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미얀마 군정은 집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과 제재가 늘고 있고 국내 반군정 단체들의 시위와 저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군정은 권력 유지를 위해 군부, 정치권, 경제 분야 등 사회 전분야에 걸친 집권 기반 조성 작업을 추진 중이다.
2021년 2월 1일 선포된 비상사태 기간이 종료된 이후 ‘2008 헌법(이하 헌법)’에 따라 실시될 총선은 군부의 합법적 권력 장악 여부가 결정되는 가장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헌법은 비상사태 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고 있고(헌법 417조), 6개월씩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며(헌법 421조), 비상사태 기간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총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429조). 이에 따라 군정은 헌법이 규정하는 최대한의 비상사태 기간 연장을 감안하여 8월 1일을 총선거일로 거론하고 있다.
헌법에 의해 의회 총의석의 25%를 군부가 지명하는 당연직으로 보장받고 있는 군부는 2023년 총선을 통해 군부 대리 정당인 USDP와 군부 지지 성향의 소수 정당들을 통해 총의석의 26%를 추가 확보한 후 과반 이상(51%)의 의석수로 합법적인 집권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정은 총선 승리 정지작업을 단계적으로 해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군정 최고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명실상부한 국가수반 지위 확보를 위해 법과 제도 변경, 야당에 대한 압박 조치 등을 통해 정치권, 군부, 경제계 전분야에 걸쳐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1. 민주적 총선 강조와 폐쇄형 비례대표제 도입
쪼 민 툰 군정 대변인은 3월 24일 네피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SAC(국가 행정평의회)는 민주적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2010년 이후 선거가 실시되는 타운십 수가 매년 감소해 왔으나,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지역에서 선거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20년 총선이 전체 330개 타운십 중 315개 타운십에서 실시된 바 있는데, 쪼 민 툰은 2023년 선거가 316개 이상 타운십에서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2023년 총선 실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군정의 마웅 마웅 온 정보부 장관은 2월 23일 일본 언론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2023년 8월 1일 총선이 실시될 예정이며, 다양한 정당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진정한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이하 UEC)는 비례대표제 시행을 논의하기 위해 정당들과 연석회의를 가졌고, 폐쇄형 비례대표제(Closed List Proportional Representation System) 도입을 위해 관련 법과 규정을 정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례대표제 도입은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 시절부터 제기되었다. 2012년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NLD가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하자 당시 친여 정당인 NDF(National Democratic Force)가 2014년 의회에서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USDP와 NDF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찬성했지만, 야당이었던 NLD 의원들은 반발했고 헌법재판소에 선거제도 관련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당시 연방의회 의장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인용하여 선거구별 다득표자 선거제도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로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비례대표제가 소규모 정당들 특히 소수민족 대표 정당들의 의회 의석 확보를 용이하게 한다는 명분 하에 USDP나 친군부 소수 정당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군부가 시도한 2014년 비례대표제도 도입은 실패했으나 현 군정은 UEC와 헌법재판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데 따른 절차상 장애물은 없는 상태이다. 정가에서는 군정의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2. 정당회계 감사를 통한 정당 등록 정지 및 해산 경고
군정에 반대하는 정당들과 정치인들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군정은 야당 특히 NLD의 정당 활동을 강력하게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UEC는 지난해 8월 이후 등록된 92개 정당 중 83개 정당이 감사를 받았다고 밝히며, 2월 24일 NLD와 SNLD(Shan Nationalities League for Democracy)가 정당등록법에 따른 회계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UEC는 NLD가 정당 등록법을 위반했으며 3년간 등록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당등록법 24조’는 UEC가 특정 정당이 법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정당 등록 정지 조치가 가능하고 후에 정당 해산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NLD가 UEC의 지시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군정은 회계감사를 빌미 삼아 법적 조치를 취한 뒤 차기 총선에서 NLD를 배제시킬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군부의 총선 승리 과제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대통령직 야망과 직결된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시점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대통령직을 희망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로컬 언론 Irrawaddy는 지난 2월 2일 자 기사를 통해 NLD 중앙위원이었던 윈 테인 Win Htein이 2017년 New York Times와 인터뷰 당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대통령직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테인 세인 대통령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대통령 후반기 임기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군인 정년을 넘겨도 총사령관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무원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 정년 연장법이 2015년 7월 의회에서 부결되었고, 2015년 총선에서도 대패하게 된다. 이에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려 했으나 당시 틴 아에 Tin Aye UEC 위원장이 거부하면서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의 의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기사는 2015년 총선 결과로 인해 정치적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든 테인 세인 대통령과 달리 2015년 총선에 자신의 측근을 대거 의회에 진출시킨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군부 대리 정당인 USDP 업무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20년 총선에 출마할 USDP 후보들을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이 직접 승인했으나 총선이 NLD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군부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집권 희망은 무너졌다. 군부는 2020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끊임없이 주장해 오며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후 다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대통령 취임 시나리오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헌법에 따라 총선 결과 구성되는 상원과 하원 그리고 군의원단(군부에서 지명하는 25% 의석)에서 각 1명씩 부통령 후보 3인을 추천하고 이들 후보에 대한 전체 의원들의 투표 결과 다수 득표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따라서 군부는 다가오는 2023년 총선에서 군의원단 25%와 더불어 추가로 26% 지지를 확보할 경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군복을 벗고 소망했던 대통직에 오를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모양새다.
