된다면 필리핀의 방침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필리핀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아세안 내에서 미얀마 군정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가이다. 록신 외무장관은 아웅산 수지 여사가 4년형을 선고받은 1월 16일 성명을 통해 아세안 회원국들과 협력하여 미얀마 모든 이해 관계자들 특히 아웅산 수지 여사와의 대화와 아세안 5대 합의사항 이행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미얀마 평화회담에 아웅산 수지 여사와 윈 민 전 대통령이 참가해야 한다며 그들이 참여하지 않는 회담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RCEP : 2020년 11월 15일, 15개국이 RCEP에 최종 합의하고 서명했으며, 15개 참여국 중 6개 아세안 회원국(캄보디아, 브루나이, 라오스,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4개 비아세안 참여국(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비준을 통해 2022년 1월 1일부터 10개국에서 우선 발효되었다.

한국도 2월 1일부로 RCEP이 발효되었고 말레이시아도 1월 17일 비준서를 제출했으며 서명한 15개 국가 중 미얀마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3개국이 아직 비준서를 아세안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다. 홍콩도 1월 중순 RCEP 추가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RCEP은 20억 인구를 가진 시장으로 서명국들 간 무역 규모는 약 5조 6천억 달러로 전 세계 교역량의 31.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Philippine News Agency는 2월 19일 자 기사를 통해 “필리핀 정부의 미얀마 RCEP 관련 조치가 미얀마 군정에 더욱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는 국제관계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며, 미얀마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CEP 미발효 국가 동향

미얀마 이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뉴질랜드와 필리핀의 이번 입장 발표가 경제적, 외교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RCEP참여국 중 미얀마 군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비아세안 참여국인 호주의 반응이 주목된다. 2월 28일 현재 새로운 입장을 표명한 국가는 없으나 RCEP 참여국 간 입장이 다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현재 필리핀의 RECP 비준안은 아직 필리핀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다. 인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RCEP에 불참하기로 결정하자 필리핀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두테르테 정부가 체결한 RCEP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상원의 RCEP 비준이 보류되었다. 그러나 라몬 로페즈 Ramon Lopez필리핀 통상장관은 올해 내 상원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2년 1월 17일 RCEP 비준서를 아세안 사무국에 제출했으며 오는 3월 18일부터 RCEP이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야당의 반대로 인해 RCEP 비준이 지연되고 있으나 2022년 1분기에 비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RCEP 신규가입 신청

중국 국영언론 Global Times는 2월 22일 기사를 통해 홍콩 특별행정구(SAR)가 2022년 1월 중순 RCEP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홍콩은 RCEP 가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RCEP 참여국 간 무역 연계를 강화하는 시너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홍콩 무역산업국장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홍콩 무역산업국 자료에 따르면 홍콩과 RCEP 참여국 간 교역액이 2021년 기준 9,626억 달러에 달하고 이는 홍콩 전체 교역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이 RCEP에 참여하게 되면 교역량 규모와 효과는 더 커질 전망으로, 일정에 따라 홍콩의 RCEP 가입시기는 약 18개월 후가 될 예정이다.


RCEP 비준서 승인 절차 및 규정

RCEP 협정문의 발효 규정 20장 20.6조에 따르면 아세안 사무국에 비준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60일 이후에 RCEP이 정식 발효된다. 그러나 RCEP 합의문에는 참여국들이 특정 국가에 대한 비준서 승인을 반대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규정은 없다.

다만 합의문 18장 제도 규정에 따르면, 18.1조에 협정에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매년 RCEP장관 회의를 개최하며, 모든 사안들에 대해 합의(Consensus)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각 참여국의 고위공무원들로 RCEP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협정의 이행과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RCEP참여국들의 미얀마 RCEP 비준 승인 문제는 RCEP 장관회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RCEP 비준서 승인은 별 이견이 없을 전망이지만, 미얀마 비준서 승인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RCEP 참여국 중 일부라도 미얀마 RCEP비준서 승인을 계속 반대할 경우 참여국 간 의견차이는 분명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CEP은 2022년 1월 1일 발효 이후 최대의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미얀마 RCEP관련 입장과 전망

군정 외교부는 2월 21일 아세안 외무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새로운 아세안 특사 공식 인준을 환영하며, 미얀마 RCEP 비준 승인 지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뉴질랜드와 필리핀의 미얀마 RCEP비준 승인 반대 입장을 의식하여, 미얀마는 RCEP 협정 조항에 따라 RCEP 비준서를 조기에 제출한 서명국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참여국들이 미얀마 RCEP 비준 승인을 정치화하여 비준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아세안의 이러한 태도가 향후 아세안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마웅 마웅 온 Maung Maung Ohn 군정 정보부 장관은 성명 발표 직후인 2월 23일 일본 언론매체들과 화상인터뷰를 가졌다. 미얀마 RCEP관련 상황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 외국기업들이 미얀마로 돌아오고 있으며, 2021년 2월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38.2억 달러가 투자되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RCEP발효 지연이 미얀마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그 지연 상황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중 삼중고에 빠진 미얀마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RECP발효가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비준 승인 과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얀마 RCEP 승인 논의 과정에서 이미 반대의사를 표명한 뉴질랜드, 필리핀뿐만 아니라 미얀마 군정에 대해 일관되게 강경 입장을 밝혀 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및 호주도 승인 반대 입장을 밝힐 경우, 미얀마의 RCEP 가입은 결국 승인되더라도 미얀마 입장에서는 반쪽짜리에 불과할 수 있다. 미얀마 군정으로써는 RCEP 비준 승인과 관련하여 선택 여지가 없으나 RCEP발효 지연으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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