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쁘락 소콘 Prak Sokhonn아세안 미얀마 특사가 3월 21일~23일간 미얀마를 방문하여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비롯한 군정 인사들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림 족 호이 Lim Jock Hoi 아세안 사무총장과 캄보디아 과학기술부 장관이 동행했다.
3월 23일 쁘락 소콘 아세안 특사는 캄보디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특사단 일행이 수지 여사와 면담, 구속된 수지 여사의 경제자문 션 터넬 Sean Turnell박사를 포함한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미얀마 총사령관이 수지 여사 및 여타 구속 인사들에 대한 면담 요청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얀마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물자들이 교전 상황 때문에 취약지역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4월~5월 중 지원 물자 전달 방안 논의를 위한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특사는 이어서 이번 미얀마 방문에 대한 미얀마 군정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기대 수준을 알고 있으나, 이번 방문이 미얀마 위기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 문제는 복잡하고 해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아세안 의장 임기 내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같은 날 캄보디아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아세안 특사는 폭력 중단, 미얀마에 대한 지속적 인도적 지원, 모든 이해 당사자들 간 대회 등 세 가지 우선 사항 실행을 미얀마 군정에 요구했으며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을 둘러싸고 가장 큰 관심사는 수지 여사를 비롯한 반군부 인사와 면담 성사 여부였다. 미얀마 군부가 재판 중인 수지 여사와 면담은 불가하다는 공식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였기 때문에 반군부 진영 단체와 인사들은 특사의 미얀마 방문이 군부에 정당성만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사실상 특사의 미얀마 방문에 대해 별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사가 미얀마 방문 동안 군부 관계자들 이외 면담을 가진 인사는 인민당(People’s Party) 대표인 코 코 지 Ko Ko Gyi가 대표적으로, 그는 88 운동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이었으나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친군정으로 변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군부가 특사와 면담을 허용했던 틴 쪼 Htin Kyaw 전 대통령의 부인 수 수 륀 Su Su Lwin은 건강상의 이유로 특사와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NLD 중앙집행위원회는 NLD 지도부가 군사정권에 억류된 상황에서 수 수 륀이 NLD의 대표자격으로 특사를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컬언론 Mizzima는 3월 24일 자 기사를 통해 “이번 아세안 특사 방문이 미얀마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갈 어떠한 돌파구도 만들지 못했으며 군부가 허락한 인사들만 만난 것은 ‘의미 없는’ 방문이었다”는 NLD 중앙집행위원회 아웅 찌 뉜 Aung Kyi Nyunt위원의 평가를 인용 보도했다. 또한 “군사 정권에 대한 보다 강경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NUG의 아세안 주재 대사인 보 흘라 틴트 Bo Hla Tint의 실망감도 함께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Mizziam는 특사와 면담을 한 인민당 코 코 지 대표가 특사의 이번 방문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도움이 될 것이고 테러 행위 종식을 위한 만남의 시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며, 특사에게 앞으로 더 많은 관계자들을 만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한편, 군정 관영언론은 양측이 정치적 문제로 인한 시위와 폭력사태, 인도적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운나 마웅 륀 Wunna Maung Lwin군정 외무장관이 아세안 5대 합의사항 이행은 미얀마가 주도해야 하는(Myanmar-led) 미얀마 문제 (Myanmar-owned)라는 점을 특사에게 분명히 밝히며, 5대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아세안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결과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는 미지근하다. 이는 당초 특사의 방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고 그 한계 또한 분명했기 때문이다. 유력 언론들의 논조도 방문 성과에 대해 ‘작은 진전’이라는 특사의 자평, 방문 결과 나열 및 아세안의 한계 지적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The Diplomat는 3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미얀마 방문을 통해 작은 진전(Minor Progress)이 있었다”는 쁘락 소콘 특사의 발언과 더불어 수지 여사 및 구금 인사들과 면담 요청 및 군부의 면담 검토 답변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AP News는 3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특사의 방문성과 설명을 소개하며, NLD소속 인사들과 특사의 면담 불발에 대해 군부가 면담을 허락했지만, 대부분의 NLD 간부들이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NLD소속인사들이 특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군부에 협조하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는 NLD 내부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VOA(Voice of America)는 3월 24일 자 기사를 통해 아세안 인권의회 (ASEAN Parlia-mentarians for Human Rights) 찰스 산티아고 Charlies Santiago 의장이 이번 아세안 특사 미얀마 방문은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시간 낭비이며, 군부 총사령관과의 면담을 진전이라고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아울러 의장국인 캄보디아도 미얀마 민주주의를 주장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이므로, 정치가 아니라 미얀마 평화, 안정, 교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칼 슈스터 Carl Shuster 하와이 퍼시픽 대학교 객원교수의 분석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이 평화와 안정이 무너진 현재 상황이 군부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얀마 군부에 인식시켜야 하며,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은 잘못되었다는 칼 슈스터 교수의 발언도 소개하면서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도 크게 낮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이유이고, 아세안 특사 파견이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 후속 조치처럼 여겨지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회원국들조차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과 관련하여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었다.
특사의 이번 미얀마 방문은 그 자체 성과보다 향후 협상을 위한 포석 단계로 볼 수 있다. 물론 미얀마 군부에 대해 5대 합의 사항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단계가 아니라 아세안의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얀마 군부를 달래고 설득하는 한계가 분명한 포석에 불과하다고 보여진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Wang Wenbin대변인이 3월 25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은 아세안 5개항의 합의에 따른 특사 중재 노력의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