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미얀마중앙은행(이하 CBM)은 일요일인 4월 3일 저녁 전격적으로 ‘공고(Notification) 12/2022호’를 통해 미얀마 내 모든 외화 계좌의 짜트화 강제 환전조치(이하 ‘4.3 조치’)를 발표했다.
미얀마 거주자(연 183일 이상 거주)는 해외에서 송금받은 외화를 영업일 기준 1일 이내에 짜트로 환전해야 하며, 해당 공고 발표 이전 해외로부터 송금받아 보유 중인 외화도 환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외화 해외 송금은 반드시 ‘외환감독위원회(Foreign Exchange Supervisory Committee, FESC)’의 승인을 받은 후 외환거래 면허가 있는 은행(Authorized Dealer Bank, 이하 AD Bank)을 통해 송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공고를 위반할 경우 외국환 관리법에 따라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CBM은 같은 날 발령된 세부 지침 ‘훈령(Directive) 4/2022호’를 통해 ‘4.3 조치’ 이후 외화계좌에 입금된 외화는 1 영업일 이내 달러당 1,850 짜트 환율로 환전하고 여타 외화의 경우 CBM의 고시에 따를 것을 명시했다. 4월 5일에 발령된 ‘훈령 5/2022호’는 ‘4.3 조치’가 미얀마 정부 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같은 날 ‘훈령 6/2022호’를 통해 무역 및 비무역활동을 통한 외화의 경우 수령일에 해당 법인 또는 개인 계좌로 입금되어야 하며, AD Bank는 1 영업일 이내에 CBM 고시 환율로 외화를 구입하여 짜트화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투자금이나 투자 대여금으로 송금되는 외화의 경우, FESC 승인을 받은 금액을 제외한 외화는 AD Bank가 구입하여 짜트화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입 대금, 서비스 대금, 배당금 지급 및 자본금 반환, 역외 대출 원리금 상환을 비롯하여 해외 체류비, 교육비 등 해외 송금도 모두 FESC의 승인 대상임을 명시하고 있다. FESC의 송금 승인을 받은 경우 AD Bank는 송금 1달러 당 3 짜트의 서비스 수수료를 받도록 별도 명시했다.
이번 ‘4.3 조치’는 달러 부족과 짜트화 평가절하 이슈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군정의 극단적인 처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정변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경제 제재가 갈수록 강화됨에 따라 수출 감소, 외국인 투자기업 철수 및 배당금 지급 중단이 이어지며 군정의 달러 부족이 심각해졌다. 달러 부족과 짜트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군정은 지속적인 달러 매각뿐만 아니라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위안화, 엔화, 바트화를 국경 무역 공식 통용 화폐로 지정하는 등의 일련의 단기 초치들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효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달러 강제 환전 조치라는 초강경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외화의 역외 유출을 막고 에너지류 등 필수적인 수입품 지급 대금 확보를 위해 미얀마 내에 남아있는 외화를 강제로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시장은 이러한 조치가 외화 몰수에 해당하며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세계은행은 미얀마 외화 보유액이 정변 발발 이전인 2020년 12월 기준 78억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고, 2021년 1월에 IMF는 2019/20 회계연도(2020년 9월 말 종료) 미얀마 외화 보유고를 67억 달러로 추산했다. 정변 직후인 2021년 2월 4일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되어 있던 CBM 자금 10억 달러 인출을 동결한 것을 감안하면 2021년 2월 초 기준 미얀마 가용 외화는 57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Fitch Solutions은 2021년 5월 28일 자료를 통해 2020년도 수입 관련 자료에 기초한 보유 외화 추정금액은 약 3.5개월치 수입 결제 대금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외화 보유액 관련 군정 아웅 나잉 우 Aung Naing Oo 투자대외경제관계부(MIFER) 장관은 2021년 10월 19일 자 Reuter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 외환보유액이 60.4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Reuter는 군정이 외환보유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군정이 발표한 외화 보유액이 미 행정부가 동결 조치한 10억 달러를 포함한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정변 이후 외화 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The Diplomat은 4월 5일 자 기사에서 군정이 환율 안정을 위해 정변 이후 1년간 5. 5,380억 달러를 시장에 매각했으며, 국가 채무 원리금 상환 및 에너지, 무기류 등 수입 대금 지불을 감안할 때 2021년 10월 이후 6개월이 지난 4월 현재 외화 보유액은 더욱 줄어들었을 것 추정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난에 따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급등에 직면한 가운데 미얀마의 현 외화 보유고가 몇 개월 분 수입 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Asia Times는 4월 19일 기사를 통해 군정의 긴급 ‘4.3 조치’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외화 보유고가 급감한 상태에서 국가 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수출과 미얀마에 대한 외국 투자 감소로 인해 외화 보유액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정은 2022년 1월~3월간 환율 방어 목적으로 총 9,500만 달러를 매각했다. 