Irrawaddy는 군부의 향후 정치일정 계획이 의도대로 안될 수 있다는 분석 칼럼을 3월 22일 자로 게재했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만 비상사태를 선포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417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NDSC Natonal Defense and Security Council)를 소집하고, 군 수장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포고령을 내린 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2월 1일 비상사태 선포도 윈민 전 대통령이 반대하자 체포 억류하고, 민 쉐 부통령으로 하여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했다.
이에 칼럼에서는 법적으로 국가원수는 민 쉐 대통령 권한대행이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비상사태 때 정부를 이끌도록 임명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비상사태 선포로 입법, 사법, 행정 권한이 총사령관에게 위임되었으나 관련 업무를 NDSC에 보고해야 하며, 비상사태 연장도 NDSC를 거쳐야 한다. NDSC는 헌법 201조에 따라 대통령이 주재하도록 되어 있으며, NDSC 전체 11명 위원 중 총사령관이 5명을 임명할 수 있어 총 사령관 포함 군부가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만 대통령(권한대행)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민쉐 권한대행이 헌법상 보장된 권한을 행사하여 비상사태 연장을 막고 비상사태 종료 후 실시될 총선까지 국가수반의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군장성 출신인 민 쉐 대통령 권한대행이 군정과 반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군부 내부 결속 도모와 장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반군부 세력과 전투 과정에서 인명 피해는 물론 탈영병 증가 등 군 내부 동요가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군부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군부 후계 구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 군인사, 측근 전진배치
지난 1월에 군내부 대규모 인사이동이 전격 실시되었다. 군 법무감인 아웅 린 드웨 Aung Lin Dwe 중장과 군 감사관 민 나잉 Min Naing 중장이 전격 예편조치 되었고 탄 티케 Than Htike 준장은 북서부 사령관으로 전격 발령 났으며 북서부 사령관을 맡고 있던 표 탄트 Phyo Thant 소장은 국경부 차관으로 발령 났다. 아웅 린 드웨 중장과 공군참모총장을 맡고 있던 투나 아웅 Tuna Aung 중장은 임기 정년이 남았음에도 이례적으로 전역 조치되었으며, 통상적으로 지역사령관은 전투 지휘경험이 있는 인사를 발령함에도 이번 북서부 사령관에 군 참모부 인사를 발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군부 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는 일례라고 로컬 언론들이 보도했다.
로컬 언론 Myanmar Now의 1월 14일 자 기사에 따르면, 주목받는 대표적인 젊은 장성들은 육군 참모총장 모에 민 툰 Moe Myint Tun 중장, SAC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예 윈 우 Ye Win Oo 중장, 군 최연소 중장인 쪼 스와 린 Kyaw Swar Lin 병참감 등이다. 군부 장악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군 수뇌부에 측근들인 젊은 정성들을 전진 배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2. 총사령관 후계구도 거론
Irrawaddy는 3월 17일 자 기사를 통해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후계자로 현 육군 참모총장인 모에 민 툰 Moe Myint Tun 중장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2021년 2월 1일 쿠데타 당시 윈 민 대통령 체포팀이었으며, 현재 최연소 SAC 위원이자 미얀마 투자위원회(MIC) 위원장을 겸직할 정도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신임이 두텁다. 취침 전 총사령관의 사진을 보고 잠든다 라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 대한 모에 민 툰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생인 모에 민 툰 중장은 군정의 경제 정책을 지휘하고 있으며 KBZ 그룹 아웅 코 윈 Aung Ko Win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 군부 독재자였던 탄 쉐 장군이 퇴임하며 당시 육군 최연소 중장이었던 민 아웅 흘라잉을 후계자로 선택했던 사례처럼 모에 민 툰 중장이 2023년 총선 이후 실질적인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언론의 전망처럼 모에 민 툰 중장이 2022년 중반 5년의 중장 임기를 마치고 총 참모총장으로 진급할 경우 민 아웅 흘라잉의 후계자로 확실히 자리 잡을 전망이다.
친군부 건설기업으로 잘 알려진 ZAYKABAR의 소유주 킨 쉐 Khin Shwe와 그의 아들 제이 티하 Zay Thiha 가 3월 22일 전격 구속됐다. 로컬언론 DVB(Democratic Voice of Burma)는 3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대표적인 친군부 기업가 킨 쉐 일가 구속은 군정 내부의 권력 다툼 결과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킨 쉐는 2010년부터 2015까지 USDP 소속 상원의원을 역임했으며, 전직 하원 의장이자 한때 USDP 의장을 지냈던 쉐 만 Shwe Mann장군과 사돈지간인 것은 유명하다.
쿠데타 이후 친군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킨 쉐 부자의 구속 사유는 국방부 소유 재산 임대료 체납과 ‘고대건축물 보호 및 보존법(2015)’ 위반 혐의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군부는 양곤, 몬주 및 짜익티요 소재 킨 쉐 부자의 부동산을 압류했으며 여타 혐의에 대해 관계자들도 조사를 받고 있다. 쪼 민 툰 군정 대변인도 3월 24일 킨 쉐 부자가 구속되었으며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컬언론 Eleven news는 3월 24일 자 기사를 통해 ZAYKABAR와 군 병참감실은 2014년 1월 16일 킨 쉐와 호텔사업을 하기로 합의하고 양곤 팔레 Pale 로드 소재 국방부 소유 13.794 에이커의 토지와 부동산을 ZAYKABAR에 임대하는 계약(MOA)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ZAYKABAR는 연간 120만 달러의 임대료와 토지 및 건물 사용료 4,038.2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재까지 1,688만 달러만 지불했고 나머지는 아직 납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킨 쉐 부자는 지난 2월 1920년대에 지어진 식민지 시대 시장 관저와 영빈관 등 4개 유적 건물을 무허가 철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적지로 지정된 해당 건물들은 중국 개발업체인 Hunan Land Oversea Real Estate 가 시행하는 5억 달러 규모의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 목적으로 무단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은 2018년 군부가 ZAYKABAR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킨 후 2019년까지 현장 철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로컬언론 Myanmar now는 3월 24일 기사를 통해 해묵은 사건을 빌미로 거물 기업인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3~4년 전에 중단된 사업에 대한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친군부 기업인인 킨 쉐 부자를 체포한 것은 단순히 임대료 때문이 아닐 것이며, 군정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선제성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군정의 총선 승리와 정권 창출을 위한 행보는 분명히 드러나 있으며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2023년 총선 승리를 위한 법과 제도 변경이 거침없으며, 반 군정 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미얀마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차기 총선의 버팀목이 될 군부에 대한 내부 정리 작업에도 돌입했다.
향후 군정은 군인과 농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세력 확장뿐만 아니라 민심을 잡기 위해 경제적인 이슈에도 중점을 둘 것이다. 로컬언론 Myanmar Now가 3월 25일 자 기사를 통해 군인들이 계급에 따라 월급에서 의무 구입해야 하는 MEHL 주식의 연간 배당금(연간 급여에 해당하는 60만 짜트~100만 짜트)을 6개월 이상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 내부 동요가 상당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군정이 군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투자 활성화와 취업률 제고를 통한 경기활성화 목표 달성을 위해 공기업은 물론 군정에 협조하지 않는 친군부 기업들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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