그러나 4월 현재 짜트화는 사설 환전소 기준 달러당 2,000 짜트를 넘어서며 군정의 달러 매각을 통한 환율 안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변 이전 달러당 1,200~1,300 짜트 수준이던 환율이 군정의 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정이 되지 않음에 따라 국내 외화 계좌 내 모든 외화를 CBM지정 환율 1,850 짜트로 강제 환전하도록 하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정변 이후 주요 국제기구들의 미얀마 지원사업 중단, 해외 투자기업들의 잇따른 철수, 반군정 운동의 일환인 제세공과금 납부 거부 운동,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불러온 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 등으로 미얀마는 현금 부족이 만연해져 있다. 짜트화 조폐 기술과 자재를 공급해 왔던 독일 Giesecke& Devrient가 정변 이후 미얀마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국민들의 짜트화 공급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4월 현재 짜트화 계좌 현금 인출 한도는 은행별로 차이는 있으나 외국계 은행의 경우 평균 일일 200만 짜트, 월 2천만 짜트 수준이다. ‘4.3 조치’로 인해 짜트화로 강제 환전된 예금조차 인출한도가 있는 등 사실상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금부족 사태에 직면은 군정은 올 2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를 연내에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신규 화폐 발행 소문도 끊이지를 않고 있다. 로컬 Irrawaddy는 4월 26일 자 기사를 통해 CBM 소식통을 인용하며 재정 적자와 현금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군정이 2만 짜트화 신규 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CBM 윈 토 Win Thaw 부총재는 신규 화폐 발행 소문에 대해 신규 화폐 발행 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며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들이 지난 3월 군정이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조폐용 용지를 수입했다고 보도한 것을 감안하면 신규 화폐 발행은 이미 가시화 단계이며, 다만 군정은 신규 화폐 발행에 대한 시장 반응 및 그 효과에 대해 검토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Asia Times는 군정의 이번 ‘4.3 조치’ 배경에 외화 부족 문제 이외 군정의 정치적인 의도 내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치적 의도의 첫 번째는 반군부 단체로 유입되는 자금 원천 차단 목적으로 외국에서 송금되는 외화 보유를 불법화하고 자금 추적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자 할 목적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두 번째는 일본, 싱가포르 대사관이 4월 4일 자로 자국 기업들과 기관에 대한 ‘4.3 조치’ 적용 면제를 군정 외교부에 요청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군정이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 대사관들의 공식 문서를 접수하는 과정을 통해 군정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4.3 조치’ 단행에 따라 은행권은 사실상 업무가 중단됐으며, 외국계 투자기업을 비롯한 경제계가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20여 년 이상 사업을 해 온 기업인들은 역대 미얀마 군사정권들이 여러 차례 미얀마 금융시스템을 비상식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미얀마 국민들이 미얀마 금융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 것이 이번 조치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신은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정부 시절 단행됐던 세 차례 화폐개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네윈 정부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국제사회와 교류를 단절하고 무역과 상업에 종사하던 외국인들의 재산 몰수 조치를 단행했으며 모든 민간 은행을 국유화했다. 그 결과 산업생산 감소, 실업률 급증, 금융시스템 미비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1964년 5월 17일 부정축재 자산가들을 색출한다는 미명 아래 1차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기존 통용되던 화폐를 전면 사용 금지시키고 새로 발행한 1 짜트 신권으로 교환을 강제했다. 1985년과 1987년에 실시된 2차, 3차 화폐개혁을 통해 기존 통용 화폐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떠안은 미얀마 국민들이 금융시스템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국제적으로 금융 고립상태가 되었다. 세 차례에 걸친 화폐개혁 실패가 1988년 8월 8일 항쟁(일명 8888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네윈 정부 실각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MBRI Newsletter 2021년 7월호 참조)
2003년 1월, 당시 20개 미얀마 민간은행보다 3~4% 더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던 비공식 금융기관들의 연쇄도산으로 대규모 금융위기가 촉발됐다. 당시 민간은행들의 이자율은 인플레이션율 보다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제시했던 비공식 금융기관들에 예금이 몰렸으며 비공식 금융기관들의 비정상적 운영으로 인해 부실대출이 급증했다. 결국 비공식 금융기관들의 도산으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CBM은 예금인출 제한조치, 계좌이체 금지, 대출금 회수조치를 단행했으며, 이러한 조치는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미얀마 사회경제 개발과 한국의 개발협력 구상(2011)에 따르면, 2003년 금융위기로 그 당시 수백만 명의 소액 예금자가 손실을 입었고 수 천 개 기업이 자금경색 상황에 처했었다.
미얀마 공식 환율은 1977년 이후 ‘1달러=6 짜트’ 고정환율제를 유지해 오다가 2012년 시장환율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외환 거래는 비공식적인 시장 환율로 거래됐다. 시장환율은 1987/88 회계연도 달러당 30 짜트, 1999/2000 회계연도 달러당 344 짜트, 2003년 금융 위기 이후 2005년에는 1,095 짜트로 치솟았다. 공식 환율은 아무런 의미 없는 명목상의 환율에 불과했다.
미얀마 정부는 부족한 외화를 확충하기 위해 1993년 2월 4일부터 미얀마 입국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외환증서(Foreign Exchange Certificate, 이하 FEC)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외화를 벌어들일 목적으로 별도의 환율을 적용하여 외국인들이 ‘1달러 당 1 FEC’를 교환하도록 강제했다. 외국인들은 미얀마 입국 즉시 300달러를 강제로 300 FEC로 환전해야 했으며 외국기업과 국제 NGO 등이 납부하는 임대료와 제세 공과금도 FEC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통용되는 달러와 FEC의 환율이 각기 다르게 적용되며 FEC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외환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FEC 환율 이외에도 (고시) 공식환율, 세금부과에 사용되는 공정환율, 시장환율 등이 적용되며 2011년 테인 세인 정부 출범 이전까지 복잡한 환율구조가 미얀마 외국자본 유치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었다. 2004년의 경우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이 10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세금납부에 적용되는 환율과 시장환율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얀마 당국은 2012년 4월 IMF의 지원을 받아 시장환율제도를 도입했고, 2012년 8월 12일 외환관리법을 제정했으며, 2013년 3월 20일 신규 FEC 발행이 중단됐다.
2월 1일 정변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현금 인출 사태나 신권 발행 소문 등은 모두 역대 미얀마 군사정권의 실패한 화폐금융정책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4.3 조치’가 그 트라우마를 다시 상기시키며 짜트화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계는 ‘4.3 조치’가 정변 이후 가장 충격적인 조치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달러당 짜트화 시장 환율이 2,050 짜트를 넘나드는 상황에 1,850 짜트로 강제 환전하라는 군정의 조치는 사실상 기업들에게 손실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당장 수출입 기업들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으며 은행들도 외환거래를 일제히 중단했다. 수입 업체들은 수입 대금 송금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거래 중단 사태에 직면해 있으며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제조업체들은 기존 원자재 재고가 바닥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FESC가 개별 승인을 통해 해외 송금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미얀마 행정 시스템의 현주소와 역량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적시에 FESC 승인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계는 강제 환전에 따른 손실을 물론이고 향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이다.
미얀마 주재 일본 대사관은 4월 4일 자 군정 외무부에 보낸 공한을 통해 일본 기업들과 JICA 등 일본 정부 기구에 대해 외화 강제 환전 조치를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공한에는 미얀마 진출 일본 기업들이 심각한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4월 6일 싱가포르 대사관도 일본 대사관과 유사하게 미얀마 주요 투자국인 자국 기업들에 대한 ‘4.3 조치’ 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각국을 대표하는 경제 단체들도 한 목소리로 나섰다. 4월 8일 미얀마 미국 상공회의소와 EU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상공회의소 등 12개 경제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에서 외화 사용을 금지시키는 내용의 ‘4.3 조치’는 미얀마를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과 단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조치는 미얀마 내 외국 기업 활동과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며 무역 긴장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도 군정의 외화 환전 의무화 조치는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큰 타격이 되어 기업 활동 및 향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대한 면제 조치를 요청하는 공한을 4월 6일 발송했다. 코참도 5월 2일 자 공문을 통해 ‘4.3 조치’ 예외 인정을 받은 MIC 승인 기업과 SEZ 기업 외에 DICA에 등록된 한국 기업과 한국국적 개인들에 대한 면제조치를 요청했다.
‘4.3 조치’에 따라 주요 투자국과 경제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CBM은 4월 20일 해당조치 적용 예외 기업과 기관들을 발표했다.
CBM은 통지문 FE 1/69을 통해 미얀마투자위원회(MIC)가 승인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기업, 경제특구(SEZ) 내 투자기업, 미얀마 주재 외국 외교관과 가족 및 대사관 외국인 직원, 유엔과 산하 기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미얀마 지원 개발 기관의 외국인 직원들은 ‘4.3 조치’에서 예외 적용받는다. 또한 적십자와 ILO 등 국제기구와 JICA 등 외국 개발 지원기관, 국제항공사 소속 외국인 직원도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4.3 조치’ 제외 대상 기업 및 기관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4월 21일 군정 아웅 나잉 우 투자대외경제관계부 장관은 온라인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금융시장의 충격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CBM ‘4.3 조치’ 유지 기간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짜트화가 안정된다면 관련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Washington post는 4월 21일 자 기사를 통해 아웅 나잉 우 장관은 CBM의 강제 환전 조치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군정은 은행 거래에 대한 ‘표준 운영 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s)’를 마련하고 있으며 자격을 갖춘 외국 기업과 기관들은 외화 강제 환전조치 자동 면제를 받게 될 것이며, 새로운 규정도입으로 인한 외국 기업의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아웅 나잉 우 장관의 답변만 놓고 보면 금융 시장을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던 ‘4.3 조치’는 임시 조치로 해석할 수 있으나, 사실상 군정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는 철저히 무너졌다.
중국 Xinhua 통신은 4월 28일 기사를 통해 CBM은 4월 26일 자 훈령으로 중국·태국 국경 무역업자들에 대한 ‘4.3 조치’ 적용을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즉, 중국-미얀마 및 태국-미얀마 국경 무역업자들은 ‘4.3 조치’의 1 영업일 내 외화 환전 기간을 1개월로 완화 적용시킨다는 내용이다. 또한 국경 수출업자들의 수출 대금을 의무적으로 계좌에 입금시키도록 하는 조치를 AD Bank에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수입 업자들은 FESC 승인 없이 지정된 은행을 통해 수입 대금 외화 송금을 허용했다.
Asia Times는 ‘4.3 조치’를 탈 달러화를 통한 금융 자살 조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외 기업들의 투자와 국제기구 지원 사업 그리고 관광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얀마 경제는 지금까지 달러 기반 경제였다. 그러나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달러 수급이 어려워지자 군정은 탈 달러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CBM 은 2021년 12월 14일 위안화를 미얀마-중국 국경무역 공식 결제 통화로 허용한 바 있으며, 올 3월 3일에는 미얀마-태국 국경 무역에서 바트화를 공식 결제 통화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미 달러화와 기타 외화 부족사태를 해결하고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이다. 군정은 국경무역에서 인접국 통화와 직거래를 확대함으로써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 70%까지 줄여 나갈 예정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군정의 이러한 탈 달러화 조치에 대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021년 -18%에서 2022년 +1%로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던 미얀마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군정의 탈 달러화 조치에 대한 가장 큰 지원군은 중국이다. 중국과 무역에서 위안화가 공식 결제 통화로 지정된 것 이외에도 군정이 연내 발행을 공식화 한 CBDC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e-CNY 발행을 검토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했고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로컬 MIZZIMA는 4월 28일 자 기사를 통해 미얀마 군부는 위기가 발생하면 중국이 지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위안화에 기초한 새로운 금융 질서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탈 달러화 정책 기조를 강조해 왔던 중국으로서 미얀마 군정의 탈 달러화 방침을 환영할 수밖에 없으며, 군정도 미국의 제재 하에서 달러화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중국의 우호적인 지원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얀마 군정과 중국의 협력관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4.3 조치’로 인해 4월 19일 유류파동 조짐까지 보이는 듯 경제 전체가 붕괴될 우려가 발생하자 군정은 4월 20일, ‘4.3 조치’ 적용 제외 대상 기업과 기관을 발표했고, 4월 21일 군정 투자대외경제관계부 장관이 ‘4.3 조치’는 한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언급하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양새다. 일련의 후속 조치들을 보면 ‘4.3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연 군정이 사전 검토를 했을지 의아함을 느낄 정도이다. 국가 경제시스템을 일대 혼란에 빠지게 한 ‘4.3 조치’가 해제 가능하다는 장관급 인사의 발언은 오히려 군정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외환시장에 임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군정은 ‘4.3 조치’를 통해 일단 미얀마 내 외화를 모두 통제가능한 상황으로 확보해 놓고 상황과 우선순위에 따라 외화 송금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4.3 조치’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수입라이선스(IL) 발급 지연과 연계되어 대외 교역에 큰 장벽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FESC로부터 송금 승인을 받기 위해 줄을 대려는 기업들과 개인들이 거액의 급행료를 지불하는 관행도 공공연한 비밀이 될 것이다. 특정 법과 제도를 신중한 검토 없이 발표하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들은 선별적으로 처리해 왔던 전형적인 미얀마식 행정편의주의가 다시 한번 제대로 드러났다. 군정의 우선순위와 군정에 대한 태도에 따라 ‘4.3 조치’는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이현령耳懸鈴 비현령鼻懸鈴)가 될 것은 분명히 보인다.